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부산에도 대형 컨벤션센터 잇달아 오픈...아시아에서 두번째로 큰 '킨텍스'도 대기
‘전시장은 지금 전투 중.’ 전국 주요도시에 대형 전시컨벤션센터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전시장들이 본격 경쟁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국내 전시장의 ‘터줏대감’은 지난 79년 개관한 서울의 코엑스(COEX)다. 이후 99년 서울무역전시장(SETEC)이 들어선 이래 지난 2001년에는 대구전시컨벤션센터(EXCO-DAEGU), 부산전시컨벤션센터(BEXCO) 등이 잇달아 문을 열었다. 전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오는 2004년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인 한국국제전시장(KINTEX)이 들어서면 전시회 유치를 둘러싼 경쟁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최근 이들은 임대료를 낮추고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전시회 참여를 유도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국내 전시장업계의 경쟁이 한층 가속화되리라는 점은 가동률을 보면 분명해진다. 가동률은 전시장 면적 중 연간 몇 퍼센트(%)에서 행사가 진행됐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현재 국내 전시장의 규모는 10만4,000㎡로 세계 최대규모인 독일 하노버 전시장의 면적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함에도 적잖은 전문가들이 ‘과잉’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바로 전시장 가동률이 낮기 때문이다.40%는 전문가들이 보는 손익분기점으로 지난해 이 기준을 넘은 전시장은 코엑스(89%)와 서울무역전시장(75% 추정) 정도에 불과했다. 즉 아직은 전시장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고, 이는 자연스레 전시장간의 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전시장들은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을까.코엑스‘국내는 좁다’ 해외로 눈돌려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한국종합전시관(코엑스·COEX)이 설립된 것은 지난 79년. 당시 정부의 수출진흥책에 따라 자연히 무역의 중요성이 강조됐고, 이를 위해서는 전시장의 건립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이후 코엑스는 20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국내 전시산업을 대표하는 전시장 역할을 담당해 왔다. 이는 현재 코엑스의 규모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코엑스 전시장의 면적은 3만6,027㎡로 지난해 개최된 전시회수는 128건에 달했다.지난해는 코엑스에 잊혀지지 않을 한 해로 남을 듯하다. 많은 전시회를 개최한 것뿐만 아니라 국제전시협회(UFI)로부터 코엑스가 개최한 3개 전시회가 ‘국제전시회’ 인증을 얻었기 때문이다.이는 ‘한국국제공항자동화종합전’(KOFA), ‘서울국제농업기계박람회’(SIEMSTA) 및 ‘제11회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PHOTO &IMAGE)으로 업계에서는 국내 전시회가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님을 입증할 만한 쾌거라고 평가하고 있다. ‘국제전시회’ 인증은 해외업체 참가율 20% 이상, 해외참관객 비율 40% 이상 등의 조건을 만족하는 전시회를 UFI가 심사해 주는 것으로 현재까지 인증된 전시회는 600여개에 불과할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아시아권에서는 중국 22개, 싱가포르가 15개, 그리고 일본이 4개를 인증받은 바 있다. 이런 성과를 발판으로 향후 코엑스는 해외진출을 노릴 계획이다. 안재학 사장은 “KOFA, SIEMSTA 등 국제전시회 인증을 얻은 전시회를 명칭 그대로 해외에서 열 계획이다”며 “이런 사례는 아시아권에서는 최초”라고 강조했다.또한 코엑스는 경쟁상대는 국내 전시장이 아니라 해외전시장임을 분명히 했다. 