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아닌 개인미디어의 신호탄

올해 가입자 100만명 목표...IT . 문화산업 등 관련 시장 신규 창출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예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내 한 가구업체의 광고문구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변하면서 휴대전화 광고문구도 다음과 같이 바뀌어야 될 것 같다.‘휴대전화는 전화기가 아닙니다. 미디어입니다.’‘june’은 기존 2세대 서비스와는 차별화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표방한다. 주문형 비디오(VOD), 주문형 음악(MOD), 화상전화, 멀티미디어 메시지, 인터넷, TV 프로그램까지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이다.‘june’의 출시는 단순히 신규 서비스 개시를 넘어 3세대 무선인터넷 시장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시금석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무선시장은 ‘망의 진화’(네트워크의 발전)에 따라 성장했으나 3세대부터는 콘텐츠가 시장을 선도하는 상황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향후 3세대 이동통신 환경인 WCDMA에서 제공 가능한 서비스와 ‘june’이 제공하는 콘텐츠의 수준이 거의 유사할 것으로 예상돼 WCDMA서비스 시장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라고 볼 수 있다.SK텔레콤 관계자는 “‘june’의 경우 기존 전화서비스는 최대한 숨기고 있다”며 “단순한 이동통신서비스가 아닌 새로운 모바일서비스로 고객이 인식할 수 있도록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특히 브랜드네임까지 의인화해 눈길을 끈다. 심심하면 영화를 서비스해 주고, 좋아하는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보여주며, 심지어 원하는 사람에게는 ‘진한’ 성인비디오까지 방영해주는 멀티미디어 비서 역할을 자청하고 나선 것.이런 화려한 콘텐츠로 현재 ‘june’ 서비스는 국내 휴대전화 단말기 중 단 한 기종만이 이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입자가 10만명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측은 올 상반기에는 ‘june’이 가능한 PDA,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화상전화가 가능한 단말기를 포함한 2∼3개의 기종을 추가로 선보여 연말까지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차세대 디지털 패러다임 선봉‘june’이 보여주는 다양하고 화려한 콘텐츠 이면에는 몇 가지 디지털 패러다임이 있다. 먼저 ‘june’을 보면 개인 미디어가 일상생활에 성큼 다가왔음을 알 수 있다. 인터넷의 경우 이미 사회 전반에서 TV, 신문, 잡지 등 기존의 미디어 못지않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네티즌의 ‘입소문’이 대통령선거의 승패를 좌우하고,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의 글이 수만명을 광화문에 모이게 했다. 네티즌의 다음 세대가 바로 모바일 세대다.이들은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게 전화보다 편하고, 휴대전화로 극장표를 예매한다. 이런 모바일 세대들에게 휴대전화는 그야말로 미디어 그 자체가 될 수 있다. 기존 미디어가 갖지 못하는 휴대성은 물론 위치추적 등 이동통신만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june’은 개인 미디어가 된다. 실시간 뉴스, 모바일 전용 영화, 모바일 카페 등의 이용자들은 휴대전화로 세상을 보고 그들끼리 ‘코드’를 공유하기 때문이다.김형렬 한국투자신탁증권 연구원은 “과거 인터넷 시장은 텍스트 위주의 형식에서 벗어나 그래픽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폭발적 성장세를 보인 바 있다”며 “최근 모바일 시장도 동영상 서비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어 성장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june’이 관련산업의 전방위적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수혜업체들이 지난해부터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IT업체. ‘june’이 인기를 끌게 될 경우 과거 CDMA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모바일 동영상 콘텐츠 제공자(CP), 솔루션 제공업체 등 관련 IT업체들의 호황이 뒤따르게 된다.SK텔레콤은 모바일 영화, 각종 동영상 콘텐츠 등 중소 CP업체들이 참여하기 힘든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 멀티미디어 시장에서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관련 시장을 육성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전화기가 아닌 디지털 복합기로연예산업 역시 모바일을 통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을 수 있다. 모바일은 신인가수나 배우들에게 TV, 라디오 외의 새로운 데뷔채널이 되는 셈. 이미 SK텔레콤은 ‘june’을 통해 신인가수 ‘노을’을 등장시켰다. 노을은 남성 4인조 그룹. ‘june’을 제외한 일절 지상파 방송활동을 하지 않아 화제를 모았다.이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이용한 스타 번개팅 클럽, 스타 소장품에 대한 모바일 경매 등 다양한 ‘스타패키지’ 산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21세기 IT 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 역시 마찬가지다.IT기술과 금융, 문화 등에 접목하면서 산업간 경계가 없어진다는 이 개념은 ‘june’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미 ‘june’의 경우 신용카드, 카세트, TV는 물론 심지어 노래방 역할까지 담당한다. 이미 휴대전화는 단순한 전화기가 아닌 디지털 복합기가 되고 있다.개인미디어, 디지털 컨버전스, 유비쿼터스, 유무선 통합 등 이런 신조어들이 끊임없이 세상에 나오지만 결국 그 중간에는 바로 ‘융합’이 있다. 가전제품과 통신기기들이 만나고, 무선과 유선이 공유되고, 인터넷과 모바일이 연결되는 등 결국 차세대 디지털 패러다임의 주도권을 누가 가지느냐에 따라 준의 성공여부도 달려 있다.삼성경제연구소의 최순화 연구원은 “젊은층을 상대로 감각적으로 다가선 모바일은 이미 폭발적 인기를 누려 왔다”며 “그 성장세는 꾸준히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INTERVIEW / 최진 ‘june’ 사업본부 차장“제2의 CDMA 열풍 일으키겠습니다”SK텔레콤의 ‘june’ 사업본부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쁘다. ‘june’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보이며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전화를 걸기 위해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휴대전화가 개인 미디어 역할을 하는 시대가 온 거죠.”최진 ‘june’ 사업본부 차장(35)은 ‘june’의 성공에 대한 자신감에 차 있다. 과거 CDMA의 세계 최초 상용화가 국내 IT산업을 이끌어 왔듯이 준으로 다시 한 번 과거의 영광을 꿈꾸고 있는 것.사실 ‘june’이 탄생되기까지 일련의 힘든 과정을 거쳐 왔다. ‘june’이라는 이름이 나오게 된 배경도 3개월에 걸친 회의의 결과라는 게 최차장의 설명이다.“처음에는 브랜드 네이밍을 회사에 맡겼지만 너무 어려운 이름만 나오지 않더군요. 결국 내부에서 수차례 아이디어 회의를 거친 결과 젊은 세대들이 친근하게 부를 수 있는 이름으로 하자고 결론을 내렸습니다.”최차장을 비롯해 현재 ‘june’ 사업본부팀에는 40여명이 있다. 지난해 말 15명 정도의 TF팀으로 움직였던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불어난 셈. ‘june’ 서비스만큼 팀 분위기 역시 여느 벤처 못지않게 젊은 감각을 자랑한다.방송, 연예, 문화 등 복합문화사업인 만큼 의사결정이 빨리 이뤄지고 젊은 세대들의 ‘코드’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기존 업무와 전혀 다른 영역으로 회의분위기는 어떤 논리적인 흐름보다 순간적인 ‘감각’에 의존할 때도 많다는 게 최차장의 설명이다.“‘june’은 앞으로 다가올 개인 미디어 시대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당장 수익을 올리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닌 앞으로 개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게 되는 디지털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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