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 강한 기업들 인기 급상승

일본 경제주간지 조사, 도요타 2년 연속 1위 . 닛산 35위서 16위로 대약진

일본 샐러리맨과 경영자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자국 기업들에 대한 이미지 평가가 정확한 윤곽을 드러내 화제다. 일본의 경제주간지 는 2002년 10월 하순 2,245명의 30대 이상 독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 직장인과 경영자들의 눈에 비친 기업들의 이미지를 점수로 평가한 후 최근 공개했다.종합랭킹에서 도요타는 일본 최강의 간판기업이라는 찬사에 걸맞게 2001년에 이어 2002년에도 톱을 차지, 실속과 실력뿐만 아니라 이미지에서도 완벽한 철옹성을 구축해 놓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랭킹 2위는 2001년 3위에서 한 단계 뛰어오른 소니에 돌아갔으며, 도요타의 라이벌 혼다는 소니와 자리를 맞바꿨다.명실공히 일본을 대표할 만한 20위까지의 리스트에는 이밖에 야마토운수(택배업체ㆍ4위) 세븐일레븐재팬(편의점업체ㆍ5위) 가오(생활용품ㆍ공동 5위) 캐논(광학기기ㆍ사무기ㆍ7위) 샤프(전자ㆍ8위) 세콤(보안ㆍ경비ㆍ9위) 아사히맥주(10위) 후지사진필름(11위) 닛싱식품(라면ㆍ냉동식품ㆍ12위) NTT도코모(이동통신ㆍ13위) TOTO(욕조 등 생활도기ㆍ14위) 이토요카도(유통ㆍ15위) 산토리(주류ㆍ16위) 닛산자동차(공동 16위) 산요전기(18위) 일본IBM(19위) 교세라(광학ㆍ의료ㆍ사무기기ㆍ20위) 다케다약품(공동 20위) 등이 이름을 드러냈다.는 조사결과와 관련, 도요타의 승승장구와 닛산자동차의 이미지가 수직상승한 것을 가장 큰 특징으로 지적하고 있다. 세븐일레븐과 닛싱식품, 이토요카도, 산요전기의 선전은 일본경제의 가장 큰 고질병으로 꼽혀온 디플레이션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며 자생력을 키운 기업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는 도요타가 최강의 이미지를 구축한 배경으로 어느 일본 기업도 넘볼 수 없는 고수익 체질과 무섭도록 철저한 코스트다운(원가압축)을 꼽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북미시장에서 호성적을 올리고 있는 것도 또 하나의 배경으로 지적됐지만 2001년 결산(2002년 3월)에서 일본 기업 사상 최초로 ‘경상이익 1조엔대’를 달성한 데 이어 2002년 결산(2003년 3월)에서는 이를 훨씬 뛰어넘는 성적을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몰표를 주었다는 분석이다.도요타, 지난해 2000억엔 규모의 비용절감도요타는 또 최근 수년간 전세계 자동차메이커들이 목을 걸고 매달린 코스트다운 경쟁에서도 소리 없이 눈부신 성과를 거두며 고수익 실현의 발판으로 삼았다는 것이 다이아몬드의 지적이다.는 경쟁자동차메이커들이 부품협력업체를 위에서 아래로 눌러 내리면서 코스트다운을 일궈내는 것과 달리 도요타의 경우 자체 아이디어와 노력을 코스트다운의 출발점으로 삼았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설계 변경, 유통망 정비 및 범용 부품의 사용 등 전사적 도전과 실험의지가 자연스럽게 하부 협력업체로 확산되면서 도요타는 이미 2002회계연도 중 2,000억엔 규모의 코스트다운 성과를 실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조사결과에 나타난 도요타의 또 다른 강점은 평가항목 어디에서도 취약한 곳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종합랭킹의 산정근거로 ① 제품, 서비스의 우수성 ② 사회공헌, 윤리관 ③ 체질전환, 자기혁신능력 ④ 인재육성, 활용 ⑤ 성장력 ⑥기술력, 상품기획력 ⑦ 재무구조 등의 7가지를 감안했다.그러나 도요타는 인재육성과 활용 부문에서만 3위(소니가 1위)에 머물렀을 뿐 나머지 여섯 부문에서 모두 톱을 휩쓸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고르게 점수를 받은 완벽한 강자의 면모를 과시한 것이다. 도요타는 2001년 조사에서 제품, 서비스의 우수성과 성장력 등 두 부문에서 혼다에 1위를 내주었지만 이번에는 여기서도 혼다를 제쳤다.