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금융공학 박사 . 카이스트 석사에서 CPA . 제일기획 초고속 승진자까지
영국 맨체스터 비즈니스스쿨의 금융공학 박사가 국내 외국계 증권사에서 일한다면 화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화려한 학력과 경력을 지닌 유학파가 국내에 많아졌기 때문이다.그러나 그 박사가 새마을금고연합회에서 일한다면 ‘놀랍다’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엘리트코스를 밟은 이에게는 의외의 직장이라고 생각하며 왜 그곳에서 일할까 궁금해 하기 십상이다.마찬가지로 공인회계사(CPA)와 국제재무분석사(CFA) 자격증을 지닌 인재가 상호저축은행에서 일한다는 것도 익숙지 않은 풍경이다. 그러나 실제로 한국상호저축은행과 관계사인 진흥상호저축은행, 경기상호저축은행은 9명의 공인회계사를 보유하고 있다.현대스위스상호저축은행도 인재유치에 적극적이다. 연체관리를 위한 리스크관리 시스템(RMS)을 자체 개발한 현대스위스상호저축은행은 이를 위해 카이스트 석사 10명을 채용했다. 이밖에도 종금사와 생명보험사, 캐피털회사 출신의 금융인력을 스카우트했다.대금업체에서도 뜻밖의 인재들이 대거 발견된다. 국내 유수의 은행과 증권회사, 외국계 금융사, 광고대행사에서 촉망받던 인력들이 대금업체의 대표이사로 임명된 데 그치지 않는다.일본 아에루(AEL)계열의 에이앤오(A&O)는 첫 공개채용 때 경쟁률이 40대1에 이르렀다. 10명 모집에 400여명이 지원한 것. 지원자들 가운데는 석사 이상이 24명, 해외유학파가 7명, 토익 800점 이상자가 100명이었다.A&O 성용렬 인사팀장은 “기존에는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아 인력채용회사를 통해 인재를 개별적으로 스카우트해 왔지만 이제는 기업 위상이 높아져 공개채용으로도 고급인재를 충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대금업체의 급여가 시중은행 수준으로 높은 점과 향후 성장성이 밝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헤드헌팅전문회사 잡서치코리아의 이기대 대표이사는 “직장의 이름보다 직종 그 자체를 중시하는 인재가 많아진 까닭”이라며 “앞으로 이 같은 실리 추구 풍토가 자리잡을 것”이라고 분석했다.이종우 새마을금고연합회 신용사업부 주식파생상품팀 팀장영국 맨체스터 금융공학 박사 출신‘일본 게이오대학과 동대학원에서 경영학 전공. LG증권, 다이와증권, 제일은행에서 8년간 근무. 영업부터 리서치, 코리아-유로 역외펀드 설립 및 운용까지 다양한 업무경험. 영국 맨체스터 비즈니스스쿨에서 금융공학 박사학위 취득.’화려한 프로필의 주인공 이종우 금융공학 박사(40)는 영국에서 귀국한 후 새마을금고연합회에 입사했다. 신용사업부의 자금운용담당 주식파생상품팀장으로 일하게 된 것. 주변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이어졌다.“영국 대학에서 교수로 일할 자리도 났습니다. 그러나 배운 것을 한국의 현실에 접목시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적성에 맞는 금융에 애착심도 컸기 때문에 일할 때가 가장 기뻤다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새마을금고연합회에서 파생상품 전공자를 선발한다는 것을 알고 입사결심을 했어요.”금융공학 중에서도 한국에서는 전공자가 많지 않은 ‘이색옵션’(Exotic Option)을 공부한 그는 새마을금고연합회의 주식파생상품팀에서 활약을 하고 있다. 입사한 직후 2001년 9월 ‘트리플 파워’라는 법인고객 대상 정기예금상품을 개발했다. 이는 개별주식 종목옵션을 운용자산에 편입한 것인데 이박사가 국내 최초로 시행했다.“한국은행에 들어가 상품허가를 받으려 했죠. ‘웬 새마을금고가 파생상품을’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들어야 했습니다. 한 달간의 설득 작업 끝에 결국 허가를 받아냈습니다. 지금은 한국은행측에서도 많이 도와주는 상황으로 발전됐죠.”‘트리플 파워’를 12호까지 탄생시킨 그는 2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현재 1조6,000억원을 운용하고 있다. 그는 새마을금고연합회에서 파생상품 내부인력을 양성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직원 대상의 설명회를 거듭 연 결과, 금융공학 야간대학원을 다니는 등 파생상품의 이론과 실무경험을 두루 익히려는 직원이 늘어났다.“새마을금고연합회에서 일한다는 사실에 의아해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회사에서 나가라고 할 때까지 남아 있을 겁니다.”새마을금고들의 여유자금을 효과적으로 운용해 수익을 내준다는 취지 자체에 보람을 느낀다는 그는 또 다른 새마을금고연합회의 매력을 직원들의 인간미로 꼽았다.“많은 연봉을 받고 있을 것 같다고요? 그러나 제 연봉보다 수익률이 우선입니다. 천편일률적인 타사의 상품과 차별화된 새로운 모델의 상품개발도 끊임없이 해야 하고요. ‘트리플 파워’ 100호까지는 만들어야죠. 파생상품 국내 넘버원이 될 겁니다.”