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대비해 신중한 선정 주문, 성남 옛 일해재단 자리 청와대 이전에 ‘안성맞춤’ 제시
풍수지리연구가인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는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의 반대론자다. 풍수지리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는 그는 “풍수는 우리 식의 지리학이며 단지 명당을 찾는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며 “우리의 풍토를 아는 사람의 눈으로 ‘우리의 땅’을 볼 때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그 첫 번째 이유로 그는 남북통일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수도가 충청권으로 통일이 되었을 때 다시 옮겨야 하는 일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한반도 전체를 볼 때 충청권은 국토의 중간지라기보다 남부지방에 해당하지요.특히 충청권으로 옮길 경우 북한사람들에게 통일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97년 김대중 대통령 당선 무렵 평양에 있었는데 역시 수도에 대해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죠.”이어 그는 현재는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조건을 붙이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정경분리’가 되어 있지 않은 나라에서는 단지 수도이전의 문제가 아니라 천도가 될 것이라는 점을 거론했다. 특히 국내 굴지의 기업이나 기관 등은 서울과 새로운 수도 두 곳에 본부를 두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현재 추정하고 있는 비용 외에도 불필요한 엄청난 액수의 경제적 손실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세 번째로 그는 지리적인 여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후보지들을 평가해 본다면 아산의 경우에는 이미 난개발이 진행된 상태이며 그외에 금강 이남을 중심으로 한 지역인 오송, 장기, 충주 인근지역은 박정희 정권 시절에도 거론되었던 지역이지만 너무 내륙으로 들어가 있어 수도의 입지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또한 수도의 이전 문제는 국운이 쇠퇴기에 접어들었을 때 나타나는 일이며, 현재 거론되고 있는 수도권 집중이라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그렇다면 대안은 없는 것일까. 최 전 교수는 그동안 주장해 왔던 대로 청와대터는 풍수지리적으로 큰 단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 해결책으로 옛 일해재단 자리인 성남시 시흥동에 있는 외무부 산하 국제연구교류단지와 세종연구소터를 제시했다.“청와대는 원경이 참으로 아름답게 보입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왜곡된 현실인식을 가져올 수 있고 민심과 떨어져 많은 문제들을 야기시킬 수 있지요. 지금의 청와대터는 옛날에는 임금도 올라가지 않았던 신적권위(神的權威)의 장소입니다.”최 전 교수가 제시하고 있는 옛 일해재단 자리는 총 20만평의 부지로 인근에는 서울공항이 있으며, 여러 가지 시설 면에서도 대통령 관저로 손색이 없다는 것.“나지막한 둔덕에 둘러싸인 평지에 있기 때문에 지금의 청와대터와 같은 권위주의적 입지와는 거리가 멀며 경호문제에 있어서도 쉽게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땅이기 때문에 무난해요. 게다가 평평한 지세조건을 갖추고 있어 일반 국민과 동일선상에 있는 ‘민주적인 공간’이라고 볼 수 있지요.”최 전 교수는 마지막으로 “충청권 수도이전에 대한 자신의 풍수지리적 견해가 일반인들에게 생소할 수 있다”며 “풍수를 생각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명당을 떠올리지만 완전한 터란 없고(風水無全美), 풍수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땅은 무대에 지나지 않으며 무대에 서는 배우가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보잘 것 없는 곳도 아름다운 장소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