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장세 전개 가능성’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저가매수 기회

주식시장이 좀처럼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미 20만원대로 주저앉았으며 나머지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의 주가도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이로 인해 종합주가지수는 500대로 추락했지만 여전히 전문가들의 장세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미국ㆍ이라크 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이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그래서인지 주가상승을 예견하는 보고서를 찾기가 쉽지 않다.이런 상황에서 낙관적인 견해를 ‘용감하게’ 펼친 리포트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라는 증시격언처럼 어쩌면 바로 지금이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김성노 동부증권 리서치팀장(34)이 2월11일 발간한 보고서는 바로 이런 ‘희망’을 담고 있다.주식시장에 비관론이 만연합니다. 보고서에서는 이와 반대로 주가상승을 점치고 있는데요.아직 대외변수가 호전되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지정학적 문제 외에도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심리도 있습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시장참여자 중 상당수가 고민하는 변수이기 때문에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점을 토대로 볼 때 현재 상황은 경기 측면에서 접근하기는 시기상조라는 것에는 동의합니다.현시점에서 주목할 점은 바로 주가가 저평가 국면에 있다는 것이죠. 삼성전자, SKT, KT 등 국내 주요기업들의 주가는 분명 저평가돼 있습니다. 이들의 EV/EBITDA 배수(그림설명)를 보면 이런 사실을 잘알 수 있습니다. 이들 종목이 4배 이하에서 거래된 것은 95년 이후를 보자면 외환위기 때나 있었습니다.또한 자산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rice on book value ratioㆍPER)은 0.8배 수준으로 지난 2001년 미국 뉴욕 9ㆍ11테러 수준에 근접했죠. 이런 점을 볼 때 노출된 악재들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판단이 들더군요.그렇다면 앞으로 유동성 장세가 도래하리라고 보는 근거는 무엇입니까.유동성 장세는 ‘돈의 힘으로 움직이는 장세’를 뜻합니다. 지표 개선은 보이지 않지만 주식시장에 돈이 넘쳐나서 주가가 오른다는 것이죠.앞으로 유동성 장세가 도래하리란 근거는 크게 세 가지로 모두 ‘돈의 유입’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선 2월 이후 연기금의 주식매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올해 국민연금의 주식매수 예정금액은 4조9,000억원입니다.지난 1월에는 매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월 평균 4,455억원씩 매수할 수 있는 셈이죠.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의 과거의 예를 돌이켜 볼 때 대통령취임식이 열리는 2월25일을 전후로 이들이 큰 규모로 주식을 매수할 가능성이 큽니다.기업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최근 기업들은 주가보호를 이유로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습니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에 5,000억원, 그리고 8월부터는 1조원어치의 자사주를 산 바 있죠. 올해는 자사주 매입액이 더 늘어나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개인투자자에게 지급될 배당금도 중요 변수죠.배당금 유입으로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배당금으로 지급된 금액으로 주식을 산다면 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논리죠. 2월8일까지 배당을 하겠다고 공시한 기업은 거래소 65개 및 코스닥 34개 등 총 99개사입니다. 이는 전체 상장 및 등록 기업수의 6.4%에 불과하죠. 주목할 점은 수는 적은데도 이들이 공시한 현금배당금은 4조원에 달한다는 것입니다.앞으로 배당을 공시할 기업까지 고려한다면 현금배당금은 9조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이중 외국인과 기관, 그리고 개인 대주주가 받을 배당금은 제외해야겠죠. 외국인은 본사로 송금하는 경우가 많고 개인 대주주는 그대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입니다.따라서 이들이 받을 몫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 즉 3조2,000억원 정도가 고객예탁금으로 편입될 듯합니다. 현재 고객예탁금 수준이 8조원대임을 감안하면 이 금액도 놀라운 액수죠. 실제 배당금이 지급되는 것은 대체로 주주총회 후 1개월 이내입니다. 따라서 2월 하순부터 4월 중순까지는 수급이 개선될 수 있을 전망입니다.전망대로 실현된다고 가정하면 투자자는 어떤 업종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요.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증권업종입니다. 유동성 장세에 있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죠. 보고서를 발간한 후 하루 만에 ‘무디스 악재’, 즉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꾼 일이 있었습니다. 뜻밖의 대형 악재를 만난 셈이죠.하지만 하루 만인 2월12일에 증권업종이 큰 반등세를 보였습니다. 이를 보고 많이 흥분됐습니다. ‘내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증권업종 외에도 업종을 막론하고 대형 우량주에 투자하는 것도 바람직합니다. 연기금 등이 투자한다면 대체로 우량주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유동성 증가가 주가상승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자가 이에 공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고서가 나온 후 투자자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얼마전 투자자문사로부터 세미나를 갖자는 부탁을 들었습니다. 현 장세를 잘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죠. 개인투자자들의 문의도 적지 않았습니다. 아쉬운 점은 개인투자자들은 아무리 장세를 잘 맞춰도 종목선정에서는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는 거죠.얼마전 한 개인투자자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떤 종목을 사는 것이 좋겠냐는 내용이었죠. 삼성전자 등 대형 우량주를 노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하니 실망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비싸서 못산다’는 뜻이었습니다.이런 분들일수록 소외된 소형주를 노리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주식의 수보다 수익률입니다. 삼성전자 10주가 10% 오르는 것과 소형주 1,000주가 10% 오르는 것은 같습니다. 지금은 소외종목보다 차라리 대형주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삼성전자 EV/EBITDA 배수추이그림설명EV/EBITDA(enterprise value/earning before interest, tax,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 기업이 자기자본과 타인자본을 이용해 어느 정도의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 비율이 낮을수록 영업활동으로 창출해내는 현금흐름에 비해 기업가치가 저평가되었다고 볼 수 있음.? 수익성 증대 국면 ? 수익성 증대 국면? 수익성 저하 국면 ? 수익성 저하 국면? 수익성 저하 후 정체 국면 ? 수익성 증대 국면EV/EBITDA 배수를 이어보면 현재 주가가 저평가 되어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 김성노 팀장은 “삼성전자의 2003년 예상실적을 근거로 했을 때 이 배수는 4 미만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외환위기 당시와 같다”고 설명했다. 즉 외환위기 당시 삼성전자의 수익성은 악화 후 정체된 상태를 보이던 때였으며 이에 따라 EV/EBITDA 배수도 4 미만이었다. 이를 통해 현재의 악재는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는 논리다.자료 : 동부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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