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브랜드 이미지 높이고, 제작사 공연비용 벌고, '윈윈'
최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뮤지컬 을 관람한 직장인 최민지씨(27)는 달라진 무대장치를 발견했다.최씨는 “뉴욕이 작품의 배경인데 이전과는 달리 극중 옥외광고판에 실제 브랜드인 ‘TTL’과 ‘WIZWID’가 새겨져 있었다”며 의아해했다.의 제작사 오디뮤지컬컴퍼니는 뮤지컬공연에도 제품노출(Product PlacementㆍPPL) 마케팅을 도입했다. SK텔레콤의 이동통신 브랜드 ‘TTL’과 인터넷 쇼핑몰 ‘WIZWID’를 극중 등장하는 다른 광고판과 섞어 PPL로 선보였다.오디뮤지컬컴퍼니가 기업 등에서 받는 협찬비용은 최소 500만원에서 최고 2,000만원 선. 기획팀의 유주영씨는 “브랜드 노출효과가 큰 PPL의 경우 기업측이 1,000만원 정도의 비용을 협찬한다”며 “오는 5월 선보일 뮤지컬 에도 PPL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고 말했다.업계 관련자들은 문화관광부 자료를 토대로 현재 국내 뮤지컬 시장의 규모가 400억~500억원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연 관객수는 40만~50만명으로 보고 있고, 해마다 15% 이상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최근 문화상품권 발행회사인 한국문화진흥은 영화나 도서, 공연 등 다양하게 사용되는 문화상품권의 회수비율을 조사했다. 그 결과 지난해 뮤지컬 공연장에서 회수된 문화상품권은 2001년과 비교해 무려 35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PPL·공동이벤트 등 활발지난해 의 대성공 후 영화로 몰렸던 투자자금과 문화 마케팅 비용이 뮤지컬로 스며들고 있다. 그 움직임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PPL이 도입된 뮤지컬은 뿐만이 아니다.뮤지컬 (Footloose)에도 LG칼텍스와 버거킹의 PPL이 등장한다. 무대 뒤에 이들 기업의 로고가 노출되고 있는 것. 를 제작한 뮤지컬컴퍼니대중의 김민선 홍보팀장은 “협찬비용은 1,000만원과 3,000만원, 5,000만원, 1억원으로 나뉜다”면서 “최근 뮤지컬을 마케팅 수단으로 삼으려는 기업의 관심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The Play)에는 PPL을 비롯해 다양한 뮤지컬 마케팅이 선보이고 있다. 무대장치로 등장하는 버스정류소에는 이 뮤지컬의 협찬사인 ‘이롬 황성주 생식’과 의류업체 ‘더팬’(The Fan)의 광고가 붙어있다.김종규 더팬코리아 마케팅실장은 “1억5,000여만원을 들여 지난해 11월부터 제작사 인터씨아이와 공동마케팅을 펼쳤다”며 “뉴요커가 컨셉인 ‘더팬’과 뉴욕의 재즈밴드 등이 등장하는 의 이미지가 흡사하다고 판단해 협찬했다”고 설명했다.또 당첨된 관객에게 뉴욕 브로드웨이 항공권과 뮤지컬 티켓 등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제작사와 협찬기업이 공동으로 펼치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는 물론 협찬사 ‘더팬’의 홈페이지에서도 이벤트 응모가 가능하다. 관객의 40~50% 이상이 응모하고 있으며, 공연이 끝나는 2월9일쯤에는 1만명 이상의 관객이 이벤트에 응모할 것으로 제작사 인터씨아이는 예상하고 있다.2월22일 시작되는 뮤지컬 는 컴퓨터 게임업체 ‘조이온’과 함께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때마침 조이온이 ‘해상의 빛, 장보고’라는 장보고를 소재로 한 게임CD의 시판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공동마케팅을 펼치게 됐다. 공연장에서는 공연 프로그램과 게임 데모CD를 묶어 파는 전략을 선보일 예정이다.기업이 아예 뮤지컬 공연장 건립비 일부를 대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7월 처음 선보인 뮤지컬 퍼포먼스 . 공연기간의 제한 없이 무기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장기공연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전용극장의 건립이었다.세종문화회관 뒤쪽에 위치한 전용극장 델라구아다홀은 5층 건물 높이에 연면적 1,000여평 규모로 21억원의 건립비를 투입해 세워졌다. 이 가운데 거액을 협찬한 LG전자는 그 대가로 톡톡한 홍보효과를 거두고 있다.델라구아다홀 외관에 공연명칭인 (De La Guarda)와 나란히 휴대전화 브랜드인 ‘LG 싸이언(Cyon)’ CI(로고)를 넣은 것이다. 또 델라구아다홀 안에 휴대전화 ‘싸이언’ 전용 전시관을 건립했다.공연장 내부에서 휴대전화 제품 전시와 시연이 가능하며 로비에는 LG전자의 PDP 및 LCD TV를 설치해 관객의 시선을 끌고 있다. LG전자측은 “ 후원은 문화계와 기업간 상호 이익 실현이 가능한 미래지향적 마케팅”이라며 “문화공연의 성공과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문화 마케팅”이라고 설명했다.뮤지컬 공연장 건립 협찬도1월29일 막이 오른 뮤지컬 도 뮤지컬 마케팅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인 는 1월 초까지 3만장의 관람권이 팔렸다. 협찬사는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캐시캣’(Cathycat)이며, 후원사는 외식업체 ‘베니건스’ 등이다.캐시캣을 홍보하는 성유진 LG생활건강 대리는 “화려한 메이크업을 한 고양이가 등장하는 는 색조 전문 화장품인 캐시캣의 이미지를 그대로 흡수했다”며 “뮤지컬 관객 중 여성이 많다는 것에 착안, 타깃층도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캐시캣 제품의 매체광고에 뮤지컬 와 제품을 결합한 광고를 행하며 미용, 분장학교나 학원을 대상으로 분장팀의 메이크업교실도 열고 있다.후원사인 레스토랑 외식업체 베니건스는 메뉴에서부터 이벤트까지 ‘캣츠’ 이미지로 변신했다. 테이블에서부터 메뉴판까지 ‘캣츠’가 점령했고, 안내원들도 캣츠 복장을 하고 있다. 의 2월22일 오후 3시 공연 전 좌석을 구입해 베니건스 고객을 초대하는 등 관련 이벤트를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공연시 출판사인 문학세계사는 가스통 르루의 원작 프랑스판을 번역 출간해 베스트셀러를 기록했었다. 공연에 발맞춰 문학세계사는 이번에도 의 원작인 T S 엘리엇의 시집 (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를 출간했다.이와 동시에 문학세계사는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그림동화로 기획한 동화집도 출간했다. 영화처럼 뮤지컬도 공연시작과 함께 책이 출간되는 등 파생 비즈니스도 더불어 성장하는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이시혁 SK텔레콤 마케팅전략본부 프로모션팀 부장은 “기업이 공연문화업계에 단순 스폰서로 참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과 공연계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펼치는 기업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뮤지컬을 통한 마케팅으로 기업은 공연의 후원자에서 동반자로 거듭나고 있으며 이는 기업이미지를 높이는 효과까지 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