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의 ‘실질’ 연체율, 최악은 지났다>

바닥친 ‘카드주’ 상승예감

카드 신용불량자 증가와 이에 따른 가계부실이 사회적 문제로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계의 실질 연체율이 최악의 국면을 지났다는 희망어린 전망이 나왔다.배현기 동원증권 리서치센터 금융산업팀장과 이철호 카드담당 애널리스트가 지난 2월12일 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배팀장은 대손상각과 대환론(연체된 카드빚을 장기대출로 바꿔주는 것)을 감안한 가계의 ‘실질’ 연체율을 산출, 가장 나쁜 상황은 탈출했다고 보고 있다. 배팀장은 와 중앙리서치가 지난해 말 조사한 2002년 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의 은행, 신용카드 부문에서 10위를 차지하기도 했다.가계 실질 연체율이 최악의 상황을 지났다고 전망한 보고서를 작성한 이유는 무엇입니까.다른 보고서와 비슷한 내용을 담을 바에는 쓰지 않겠다는 철학을 지니고 있습니다. 시장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의 보고서를 내는 것이 목표죠. 주로 한 발 앞서 전망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이런 이유로 현재 시장 정서와는 정반대되는 ‘마이너’ 리포트를 내고는 해요. 현 시장 정서가 안 좋아도 이에 편승하면 투자적기를 놓칩니다. 투자자가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앞선 전망을 내놓는 것이죠. 연체율이 최악의 국면을 ‘언제’ 지나는지 그 ‘타이밍’이 문제가 되는데 다른 이들보다 그 시점을 빠르게 분석한 거죠.보고서 제목의 ‘실질’ 부분에 강조를 했습니다. 연체율과 ‘실질 연체율’은 어떻게 다르며, ‘실질 연체율’ 산출의 의미는 무엇입니까.금감원이 밝힌 1월 말의 은행계 신용카드 연체율은 지난해 12월보다 1.7%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은행과 신용카드사들이 대손상각을 실시하고 대환론을 확대해 연체율이 ‘통계적으로’ 하락했다고 봅니다. ‘눈 가리고 아웅’인 셈이죠.차주의 신용위험을 제대로 측정하기 위해서는 상각과 대환 효과를 감안한 ‘실질’ 연체율을 산출할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실질 연체율을 통해 가계의 신용위험을 재평가할 필요성을 느꼈던 겁니다. 대환채권(re-aged loan, re-written loan)은 자사의 연체카드 대금 상환용으로 고객에게 진행된 대출, 즉 카드론을 뜻합니다.‘실질 연체율=실질 연체채권/(채권잔액+상각채권)’의 공식을 사용했죠. 즉 은행 가계대출과 전업사의 신용카드채권, 연체액을 대상으로 각각 상각액과 대환규모를 추정 또는 조사해 가계의 실질 연체율을 산출했습니다.가계 실질 연체율의 변화 추이는 어떤가요.은행 가계대출의 실질 연체율은 지난해 9월 이후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12월 은행 가계대출 연체액은 33조4,000억원이었는데 실질 연체율은 5%였죠.반면 신용카드채권의 실질 연체율은 가계대출과는 달리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질 연체액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 연체율도 조만간 하락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가계 대출의 실질 연체율이 하락한 이유는 무엇입니까.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효력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가계대출을 규제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4월부터였습니다.이후 둔화되었던 가계대출이 9월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하자 11월에 다시 강도 높은 추가 규제를 실시하기도 했죠. 우리의 분석에 따르면 실질 연체액은 이미 8월부터 꺾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시차를 두고 ‘규제 → 대출둔화 → 연체 진정’의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신용카드의 연체율도 실질 연체액 증가 측면에서 최악은 지났다고 봤는데요.신용카드 채권이 급속히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01년입니다. 문제가 되는 연체율이 본격적으로 상승국면에 진입한 것은 지난해 6월이었죠. 지난해 하반기 이후 월별 데이터로도 의미 있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봤습니다.최악은 지났다는 판단의 근거는 먼저 상장ㆍ등록 카드 3사인 LG, 외환, 국민카드의 실질 연체액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겁니다. 실질 연체액은 물론 상각과 대환채권을 고려한 것이죠. 또 지난해 하반기 이후 카드사들이 채권공급의 절대량을 줄인 데 따른 지연 효과도 기대하기 때문에 최악은 지났다고 본 거죠.외환카드의 경우 실질 연체액이 지난해 10월 2,186억원, 11월 1,163억원, 12월 529억원(1개월 이상 연체 기준)이었습니다. 호전 추세가 이어진다면 흑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LG카드는 11월 5,094억원, 12월 3,598억원으로 줄고 있습니다. 외환, LG카드는 10~11월을 고비로 연체금액의 증가규모가 한풀 꺾였습니다.올 1월 국민카드 연체율은 13.6%로, 지난해 12월에 비해 한달 사이에 3.8%가 뛰었습니다. 보고서에서 국민카드의 실질 연체액은 비정상적인 양태를 보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유독 국민카드만이 다른 2개사와 달리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지난해 상반기의 공격적인 채권증가에 따른 후유증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카드사간 경쟁이 극에 달했던 2001년 하반기 이후부터 카드사에 대한 한층 강화된 규제가 있었습니다. 이 시기의 특징은 전업계에 밀리던 모습을 보인 은행계 카드사인 국민, 외환카드의 채권 증가가 눈에 띈다는 점이죠.지난해 초 외환카드는 비교적 일찍 채권공급을 줄였지만, 국민카드는 지난해 상반기 내내 채권공급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 이유는 지난해 3월26일 발표된 금감원의 ‘신용카드사에 대한 검사결과 및 제재 조치’로 LG, 외환카드가 각각 2개월, 1.5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아 신규영업이 중단됐었기 때문이죠.국민카드는 이 시기를 틈타 외형을 확대시키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결국 자의든 타의든 결과만 놓고 보면 이런 이유로 국민카드만 연체금액 증가가 줄지 않게 된 것이죠. 그러나 국민카드 역시 ‘신용제한 → 연체둔화ㆍ감소 → 연체율 하락’의 경로를 거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신용팽창과 자산건전성은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신용카드사의 주가 상승 시점은 언제일까요.2월18일 외환카드의 주가는 전일 대비 6% 올랐습니다. 실질 연체액이 줄어든 외환카드의 주가가 ‘한 마리의 제비’가 돼 ‘봄을 알리는 셈’이죠. 한 마리 제비의 움직임도 놓치지 않고 포착하는 것이 훌륭한 투자자와 펀드매니저에 이르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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