오수영 홍보팀 과장은 “국내 전시장과는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해외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 각국 대사관, 무역진흥기관을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엑스코 -대구대구, 경북 산업 특징 이용해 ‘특화’ 나서대구종합유통단지에 위치한 대구전시컨벤션센터(엑스코·EXCO-DAEGU)가 설립된 것은 지난 2001년 4월의 일이다. 전시장 규모는 전문전시장이 1만1,616㎡, 야외전시장은 9,609㎡이다. 지난해 엑스코가 개최한 전시회는 모두 41건. 절대 규모로는 작지만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2.6배로 놀라운 수치다. 백창곤 사장은 “결과에 안주하기보다 앞으로 전시회의 국제화와 외국 파트너와의 전시회 공동유치 등에 온 힘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강조했다.엑스코는 섬유, 안경, 디스플레이 산업 등에서 차별화된 전시역량을 자랑한다. 이는 엑스코가 창립 초기에 세운 경영전략 덕분이다. 즉 개관 이후 다른 전시장의 ‘잘나가는’ 분야를 그대로 따라하기보다 인근의 대구, 경북 등의 산업분야를 전문적으로 전시하는 데 온힘을 쏟았기 때문이다.특히 안경을 테마로 한 대구국제광학전(DIOPS), 섬유를 대상으로 한 대구국제섬유박람회(PID), 그리고 국제정보디스플레이전시회(IMID) 등은 대구 엑스코를 대표하는 전시회다. 엑스코 관계자는 “PID와 DIOPS는 규모와 질을 지속적으로 높여간다면 국제전시연합(UFI)의 국제인증을 받을 것이 확실시된다”고 귀띔했다. 이밖에 엑스코는 대구국제자동화기기전(DAMEX)을 국제수준의 전시회로 키워 지역특화산업과 연계한 유망 전시회로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한편 엑스코는 올해 전시장 가동률을 60~70%로 끌어올릴 당찬 새해 계획도 세웠다. 목표로 정한 수치는 지난해의 가동률인 35%를 훌쩍 넘는 터라 성공가능성에 회의를 품는 이도 많지만 엑스코 관계자는 “이미 자체 전시회 15개, 유치 전시회 17개 등 총 32개의 전시회를 유치했다”며 “이미 자리를 잡은 섬유 및 안경 등의 전시 분야는 앞으로 국제전시회로 육성해나가며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는 해외업체와 공동전시회를 추진한다면 목표달성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자신감을 내비췄다.이밖에 엑스코는 한방바이오산업을 위한 국제한의학박람회, 대구국제염색산업박람회, 벤처산업전, 디지털문화산업박람회, 국제정보디스플레이 등 8개 전시회를 주요 전시회로 키워나갈 계획이다.벡스코숙박시설 등 강점 이용 발전계획 수립지난 2001년 5월 개관한 부산전시컨벤션센터(벡스코·BEXCO)는 ‘2002한ㆍ일월드컵’의 본선 조추첨 행사가 거행된 장소로 유명하다. 전시장 규모도 2만8,326㎡에 이르며, 부산 해운대에 위치해 화려한 주위 경관을 자랑한다. 주위에 관광호텔만도 4개에 달하는 만큼 숙박시설도 발달됐다.벡스코 정해수 사장은 “월드컵 본선 조추첨 행사가 성공리에 끝난 만큼 부산시와 함께 해외마케팅을 강화하고 전시컨벤션산업 도시로서의 인프라를 부산에 구축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지난해 전시장 가동률은 40%였으며 전시회 개최건수는 모두 66건이었다. 참관객은 외국인 2만3,000여명을 포함해 모두 134만1,000명이었다. 벡스코가 자랑하는 지난해의 행사는 4월에 열린 ‘부산국제공작기계전’. 모두 15개 국가에서 1,750개 부스 규모로 개최돼 단일 전시회로는 국내 최대 규모라는 설명이다. 이 대회를 통해 벡스코는 대형 중장비전시회를 개최하기에 적합한 곳이라는 명성도 얻었다.중량 50t이 넘는 초대형 기계들이 대거 출품됐음에도 순조롭게 행사를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국방부와 산업자원부는 서울에서 열리던 국제에어 및 방위산업전을 올해는 벡스코에서 11월에 개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벡스코의 성장에 대해 일부에서는 ‘부산에서 워낙 국제적인 행사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이 주장에 따르면 올해는 대형 행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벡스코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고 보고 있다.이에 대해 벡스코 관계자는 “올해는 부산국제기계기술대전, 부산국제철도물류전, 국제에어쇼 등의 전시회를 신규개발해 전시장 가동률을 43%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기존 전시회를 국제화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신규전시회를 발굴해 위기를 극복할 방침”이라고 전했다.