프로필 87년 일본 게이오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89년 일본 게이오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91년 LG증권 입사, 93년 다이와증권 입사, 95년 제일은행 입사, 2001년 영국 맨체스터 비즈니스스쿨 금융공학 박사학위 취득, 2001년 새마을금고연합회 입사오승열 해피레이디 대표이사촉망받던 광고회사 제작국장 역임광고대행사 제일기획 13명의 제작국장(CD) 중 기획(AE)직 출신은 ‘오승열’밖에 없었다. 일본 아에루(AEL)의 국내 7개 계열사 대표이사 중 비금융권 출신은 역시 ‘오승열’밖에 없다.“앞서 나가기 위한 두 가지 길이 있죠. 본인이 아주 특출하거나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 거죠. 저는 두 번째 길을 택했습니다.”오승열 해피레이디 대표이사(40)는 지난해 가을 용단을 내렸다. 국내에서 가장 ‘잘나가는’ 광고회사에서도 초고속 승진을 하는 등 촉망받던 그가 일본계 대금업체의 대표이사로 취임했기 때문이다.“수많은 밤, 잠을 설쳐가며 고민한 결과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사장이 되기로 했습니다. 부사장이나 임원직을 제의받았다면 단칼에 거절했을 겁니다. 광고회사의 ‘을’의 입장에서 배운 마케팅을 ‘갑’이 돼 시원하게 펼치고 싶었죠.”신규업종인 소비자금융업의 전문가가 되려는 의도도 있었다. 아에루(AEL) 계열 7개 회사는 지난해 1조원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 성장가능성이 큰 업종의 책임자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빨리 ‘부자아빠’가 돼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도 물론 있었다. 대표이사로 이동하며 연봉이 두 배 이상 올라 수억원대다.제일기획에서 기획 8년, 제작 4년을 맡았던 그는 여성 심리전에 강하다. 그의 경력을 살펴보면 여성전용 소액대출회사인 해피레이디의 대표이사직이 ‘이례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는 패션광고를 7년간 맡아왔으며 명동 유투존과 분당 삼성플라자 등 백화점의 마케팅 광고 전략 수립도 이끌었다. 패션스쿨로 유명한 미국 뉴욕의 FIT에서 마케팅 연수과정도 수료했다.“여성을 위해 섬세한 부분까지 고려하고 있습니다. 남성상담원에게 돈을 빌리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점포 직원 100%가 여성입니다. 30분 동안의 대출과정이 지루하지 않도록 매니큐어도 구비했어요. 깨끗한 화장실을 중시하는 여성고객을 위해 화장실에 비데도 설치했습니다. 해피레이디가 하는 업무는 서비스에 가까운 금융업이기 때문이죠.”연세대의 이미지전략가과정인 ‘이즈스쿨’에서 지난 5년간 강의를 맡으며 마케팅 인재를 길러냈던 그는 마케팅의 귀재다운 경영전략을 내놓았다.“‘소비자금융’의 정의를 명확히 인식하는 사람은 아직까지 많지 않죠. 그러나 ‘카드’라는 개념이 처음 도입됐을 때도 마찬가지 상황이었을 겁니다. 소비자금융에 ‘크레딧’이나 ‘파이낸스’ 혹은 ‘론’이라는 이름을 붙여 해피레이디가 하고 있는 업의 개념을 모든 이들에게 인식시키겠습니다. 제도권하의 제3금융권으로서 입지를 구축할 겁니다.”프로필 87년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89년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졸업, 91년 제일기획 입사(AE), 93년 뉴욕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마케팅 연수과정 수료(마케팅, 광고, 디자인 등), 93년 제일기획 ‘최우수 캠페인상’ 수상, 95년 삼성물산 ‘최우수 크리에이티브상’ 수상(광고주상), 97년 제일기획 ‘최우수 AE상’ 수상, 2002년 11월 해피레이디 대표이사 취임김용석 현대스위스상호저축은행 전략기획부 부장보험·캐피털사 거친 멀티플레이어“공을 많이 찬 사람이 축구선수가 되고 책을 많이 본 사람이 공부를 잘 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닐까요? 소비자금융업무도 마찬가지입니다.”김용석 현대스위스상호저축은행 전략기획부 부장(40)은 보험사와 캐피털회사, 상호신용금고 등에서 다방면의 금융업무를 맡아온 멀티플레이어형 인재다.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삼성그룹에 공채 27기로 입사했다.삼성생명 재무심사부에 4년간 재직하며 기업 신용평가와 담보평가를 담당했다. 그러나 전공을 살려 법조계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버릴 수 없었던 그는 92년 사표를 낸 후 4년간 사법고시 공부를 했다. 월급을 꼬박꼬박 받던 직장인이 갑자기 고시생으로 돌변하는 것은 녹록지 않았다.“다시 금융권에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삼성캐피탈의 경력사원 모집에 합격해 3년간 일했습니다. 금융지원팀에서 기업신용평가와 담보평가, 채권관리를 했죠. 그러나 4년의 공백기에 성장한 후배들과 동급으로 근무해야 한다는 변화된 환경에 처하게 됐죠.”잃어버린 4년을 만회할 곳을 찾던 그는 상호신용금고(현 상호저축은행)로 눈을 돌렸다. 제2금융권인 상호신용금고에서 펼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는 더 넓어질 것이라는 생각에서다.