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2조달러… 이라크전쟁의 20배

‘스팸과의 전쟁’이 시작됐다.e메일 이용자, 기업, 정보기술(IT) 전문기업들이 스팸메일을 없애는 데 본격적으로 나섰다. 나날이 늘어나는 스팸메일을 일일이 손으로 지우는 게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기업들에 엄청난 비용부담을 주고 생산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이 전쟁에 드는 비용은 2조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 1조9,600억통(IDC 추정)에 이르는 스팸을 처리하는 데 한 통당 1달러가 든다고 보고 계산한 것이다. 이는 미국과 이라크 전쟁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보다 20배나 많다.스팸메일은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스팸메일 제거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브라이트메일은 최근 전체 메일 가운데 스팸메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2001년에는 8%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5배나 늘어난 것이다. 스팸은 개인을 번거롭게 만들고 기업에 엄청난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건전한 다이렉트마케팅 산업에 타격을 준다.AOL, MSN 등 차단서비스 강화시장조사회사인 페리스리서치는 미국 기업의 스팸 처리 관련비용이 올해 1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89억달러에 비해 12%나 증가한 것으로 종업원 1인당 14달러를 스팸 때문에 낭비하는 셈이다.이 비용은 스팸 처리에 관련된 시스템 구축에 44%가 들어가고 39%는 종업원의 생산성 감소로 인한 손실이다. 17%는 고객센터 운영에 들어간다.스팸메일은 정상적인 e메일 마케팅에도 타격을 준다. 미국 다이렉트마케팅협회는 스팸으로 인해 건전한 다이렉트마케팅 비즈니스에도 타격이 있다는 판단 아래 불법스팸을 규제하는 관계법령 제정에 찬성하기로 입장을 선회했다.현재 미의회에는 불법스팸메일 발송자에게 메일 한 통당 1만1,000달러의 벌금을 물리는 법안이 상정돼 있다.스팸과의 전쟁은 인터넷서비스업체들이 앞장서고 있다. AOL, MSN, 어스링크 등이 스팸 차단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나섰다.어스링크는 “스팸메일을 사실상 100% 차단하는 서비스(스팸블록커)에 나섰다”고 자랑한다. 이 서비스는 이용자의 주소록에 없는 사람에게서 온 e메일은 되돌려 보낸다. 발송자는 해당 이용자에게 요청해 자신의 주소가 등록된 경우에만 메일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야후는 독자 개발한 스팸차단 소프트웨어 ‘스팸가드’ 기능을 대폭 강화, 스팸을 40%까지 줄였다고 밝혔다. MSN은 사용자가 삭제한 e메일의 제목이나 헤더를 판독해 이용자가 스팸으로 판단한 e메일을 자동적으로 학습하는 스팸 차단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다.시만텍, 네트워크 어소시에이츠, 트렌드마이크로 같은 보안솔루션회사들도 브라이트메일, 디어소프트, 포스티니 같은 스팸 차단 소프트웨어회사들과 제휴, 스팸 차단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스팸킬러, 스팸엑스, 스팸슬라이서 같은 스팸 차단 소프트웨어회사들도 잇달아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MX로직은 메시지의 내용과 특성에 기초해 통계적 기법으로 스팸을 가려내는 베이어시언 필터링 서비스에 나섰다. 브라이트메일은 ‘꿀단지’(Honeypot)으로 알려진 틀린 e메일 주소를 사용해 스팸을 식별하는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회사측은 최근 선보인 제품이 92%의 스팸을 걸러낼 수 있다고 자랑했다. 그리고 제대로 전송돼 온 메일을 스팸으로 분류할 확률은 100만분의 1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스팸은 잡초와 같다. 뽑아내면 곧 다시 자란다. 결국 스팸과의 전쟁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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