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매니저 연봉 1억5천만~2억원 선

ㄱ투신에 근무하는 경력 7년의 펀드매니저 A씨는 최근 세 명의 동료매니저들과 마찬가지로 서치펌의 헤드헌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요즘 일임형 랩어카운트 상품을 운용할 인력이 필요하다고 의뢰하는 증권사가 많으니 한 번 만나자”고 제안해온 것이다.이들은 헤드헌터를 만나 이력서를 건네줬다. 그는 “대형투신사에서 중소형사로, 또는 비슷한 투신사로 펀드매니저들이 자리바꿈을 하는 경우는 많았다”며 “그러나 이번처럼 새로 수요가 창출되는 경우는 흔치 않을 뿐만 아니라 현재보다 꽤 높은 보수나 직급을 제시할 것처럼 보여 증권사로 옮겨볼까 하는 마음도 든다”고 귀띔했다.일임형 랩어카운트 실시를 앞둔 증권가는 운용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회사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삼성, LG, 대우 등 대형증권사들과 투신사에서 전환한 증권사들은 3~6명 내외의 펀드매니저로 구성된 일임형 랩어카운트 운용팀을 꾸리는 중이거나 앞으로 꾸릴 예정이기 때문이다.대우증권 상품개발팀 송석준 과장은 “아무래도 초창기에 고객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수익률로 호소하는 방법밖에 없고, 그러기 위해서는 스타급 매니저를 내세우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질 좋은 운용전문인력을 확보한 증권사가 약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송과장은 “우리 회사도 랩어카운트 운용인력의 일부는 외부에서 채용한다는 계획이지만 명망 있는 매니저를 데려오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랩어카운트 운용팀을 만드는 증권사들은 투신사에서 펀드를 운용해 본 경험이 있는 매니저를 선호한다. 일임형 랩은 실질적으로 투신사의 펀드와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자사의 자산으로 거래를 하던 증권사 출신 펀드매니저들은 단기 및 초단기 데이트레이딩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중장기 자산관리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것.삼성증권의 경우 김명권 전 주식운용팀장이 신설된 랩 운용팀에 홀로 와 있는데 앞으로 운용역들을 충원할 계획이다.대우증권 역시 랩 전담운용팀을 구성했다. 3명은 사내 인력 중에서 충원하고, 3명의 펀드매니저는 외부에서 구인 중이라고 밝혔다. LG증권은 3월 중 일부 조직개편을 통해 랩 운용팀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투신전환 증권사들은 계열 운용사들을 통해 보다 쉽게 운용인력을 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소형사 중에는 미래에셋증권이 발빠르게 ‘머니매니저’라는 이름으로 영업추진본부 내에 3명의 매니저와 2명의 트레이더로 이뤄진 고객자산운용팀을 구성했다.구인 대상이 되는 운용역은 최고투자책임자(CIO)급과 팀장급, 그리고 과장급 매니저들이다. 특히 CIO급이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여러 회사들이 한꺼번에 달라붙으면서 경쟁이 치열해진데다 또한 2003년 벽두부터 스타급 매니저들의 이동이 빈번했던 까닭에 펀드매니저 구하기가 쉽지 않다.올해 초 프랭클린 템플턴의 이해균 부장이 삼성투신으로, 조한욱 삼성투신 펀드매니저는 마이에셋 주식운용본부장으로 옮겼고 대투운용 이기운 주식운용본부장이 그만둠에 따라 이춘수 주식운용 2팀장이 본부장 후임을 맡는 등 이름값 있는 펀드매니저들이 많이 움직였다. 일반적으로 3월이 증권가의 본격적인 ‘이사철’인데, 이때 연봉협상이 이뤄지기 때문이다.서치펌 ‘굿맨 앤 트루’의 모성수 사장은 “일임형 랩에 적극적인 증권사들은 펀드매니저들의 명단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해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름값과 실력, 양쪽을 모두 갖춘 사람을 찾다 보니 기대를 충족하는 적임자를 골라내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펀드매니저들의 몸값은 경력에 따라 천차만별. 특히 주식시장 상황에 따라 50%까지 늘었다 줄었다 한다고 알려져 있다. 요즘은 장이 좋지 않기 때문에 A급 매니저의 연봉도 1억5,000만~2억원 선으로, 알려진 것보다 거품이 많이 빠져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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