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캔버라(호주)·앙카라(터키)는 국가의 중추기능 제대로 못해
수도 이전 사례는 세계적으로 간혹 있어왔다. 하지만 워낙 거대한 프로젝트인 만큼 오랜 시간과 비용문제로 홍역을 치른 경우가 있어 우리로서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미국의 수도 워싱턴은 뉴욕과 정치, 경제의 역할분담을 확실히 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실패사례가 없지 않고, 아직 진행 중인 나라도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이다.독일은 1990년 동서독 통일 후 곧바로 수도 이전 문제로 나라 전체가 떠들썩했다. 통일 이후의 수도는 다시 베를린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급기야 1991년 연방의회에서 표대결을 펼쳤다. 결국 베를린을 새로운 수도로 정하자는 의견에 힘이 실리며 결정되기에 이르렀다.하지만 이후 많은 문제가 생겼다. 수도를 서둘러 옮길 경우 본의 부동산가격 폭락과 사무실 공실률 증가 등의 문제가 따를 것이라는 의견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본 시민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이에 따라 정부 역시 속도를 조절하기 시작했고, 시간적 여유를 두고 옮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현재 국방부, 교육부 등 6개 부처를 본에 두고 10개 부처만 베를린으로 이전했다. 공무원수는 오히려 본에 더 많다. 베를린에 근무하는 연방공무원은 8,400명이지만 본에 잔류해 있는 공무원은 1만1,700명이나 된다.말레이시아는 1995년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가 푸트라자야를 행정수도로 지정했다. 기존 수도인 콸라룸푸르의 과밀화 문제를 해결하고 국토의 균형적 발전을 꾀한다는 차원에서 결정했던 것. 국민적 저항도 적잖았지만 모하마드 총리 특유의 추진력을 발휘해 밀어붙였다. 그다음 일단 3년간의 공사를 마치고 98년 총리실을 이전했다.하지만 다른 부처는 아직 그대로 콸라룸푸르에 남아있다. 완전한 행정기능 이전은 2005년이 돼야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기간이 길어지고 있는데다 이해관계가 엇갈려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푸트라자야는 콸라룸푸르에서 약 25km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고, 말레이시아 초대총리의 이름에서 따왔다.일본, 15년째 탁상공론만 거듭브라질의 수도이전은 그야말로 악전고투로 표현된다. 1889년 대서양 연안에 있던 당시 수도 리우데자네이루를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하고 새로운 수도 건설을 헌법에 규정했다. 하지만 이후 제대로 진행시키지 못하다가 1955년 내륙으로 1,000㎞ 떨어진 브라질리아 건설에 착수했다. 미개척지로 남아있던 내륙을 개발한다는 것이 주목적이었다.그러나 도시규모를 지나치게 크게 잡은데다 인구는 계획대로 늘어나지 않는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브라질리아 개발 5년 만에 처음으로 행정부처를 옮기기 시작했지만 많은 문제가 겹치면서 고생 끝에 완결했다. 특히 이전기간이 무려 70년 넘게 걸리는 등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호주는 수도를 멜버른에서 캔버라로 옮겼다. 입지 선정(1908년)부터 수도기능 이전(1927년)까지 20년 가까이 걸렸다. 터키 수도 앙카라도 이스탄불에서 이전한 행정수도다. 하지만 캔버라, 앙카라 모두 수도로서 국가의 중추기능을 하는 데는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아직 수도를 옮기지 않았지만 일본의 사례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88년부터 의회를 중심으로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있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입법’ 제정에만 4년, 행정수도 이전 기본원칙을 합의하는 데 3년이 걸렸다. 특히 1999년 말 도치기·후쿠시마지역과 기후 ·아이치지역이 후보지로 좁혀졌으나 지금의 수도인 도쿄시민들의 반발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