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이동통신 산업의 선두주자 100억달러 수출 전방효과 ‘톡톡’
입력 2006-08-30 11:54:53
수정 2006-08-30 11:54:53
“무시무시한 전율, 결과를 예상할 수도 없는 엄청난 일, 전례가 없는 일이 일어났을 때 우리가 느끼는 무시무시함.”독일의 시인 하이네가 1843년 처음으로 기차를 보고 한 말이다. 지금은 우주여행까지 하는 시대여서 기차는 오히려 ‘구닥다리’라는 인상을 주지만 당시 철도와 기차의 등장은 엄청난 충격이었다.철도는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사람들의 시공간에 관한 의식과 일상적인 문화뿐만 아니라 사회구조에 일대변화를 가져왔다. 흙냄새를 맡으면서 주변 풍경을 즐기는 여행은 일순간에 주변의 풍경을 벽에 걸린 그림처럼 보면서 스쳐 지나가는 대상이 되도록 만드는 등 기존에 느끼던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일순간에 무너졌다. 하이네는 이 같은 변화에 전율하면서 “철도는 공간을 살해했다”고 외쳤다고 한다.그러나 철도로 인한 변화는 시작에 불과했다. 자동차와 비행기가 나오더니 전세계를 순식간에 연결하는 인터넷의 등장으로 지구촌 사람들은 더 이상 시간과 공간의 차이가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특히 휴대전화의 대중화로 사람들은 어디서든 원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정을 느낄 수 있게 됐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세상이 된 것.명절 귀경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 설레는 마음에 발길을 재촉하던 과거와는 달리 휴대전화를 통해 늘 소식을 주고받던 부모, 친지들과 얼굴을 맞대는 평범한 만남으로 바뀌었다.이 같은 변화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우리나라가 가장 빠르게 경험하고 있다. 휴대전화가 급속도로 보급되고 이를 통해 전화통화뿐만 아니라 e메일, 메신저 등 다양한 대화채널이 개발됐다.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뉴 비즈니스’가 생겨나는 등 새로운 시장이 형성된 것은 물론 수출로 이어져 연간 100억달러 이상의 외화를 벌어들이게 됐다. 특히 삼성전자는 모토롤러를 제치고 세계 2위의 휴대전화 단말기 생산업체로 발돋움을 하면서 휴대전화는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상품으로 자리잡았다.그러나 이 같은 성과는 휴대전화 제조업체들만의 공이 아니다.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서비스업체들이 새로운 서비스에 도전하고 소비자들의 습관을 변화시키면서 시장을 키워온 것도 큰 역할을 했다. 다시 말해 휴대전화 제조업체들과 서비스업체들이 서로 당겨주고 밀어주는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며 국내 이동전화산업이 발전한 것이다.이동통신업계의 한 전문가는 “국내 이동전화산업이 발전하게 된 것은 일종의 ‘전방산업’으로서 휴대전화서비스업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이동통신서비스업체들이 망을 고도화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이에 걸맞은 단말기들이 개발돼 국제경쟁력을 갖게 됐고, 연 100억달러 이상 수출하는 ‘후방효과’를 누리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지난 84년 외국의 휴대전화 단말기와 기술을 들여와 제공하던 우리나라의 휴대전화서비스는 96년 SK텔레콤이 세계 최초로 CDMA 방식의 이동전화기술을 상용화하면서 일대 전기를 맞았다.독자 기술로 개발된 CDMA 방식의 휴대전화서비스는 97년 10월 3개 PCS업체들이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 SK텔레콤(011)과 신세기통신(017), KTF(016), LG텔레콤(019), 한솔PCS(018) 등 5개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 5년이 지난 현재 3,2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대다수의 국민들이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는 시대가 됐다. 이 같은 발전은 전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 이로 인해 국내 이동통신산업은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게 됐다.시스템 및 단말기 수출은 96년 9억8,000만달러에서 2001년 88억5,000만달러, 2002년 113억9,000만달러로 급성장했다. 이중 단말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95%를 넘어 전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휴대전화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그러나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올해부터 차세대이동전화서비스(IMT2000)가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서비스되기 시작했다. 금융ㆍ통신, 방송ㆍ통신의 융합화가 진행되면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문화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특히 SK텔레콤이 지난 연말부터 제공하는 IMT2000서비스 ‘june’은 음성통화 중심의 기존 이동전화서비스를 한차원 끌어올렸다. 휴대전화를 통해 원하는 정보를 찾고, 금융거래 및 쇼핑을 하고, TV와 영화를 보면서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새로운 매체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아울러 ‘모네타’와 같은 휴대전화와 신용카드가 결합된 서비스도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제공되면서 한국은 명실공히 통신 강국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휴대전화는 더욱더 국제경쟁력을 갖추게 되면서 세계시장을 석권해 반도체, 자동차산업에 버금가는 차세대 수출산업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단말기에 치중됐던 수출도 다변화되고 있다. 단순한 통화수단에 불과한 휴대전화를 멀티미디어 종합정보오락 매체로 변화시키는 무선인터넷 플랫폼의 국산화가 빠르게 진행돼 단말기뿐만 아니라 e플랫폼까지 수출하게 된 것.주목할 만한 점은 SK텔레콤이 지난해 이스라엘과 대만에 4,000만달러에 이르는 무선인터넷 플랫폼을 수출했다는 것이다.SK텔레콤은 또한 모네타와 같은 금융ㆍ통신 융합 플랫폼 등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을 세계시장에 수출할 계획이어서 그 성과가 기대된다. 특히 플랫폼 수출은 국내 벤처업체들이 개발한 플랫폼들을 함께 엮은 것이어서 중소업체들의 해외진출에도 한몫 하고 있다.이렇듯 국내 이동전화산업은 다른 산업들과 달리 이동통신서비스업체들이 시장을 키워가면서 전방산업의 역할을 하고, 이를 통해 제조업체들이 기술개발에 힘쓰면서 국제경쟁력을 확보, 수출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이 같은 윈윈(Win-Win)체제로 인해 국내 이동전화산업은 앞으로도 급속도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인의 시공간 개념도 이전보다 더 달라지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다가오는 설 귀경길에서 앞으로 달라질 세상을 꿈꿔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