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관리도 ‘경영’이다

레저 . 주거 . 패션 등 여가문화 총망라...3월부터 6개월간 진행

공화정 이전 초기 로마의 고위층들은 공공봉사와 기부ㆍ헌납 등을 의무이자 명예로써 경쟁적으로 실천했다. 특히 귀족 등 고위층이 전쟁에 참여하는 전통은 더욱 확고해 한니발이 카르타고와 벌인 제2차 포에니전쟁만 해도 최고지도자인 집정관의 전사자수가 13명에 이르렀다고 한다.‘지도층의 솔선수범’ ‘가진 자의 도덕적 의무’ 등으로 해석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를 설명할 때면 로마이야기가 따라붙곤 한다. 프랑스어로 명예를 뜻하는 노블리스와 의무를 말하는 오블리제의 합성어로 유럽의 귀족문화를 지탱해 온 뿌리가 되는 말이 노블리스 오블리제이기 때문이다.최근 국내 기업들의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여가시간이 증가했지만 그에 따르는 여가문화는 태부족이라는 의견이 많다. 더욱이 국내에는 ‘부자는 많지만 귀족은 없다’고 할 정도로 고급레저 관련상품이나 자료가 부족한 실정이다.경희대학교에서 오는 3월부터 진행하는 제1기 LIMA(Lifestyle Management CEO Program) 최고관리자과정은 이런 점에 착안, 진정한 귀족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는 목표로 개설된 프로그램이다.경희대 관광대학원 특별연구과정의 하나로 신설된 LIMA 과정은 세계 최초의 ‘라이프스타일 경영과정’이라는 게 학교측의 설명이다. 레저분야를 학부의 전공으로 개설해 레저, 여행 등을 따로 다루는 사례는 있지만 레저, 휴양, 주거, 패션, 치유 등 여가문화의 모든 것을 담은 프로그램은 없었다는 것.오는 3월부터 6개월간 매주 수요일에 진행될 이 강의는 총 16개의 강좌로 구성돼 있다. 강의 커리큘럼의 면면을 살펴보면 ‘노블레스 마케팅’ ‘밀리어네어 레저 클럽상품 기획’ ‘라이프스타일산업 게이트웨이 전략’ ‘안티-에이징 라이프스타일’ ‘한방과 명상-치유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13명의 외부영입 강사와 이태희 경희대 관광학부 부교수가 강의를 맡을 예정으로 강사진에는 방송출연으로 유명해진 김소형 한의사와 건축가인 승유상씨 등이 포함돼 있다.학교측은 이 과정의 주요 타깃으로 휴양 전문 리조트 개발회사, 호텔, 여행사 등 기존의 관광 관련 기업과 함께 스파 전문 업체, 노블레스 웨딩업체, 노블레스 잡지 임원진 등 상류층 대상 마케팅 관련 인사를 꼽고 있다. 체계적인 라이프스타일 설계를 원하는 인사들 역시 직접 수강 대상이 됨은 물론이다.프로그램 내용도 이 같은 타깃을 감안해 구성했다고 학교 관계자는 설명한다. 전체 강의 중 60~70%는 상류층의 레저 관련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춘 내용으로 구성하며 그외 부분은 테이블매너처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실제적인 방법들로 채워질 예정이다.국내외 현장강의도 병행하지만 ‘고품격’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고 해서 이 프로그램이 전적으로 상류층의 소비문화를 다루는 것은 아니다. 이태희 부교수는 “관광학을 가르치면서 관광에 대한 국내 시각이 ‘소비적이고 향락적’이라는 데 머물러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특히 관광을 포함한 여가생활은 삶의 에너지원이 되기 때문에 결코 특정계층의 트렌드만은 아니다”고 강조했다.LIMA 프로그램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현장강의가 병행된다는 점이다. 해외체험을 포함해 매 학기 두 번 정도의 현장강의가 진행된다. 해외에서 진행되는 강의와 관련된 비용은 학교에서 일부 부담하는 조건으로 학생들은 실비로 다녀올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학교측의 계획.자연스러운 사교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것 역시 이 프로그램의 또 다른 목표 중 하나다. 강의 수강인원은 40명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상호간의 깊이 있는 만남이 가능한 숫자상의 한계가 40명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강의의 흐름도 전문가의 이론 강의 후 포럼을 곁들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LIMA과정은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입학원서는 경희대 관광대학원 홈페이지(web.khu.ac.kr/~tour)에서 내려받을 수 있고, 원서교부와 접수는 2월14일까지다. 면접전형을 거쳐 2월17일에 합격자를 발표한다.INTERVIEW / 안서규 경희대 관광대학원장“‘경희대’하면 LIMA를 떠올리게 할 겁니다”“세계적 명품회사들이 국내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지만 이 회사들을 한국화시켜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국내 인재들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안서규 경희대 관광대학원장(54)은 국내 명품시장의 주도권은 다국적 기업이 아닌 국내 인재들이 잡아야 한다며 프로그램 개설 취지를 밝혔다.“따라서 LIMA가 이런 역할을 할 인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거죠. 루이비통에 인재를 파견하는 파트너가 경희대가 되지 말라는 법 있습니까.”안원장은 또 언젠가는 누구든 부유층이 될 수 있다며 상류층 문화로 대표되는 고품격 문화를 익히는 것이 곧 글로벌 문화를 익히는 길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경희대 수원캠퍼스에 개설돼 있는 골프 최고위과정이라든가 호텔관광대학의 산학협력체 등과 함께 프로그램을 구성할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그는 특히 한의대가 유명한 학교의 특성을 살려 한방과정 등을 강화한다면 이 프로그램이 하나의 전공분야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경희대를 이야기할 때 ‘아름다운 캠퍼스’ ‘한의대’를 언급하는데요. 앞으로는 여기에 ‘LIMA최고관리자과정’을 추가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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