“의사결정의 권한이 커졌고 책임 또한 커졌습니다. 능력발휘를 할 수 있는 기회 역시 많아졌죠. 오렌지신용금고에서 1년 반 동안 일하며 소송과 경매를 담당했습니다.”다양한 금융기관에서 다방면의 업무를 거친 그는 소비자금융업무를 강화하던 현대스위스상호저축은행에서 환영받았다. 2001년 10월부터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소비자금융본부 기획팀장으로 일하기 시작했다.당시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업계에서 최초로 소액대출을 시작해 화제를 모으고 있었다. 김부장은 개인 소액대출을 기획하며 연체관리 프로그램 강화에도 비중을 뒀다. 카이스트 출신의 인력을 채용해 리스크관리 시스템(Risk Management SystemㆍRMS)을 자체 개발했다.현대스위스저축은행측은 그의 박학다식과 금융업에 대한 통찰력을 높이 평가했다. 전사의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중요 직책인 전략기획부의 부장으로 2002년 9월 승진시켰다. 고시공부로 잃어버린 4년을 찾아 삼성을 떠났던 그가 소매금융의 전문가로 인정받은 것이다.“다양한 금융사에서 일한 경험은 시야를 넓게 만들었어요. 확대된 식견으로 선견지명을 갖고 소비자금융시장을 선점하겠습니다. 신한은행이나 삼성캐피탈을 경쟁상대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조직이 잘 갖춰진 초일류 우량사가 경쟁사죠.”프로필 87년 연세대학교 법학대학 졸업, 87년 삼성생명 재무심사부, 96년 삼성캐피탈 금융지원팀, 2000년 오렌지상호신용금고 여신관리팀, 2001년 10월 현대스위스상호저축은행 소비자금융본부 기획팀장, 2002년 9월 현대스위스상호저축은행 전략기획부장강동균 한국상호저축은행 경영조정실 심사역CPA, CFA, FRM 소지한 인재“앞으로의 인력시장에서는 어디에 있느냐보다 무엇을 하느냐가 더 중요한 평가요소가 될 것이라는 헤드헌터의 조언이 컸죠.”회계법인에서 저축은행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강동균 한국상호저축은행 경영조정실 심사역(31)은 갈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족을 비롯해 회계법인의 파트너(임원)는 “규모가 큰 곳으로 간다면 말리지 않겠다”며 “꼭 저축은행에 가야겠냐”고 만류하기도 했다.그러나 헤드헌터의 조언처럼 업무의 성격 자체를 중시한 강심사역은 결단을 내렸다. 재무관리 실무에 뛰어들고 싶었던 그에게 적합한 자리라고 판단했던 것.연세대 경영학과와 서울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공인회계사(CPA) 시험에 합격한 후 97년 산동회계법인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99년부터는 안건회계법인으로 자리를 옮겨 공인회계사 업무를 계속했다. 그러나 회계사로서의 감사업무보다 재무관리를 하고 싶다는 아쉬움을 늘 품고 있었다.저축은행은 제1금융권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이 부분이 오히려 장점입니다. 회계사로서 8년차지만 경력과 나이에 비해 폭넓은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스스로 조율하고 총괄할 수 있는 부문이 많습니다.”강심사역은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일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한국상호저축은행의 4,500여억원에 이르는 총여신 중 부실채권 매입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10%를 웃돈다. 한국상호저축은행의 새로운 수익구조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부문을 그가 맡고 있는 셈이다.“예전에는 골드만삭스나 론스타 등 외국계 투자은행사가 부실채권 매입을 독점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국내 저축은행도 이 업무에 나서고 있죠. 리스크가 크지만 경기전망 등이 적중하면 수익률도 그만큼 커집니다.”자기계발에도 적극적인 그는 2000년 국제재무위험관리사(FRM) 자격증을 손에 넣은 후 지난해는 국내 합격자가 300명이 안된다는 국제재무분석사(CFA) 시험에도 합격했다. 이 같은 자기계발 노력과 업무성과로 지난해 말에는 30%가 인상된 연봉계약서에 사인했다.“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에 보람도 큽니다. ‘연차가 높아지면 몸도 무거워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경력이 쌓일수록 다른 업무로 이동할 기회가 적어진다는 말이죠. 몸이 ‘무거워지기 전’에 이직했고 현 업무에 만족합니다.”프로필 96년 공인회계사(CPA) 합격, 97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2000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97년 산동회계법인, 99년 안건회계법인, 2000년 국제재무위험관리사(FRM) 합격, 2001년 한국상호저축은행, 2002년 국제재무분석사(CFA) 합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