전세계적 정보기술(IT) 버블 붕괴의 후유증에 휘말려 강자 기업의 체면에 상처를 입었던 소니는 게임기사업의 호조와 미국시장에서 터뜨린 영화사업의 대박, 그리고 디지털카메라를 새로운 성장원동력으로 삼으며 2위로 올라선 것으로 관측됐다.종합랭킹에서 3위로 한 단계 내려앉은 혼다의 변화와 관련, 는 경영실적과 노하우에서 도요타에 상대적으로 뒤진 것이 감점요인이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북미시장에서 도요타보다 훨씬 강한 브랜드 파워를 구축하고 있는 혼다가 소형승용차에서 대형 히트상품을 내놓으며 일본 국내 시장을 강타하고 있음에도 불구, 종합이미지에서 도요타에 밀린 것은 경영시스템에 원인이 있었다는 분석인 셈이다.는 도산위기에서 기사회생한 닛산자동차의 경우 경영실적 못지않게 기업이미지에서도 ‘V’자의 급상승커브를 실현했다고 전했다. 구조조정의 마술사로 불리는 카를로스 곤 사장이 지휘봉을 잡은 직후인 2000년 닛산의 기업이미지는 종합랭킹에서 135위까지 밀려나 있었다. 곤 사장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무자비하게 종업원을 해고하고 협력업체들을 윽박지른다는 소문이 쫙 퍼지면서 1999년의 118위보다 17단계가 더 후퇴해 있었다.그러나 적자의 수렁을 벗어나 우량 흑자기업으로 탈바꿈했다는 평가가 정착되면서 이미지는 2001년부터 순식간에 급상승세로 돌아섰다. 닛산의 기업이미지 종합랭킹은 2001년 34위로 100단계 이상을 치고 올라갔다. 그리고는 2002년 마침내 ‘베스트20’ 내에 가볍게 진입하는 눈부신 성과를 올렸다.는 닛산의 변신에서 또 하나의 커다란 변화를 읽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001년의 이미지 업그레이드는 실적호전과 혁신, 그리고 인재육성이라는 점에서 큰 평가를 받았던 것과 달리 2002년은 대형 히트상품을 터뜨린 것에 톡톡히 힘입었다는 것이다.전기·전자업종의 산요전기 급성장 ‘눈길’닛산이 모델을 전면 개조해 신개념의 차로 2002년 3월 선보인 소형승용차 ‘마치’는 가뭄 끝 단비와 같은 꿀맛을 닛산자동차에 안겨주는 데 성공했다. 깜찍하면서도 앙증맞은 외관에 현대적 스타일의 디자인으로 옷을 갈아입은 마치는 2002년 한 해 동안 일본의 전체 소형승용차 시장에서 판매실적 랭킹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구조조정 성과만 자랑할 것이 아니라 진짜로 소비자들이 찾는 제품을 만들어야 살아남을 것이라는 비판을 들어왔던 닛산으로서는 엄청난 대변신을 이룬 셈이다.기업이미지 랭킹 4위의 야마토운수와 공동 5위의 세븐일레븐재팬 및 가오에 대해 는 ‘업종은 달라도 향기를 가진 기업’이라는 말로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불황으로 경영환경이 나빠졌다 해도 철저한 내부관리와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고 성장가도를 달려온 공통점을 이들 3사는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특히 이들 3사는 고객의 마음을 읽어내는 철저한 서비스 정신과 마케팅을 중시하면서 신상품 개발에서 경쟁업체들을 항상 몇 발자국씩 앞서 간 것이 좋은 이미지를 유지한 거름이 된 것으로 풀이됐다.전기ㆍ전자업종에서 두드러진 특징의 하나는 만년 하위업체로 꼽혀왔던 산요전기의 이미지 급신장과 후지쓰, NEC의 추락이다. 산요전기는 지난 99년까지만 해도 이미지 랭킹에서 70위를 훨씬 벗어나며 대형 전기ㆍ전자업체들 중 최하위에 머물러 있었다.그러나 ‘경쟁 타사들이 만들지 못하는 독보적 제품개발’의 기치를 높이 들고 모든 자원과 역량을 한곳에 집중시킨 2000년 이후 바깥 세상에 비친 산요전기의 이미지는 크게 달라졌다. 비수익사업을 과감히 포기하고 2차전지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을 통한 디지털카메라사업을 적극 밀어붙인 결과, 산요는 불과 2년 만에 질과 양에서 모두 우량기업으로 도약했다.2차전지에서 세계시장의 30%를 장악하는 데 성공한 산요는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부품에서도 강력한 경쟁기반을 구축, 기업이미지 랭킹에서 일본 전기ㆍ전자업계의 얼굴로 꼽혀온 마쓰시타전기까지 제치는 성과를 올렸다.yangs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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