벡스코는 올해 개최될 전시회 중 ‘2003부산국제모토쇼’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 오는 10월에 열리는 이 행사에 20개국에서 250여개 업체가 참가 의사를 밝혀 왔으며, 상품을 전시할 부스만도 1,500개가 넘고, 관람객도 10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세텍KOTRA통해 해외업체 참관 유도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서울무역전시장(세텍·SETEC)은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과 수출증대를 지원하기 위해 건립된 무역전문 전시장이다. 설립된 것은 지난 99년으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운영을 맡고 있다. 세텍 관계자는 “KOTRA 해외무역관을 통해 해외업체의 참관을 유도하고 있으며 이밖에 바이어를 유치하는 일을 지원받는 등 직간접적으로 KOTRA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세텍에서 열린 전시회는 모두 48건이었으며 올해는 다소 줄어든 35건의 전시회를 계획하고 있다.지난해 개최된 전시회 중 주목을 받은 것은 우선 9월의 ‘제8회 프랜차이즈산업박람회’를 들 수 있다. 이 박람회에는 90여개 프랜차이즈 본사 및 관련기업이 참가해 예비창업자에게 창업아이템을 제공했다. 또한 4월에는 16개 국가에서 144개 업체가 참여한 ‘제16회 국제플라스틱 고무산업전시회’가 열려 1,200만달러 규모의 수출계약 상담을 이뤄내기도 했다.세텍의 전시장 면적은 7,948㎡. 코엑스의 4분의 1 정도이지만 전시장 가동률은 2001년 기준 63%에 달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런 경쟁력의 원천은 전시장 이용요금이 비교적 저렴한 데 있다. 세텍의 전시장 요율은 현재 평방미터(㎡)당 1일 800원 수준으로 다른 곳의 절반 수준이다. 이에 대해 세텍 관계자는 “요율을 싸게 책정한 까닭은 더 많은 중소기업에 혜택을 주기 위함”이라며 “앞으로도 요율변동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귀띔했다.한편 세텍 전시장은 크게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우선 3개 전시실을 부채꼴 모양으로 구성해 관람객의 동선을 최소화 것이 눈에 띄며, 두 번째로 비즈니스센터와 상담실 등을 중앙로비에 집중해 지원기능을 효율화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학이 날개를 편 모습으로 건물의 외양을 꾸민 점도 특징이다. 이는 21세기 선진무역으로 도약하는 한국의 미래지향적 이미지와 더불어 인근의 지명인 ‘학여울’을 형상화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기타고양, ‘한국국제전시장’건립 등 새로운 곳 속속 등장오는 2004년이면 코엑스의 1.5배 규모의 전시장이 들어설 전망이다. 바로 경기도 고양시에 들어설 ‘한국국제전시장’(킨텍스·KINTEX)이 그것으로 규모는 약 5만6,290㎡에 이른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무역전시장’을 표방하는 이 전시장의 건립 목적은 경기 및 인천지역 경제특구와 남북경제교류 정책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애칭은 전시장을 의미하는 독일어 ‘Messe’와 지역명을 합성한 ‘고양메세’로 정했다.킨텍스와 관련된 기관은 크게 세 곳으로 경기도, 고양시, KOTRA 등이다. 킨텍스는 현재 이들 세 곳과 앞으로 어떻게 협력해 나갈지를 구상 중이다. 경기도와는 ‘비즈니스 허브’ 전략을 공고히 해나갈 방침이며, 지역특성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전시장을 운영해 고양시와 협력할 계획이다.마지막으로 KOTRA로부터 킨텍스의 해외마케팅을 위한 도움을 받을 계획이다. 킨텍스 관계자는 “개장 후 3~4년 내 흑자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외네트워크가 잘 갖춰져 있고, 세텍을 통한 전시사업경험과 전문인력을 갖춘 KOTRA의 협력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밖에도 올 안에 제주도에 2,586㎡ 규모의 전시장이 새로 들어설 예정이라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서울 지역에 편중돼 있던 전시장의 배치는 앞으로는 전국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