프로슈머 마케팅 ‘프로급’ 인기

프로슈머는 앨빈 토플러가 그의 저서 에서 처음 언급한 용어다. 이 책에서 그는 ‘제2의 물결 사회(산업사회) 양축인 공급자와 소비자간 경계가 무너지면서 소비자가 제품개발과 유통에 직접 참여하는 생산적 소비자로 거듭난다’며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를 합성한 프로슈머를 만들어냈다.하지만 한때 이 인기를 끌고, 프로슈머가 널리 회자됐지만 이를 생산에 직접 도입한 기업은 거의 없었다. 단순히 고객의 불만사항을 접수해 해결해주는 정도였다. 다시 말해 애프터서비스(AS) 차원에서 고객들의 의견을 처리했던 것이다.그러다가 최근 들어 인터넷이 기업경영에 폭넓게 이용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각 기업들이 인터넷을 활용해 고객들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듣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프로슈머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이 등장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일부 제조업체와 인터넷 쇼핑몰, 그리고 외국계 회사를 중심으로 고객이 제공하는 상품정보나 아이디어를 판촉으로 연결시키고, 더 나아가 이를 제품개발에까지 활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 눈길을 끌고 있다.프로슈머 마케팅을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업종으로는 인터넷 쇼핑몰을 꼽을 수 있다. 모든 거래가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만큼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와 24시간 대화를 나누는 시스템을 갖춰놓고 있다. 특히 인터넷 쇼핑몰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몇몇 업체들은 프로슈머 마케팅의 효과가 아주 뛰어나다는 판단에 따라 최근 몇 달 사이 이를 크게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이 가운데 LG이숍의 경우 프로슈머 마케팅 전문 웹진인 를 지난해 11월 창간하는 등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이 회사는 엄선한 일부 소비자들에게 LG이숍 내에서 매장을 직접 운영하게 하는 시스템도 도입,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또 국내 최초의 인터넷 쇼핑몰인 인터파크가 고객상품평가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고, 현대백화점이 운영의 주체인 e현대도 고객평가단을 모집해 이들의 제품에 대한 평가나 사용소감, 아이디어 등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위즈위드는 아예 ‘나도 MD(머천다이저)’ 코너를 만들어 한 발 더 나아간 상태다.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이 고작 ‘고객참여 서평’ 제도를 운영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국내 업체들의 열의를 짐작할 만하다. 인터파크의 한 관계자는 “고객들이 상품에 대해 평가한 것은 또 다른 고객에게는 아주 중요한 쇼핑정보가 될 수 있다”며 “물건을 사기 전 이를 참고한 다음 고르는 소비자들이 점점 느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고급 보석브랜드인 골든듀는 최근 고객의 아이디어를 제품화해 판매에 들어가기도 했다.캐주얼 구두 브랜드인 영에이지 역시 대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구두디자인 공모전을 열어 20여종의 입상작을 샘플로 제작해 매장에 내놓았다. 회사측은 특히 이 가운데 큰 인기를 얻은 5가지 아이템을 별도로 골라 이번 가을겨울 신상품 목록에 추가시켜 신상품으로 선보였다.영에이지는 올해부터 정기적으로 공모전을 열어 소비자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품생산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부엌가구로 유명한 한샘은 국제디자인공모전 응모작 가운데 시장성이 클 것으로 판단되는 아이디어를 골라 이를 상품화하는 조건으로 로열티를 주고 있다.국내 최대의 화장품업체인 태평양 역시 프로슈머 마케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화장품이라는 업종의 특성상 소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고객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 특히 이 회사는 프로슈머 마케팅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듯 지난해 12월 ‘프로슈머의 날’ 행사를 열어 노고를 격려하기도 했다.“좋은 쇼핑정보, 매출로 직결돼”IT 관련 기업과 외국계 기업들의 움직임도 아주 활발하다. 한글과컴퓨터의 경우 지난해 10월 출시한 ‘아래아 한글 2002’를 만들면서 사전에 ‘한글을 사랑하는 동호회원’을 대상으로 베타버전을 배포해 이들이 지적한 문제점을 최종단계에서 제품에 적극 반영했다. 회사측은 “몇몇 중요한 기능은 동호회원이 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LG-IBM도 자사 노트북을 구입한 소비자들의 커뮤니티인 씽크패드클럽을 통해 제품에 대한 의견을 구체적으로 듣는 통로를 마련해 놓고 있다. 최근 출시한 ‘씽크패드 R30’ 시리즈의 경우 확장성에 대해 많은 지적이 나오자 DVD, CD-RW, CD롬 등을 장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아울러 서랍형 뉴메릭 키패드를 선택사양으로 제공하기도 했다.MSN도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거나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FGI(Focus Group Interview)로 불리는 사용자 테스트 과정을 반드시 거친다. 특히 일반인과 전문가로 그룹을 나눠 다양한 의견을 듣는 한편으로 향후 발생 가능한 문제점에 대해서도 체크한다.마케팅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을 것 같은 포스코 역시 프로슈머 마케팅 개념을 도입했다. 이 회사가 광양제철소 내에 만든 강재연구센터에는 포스코 연구진의 자체 실험동 외에 고객사인 자동차업체가 제품개발 초기단계부터 참여하는 EVI(Early Vendor Involvment) 연구동이 있다. 자동차 직원들이 상주하면서 차체에 대한 고객의 수요에 맞춰 제품개발에 깊숙이 관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셈이다.업계에서는 프로슈머 마케팅의 확산을 시대적인 대세로 본다. 무엇보다 생활과 관련 깊은 업종의 경우 생산적 소비자인 프로슈머를 마케팅의 전면에 내세울 경우 그 효과가 아주 크다는 점이 입증되고 있어 이를 도입하는 기업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김기호 LG이숍 상무는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하나 되는 프로슈머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며 “고객들이 직접 쏟아내는 정보가 곧바로 생산과 매출로 연결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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