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인당 평생의료비 6,312만5천원

40대 이전까지는 1,535만원, 정년퇴직시기 50세 이후엔 4,153만원 들어

평소 몸이 튼튼해 별다른 병이 없는 사람들은 그 중요성을 잘 모른다. 또 별로 건강에 대해 신경 쓰지도 않는다. 마치 공기의 필요성을 간과하기 쉽듯이 말이다. 건강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다.하지만 건강하게 사는 것이 경제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는 수치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영호 박사가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평생의료비는 무려 6,312만5,000원(평균 수명 80세 가정)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평생의료비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예컨대 부모의 도움을 받는 어린시절이나 한창 경제활동을 하는 시기의 의료비는 그다지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다. 30대를 살펴보면 약 440만원이다. 연간으로 치면 44만원꼴이고, 월단위로는 3만7,000원쯤 된다.하지만 앞서 지적한 대로 나이가 들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인생의 전반기인 40대 이전까지는 1,535만원인 데 비해 후반기는 이의 세 배가 넘는 4,779만원이나 된다. 특히 정년퇴직 시기인 50세 이후에는 4,153만8천원이나 되는 것으로 분석된다.의료비 지출 증가율 연평균 15% 넘어심지어 70세 이후에는 총 1,683만원을 차지, 연간 140만원을 의료비로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달 평균 12만원 가량을 병원비로 쓴다는 애기다. 상당히 큰 액수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후자금을 넉넉하게 마련해 놓은 사람이라면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가정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수도 있다.하지만 이것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 의료비 지출 규모는 1985~2000년 사이에 연평균 15.62%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연평균 증가율 13.96%를 상회하는 것이다. 국민의료비 증가와 경제성장률과의 격차가 지속될 경우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질병을 앓고 있는 인구비율(유병률) 역시 심상치 않다. 1995년에는 34.5%에 지나지 않았으나 1998년에는 54%로 크게 증가했다. 조사결과 이 수치의 경우 앞으로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여 의료비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이에 비해 평균수명은 1970~2000년 사이에 12세 가량 연장돼 이미 74세를 넘어섰다. 80세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설명이다. 특히 최근 들어 가속도가 붙은 상태라 조만간 평균수명 80세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건강수명 역시 간단치 않은 상황이다. 질병 없이 사는 기간인 건강수명은 약 65세에 머물러 있어 인생의 상당한 시간을 질병과 장애로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건강수명을 OECD 29개국과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의 경우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취약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일단 정부에서는 지난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령을 제정하는 등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체육시설과 보건소 확충 등 건강증진 사업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효율적인 사업을 전개한다고 단언하기에는 이른 실정이다. 특히 건강문제는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노력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여기서 우리는 다른 차원에서 건강과 의료비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살펴본 대로 별다른 노력이 없다면 대개 말년에 엄청난 액수의 의료비를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평소 철저하게 건강을 유지하고 꾸준히 운동을 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편안한 노후를 보내는 것은 물론이고 의료비 걱정에서 해방될 수 있는 것이다.사실 따지고 보면 평소 건강을 유지하는 데 그리 많은 돈이 드는 것은 아니다. 헬스클럽에 다닌다고 가정하자. 클럽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대략 한달 이용료가 10만원 안팎이다. 동네 헬스클럽은 5만~6만원 선이다.만약 이것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면 조깅이나 걷기 등을 하면 된다. 말 그대로 간단한 운동복에 운동화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 박원하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과 교수는 “조깅이나 걷기는 아주 좋은 운동”이라며 “하루에 30분씩만 시간을 내서 하면 많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대다수의 사람들은 생명보험에 가입한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또 개인연금 등에 가입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보험에 들고 연금에 가입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이런 것들은 ‘사후약방문’ 성격이 짙다. 그보다 운동을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보험회사에 돈을 불입하듯 주기적으로 운동을 하면 노후를 훨씬 편안하게 보낼 확률이 높다.어차피 젊어서는 경제적인 능력이 어느 정도는 있다. 한달에 10만원 정도씩만 투자해도 몸 상태를 얼마든지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만약 이를 실천하지 못한다면 노후에 적잖은 액수의 돈을 매달 지불해야 한다. 박교수는 “젊어서 미리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1인당 평생의료비를 감안해 자신의 건강계획서를 만들어 이를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INTERVIEW / 정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평생의료비 증가는 세계적 추세”“최근 평생의료비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마 몇 년 후에는 지금보다 더 늘어날 수 있을 겁니다. 우리 모두 미리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정영호 박사는 보건경제학을 전공한 연구원이다. 질병의 사회적 비용과 개인적 손실액 등을 주로 연구한다. 1인당 평생의료비 역시 그의 주요한 관심분야다.1인당 평생의료비가 6,000만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는데요.급속한 노령화에 따른 결과로 풀이됩니다. 특히 60~7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습니다. 60대부터 월평균 의료비가 10만원을 넘어서기 시작하죠. 특별한 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이 액수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 사정은 어떠합니까.우리와 비슷하다고 보면 틀림없습니다. 특히 일본의 경우 평생의료비 구조를 보면 우리와 같은 상황입니다. 워낙 노령인구가 많은데다 별다른 준비 없이 노년을 맞기 때문이죠.건강수명 역시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인가요.OECD 국가의 평균 건강수명은 70.2세입니다. 또 일본만 놓고 보면 74.5세에 이릅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건강수명(약 65세)은 최하위권입니다.같은 맥락에서 건강증진 사업의 필요성이 거론되는데요.국민건강증진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합니다. 미국 보건성의 연구결과를 보면 운동 등 건강한 생활을 실천할 경우 조기사망의 40~70%, 급성 및 만성질환의 33~67% 정도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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