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등 건설업체도 기대감 부풀어 …해당기업 “상황 지켜볼 일” 한발짝 뒤로
“김칫국부터 마시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만 솔직히 큰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최근 KBS 토론회에 출연해 대선과정에서 공약으로 내건 행정수도 이전을 거듭 강력히 밝힌 뒤 충청지역에 연고를 둔 기업들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실제로 이전지역을 확정한 상태가 아닌데다 10년 이상 걸리는 ‘대역사’임을 감안할 때 어느 기업이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수혜를 받을지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노당선자가 확고한 의지를 갖고 행정수도를 이전할 경우 충청권에 연고지를 둔 기업이나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기업, 건설업체 등은 ‘행정수도 이전의 특수’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보인다.우선 대전, 충남, 충북 등 충청지역에 연고를 갖고 있는 기업들이 ‘수혜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30대 그룹 중 충청권을 대표하는 기업으로는 한화그룹을 꼽을 수 있다. 한때 충청권으로 본사를 이전하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던 한화그룹은 실제 상당수의 공장과 연구소, 학교 등을 갖고 있어 행정수도가 이전될 경우 다른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우위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연고기업 가치 상승할 듯우선 (주)한화는 대전 유성구의 대전공장, 충북 보은의 보은공장, 충남 천안의 천안공장 등을 갖고 있다. 한화종합화학도 충남 청원군에 부강 1, 2공장을 가동 중이다. 이밖에 대전 서구의 동양백화점은 한화가 2000년 1월 인수한 곳으로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혜택을 크게 입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특히 대덕테크노밸리는 한화그룹이 미래 수익모델을 마련하기 위해 대전광역시, 산업은행 등과 함께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여기에다 지역주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야구단 ‘한화 이글스’도 보유하고 있어 지역밀착도가 높은 편이다. 한화 관계자는 “실제 행정수도 이전이 10년에 걸친 장기과제라는 점에서 당장에 이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나 충청지역에 연구소와 공장을 다수 갖고 있어 나름대로 선발회사로서의 장점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기대감을 밝혔다.대전을 근거지로 활동하고 있는 계룡건설은 요즘 사내에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지방 건설회사임에도 불구하고 LG건설, 삼성물산 등 대형 주택업체들과 대등하게 겨룰 정도로 성장한데다 행정수도 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다시 한 번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실제로 지난해 11월 한국도로공사 산하 고속도로관리공단을 905억원에 인수하는 등 상당한 자금력을 과시했다. 지난해 매출액도 전년도에 비해 13% 늘어난 8,000억원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는 1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4,000여개의 건설회사 중 수주액이 (도급순위) 20위권으로 상위권에 포진했다.무엇보다 계룡건설은 지역에서 ‘일류브랜드’로 대접받는다는 이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올해 대전 3지구 748가구를 비롯해 용인 동백지구 등 5개 지구 2,900가구를 상반기 중 분양할 계획이며 ‘계룡리슈빌’이란 새로운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여나가는 등 차분히 행정수도 이전에 대비해 간다는 방침도 세워놓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브랜드 이미지 면에서 전국적인 건설사들과 비교해 차이가 없다”며 “행정수도의 규모와 기반시설 범위가 정해지면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대전에 본사를 둔 충남방적은 지난해 12월19일 이후 각 증권사로부터 수혜기업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대통령선거 전날인 12월18일의 충남방적 종가는 1,080원에 불과했다.그러나 노후보가 당선된 이후 10일 동안 무려 7번의 상한가를 치는 등 행정수도 이전의 최대수혜주로 꼽혔다. 한때 최고가가 2,500원까지 올랐으나 1월21일 현재 2,300원으로 약간 밀린 상황. 그럼에도 여전히 기대를 받고 있는 기업이다.충남방적이 증권가에서 ‘수혜주’로 떠오른 이유로 충청지역 일대에 많은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점이 증시에 반영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충남방적 관계자는 “대전본사 부지 22만평을 비롯해 예산 공장부지, 온양 사원아파트 부지 및 농경지 등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그러나 지난 54년 설립된 충남방적은 98년 11월 기업개선작업 대상회사로 선정되는 등 악전고투하고 있는 형편이다.이밖에 대덕밸리 내 벤처기업들도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현재 대덕연구단지 내 벤처기업은 1,000여개. 특히 128만평의 부지에 5조원 이상의 개발비를 들여 건설하는 대덕 테크노밸리가 올해 본격 착공된다. 이렇게 되면 1,000여개의 벤처기업을 수용할 수 있게 된다.대덕밸리의 벤처기업들은 과학기술부, 산업부, 정보통신부 등 관련부처들이 옮겨오는 행정수도 이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대덕 테크노밸리의 유성곤 기획팀장은 “공장부지 등에 대한 분양상담이 활발하다”며 “벤처기업들의 기대심리가 예전보다 높아졌다”고 전했다.충청지역 대덕밸리 벤처기업들도 큰 기대건설사들도 들떠 있다. 행정수도가 결정되면 대규모 건설수주가 잇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의 김용진 편집장은 “정확한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행정수도가 건설될 경우 신도시급의 기반시설이 들어서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용완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도 “대규모 건설수주가 잇따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지방건설사는 물론 전국 건설사들이 골고루 수혜를 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충청지역에 기반을 갖고 있는 지방건설업체들은 계룡건설을 비롯해 대아건설, 동일토건, 범양건영, 디에스건설, 대원실업, 삼익 등이 있다. LG건설,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등 중앙의 대형 건설업체들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건설업체들 가운데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아직 없다. LG건설 관계자는 “수도권 이전이 본격적 검토단계에 들어가고, 실제 지역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현재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고 말했다.한편 행정수도 이전에 따라 ‘수도권 공장총량제’의 완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수도권에 위치한 첨단기술회사들이 덩달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최근 규제 위주의 현행 수도권 시책을 전면 수정키로 했다고 밝혔다.이중 눈에 띄는 것은 공장총량제를 재검토하겠다는 것. 특히 지식기반 첨단산업을 공장총량제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현재 매년 설정하는 공장총량 한도를 몇 년 단위로 설정하도록 하는 등 대폭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에 공장을 갖고 있는 첨단기업들이 ‘수혜기업’에 속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