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으면 몸이 막 날아가요”

은 이몽룡과 성춘향의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이몽룡을 기다리는 순종적인 춘향이 아닌 안은미만의 적극적이고 도발적인 춘향의 모습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모습을 재조명할 예정.그녀는 몇 해 전 대구시립무용단 단장이 됐다. 파격적인 춤으로 판을 뒤집어놓곤 하는 통제불능 자유인이 딱딱한 제도권의 시립단체장이 됐으니 화제가 일었다. 요즘 그녀는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대구에서 지내고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서울에서 작품에 총력 매진하고 있다. 공연 때문. 3월28일부터 3일간 LG아트센터에 올려진다.안은미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정식으로 한국무용을 배우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는 발레를 했고 현대무용은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했다. 해보니 현대무용이 가장 성격에 맞았다. 움직임이 자유롭고 무엇보다 맨발이라는 것에 매료됐다. 이화여대 무용과와 동대학원 무용과를 졸업하고 한국컨템포러리무용단과 한국현대무용단에서 활동했던 그녀는 92년 미국으로 건너갔다.그리고 6년여의 시간을 성심으로 노력했다. 이제 안은미 하면 뉴욕 무용계에서도 꽤 알아준다.그렇게 어렵게 공부를 마치고 95년부터 ‘안은미무용단’을 만들어 뉴욕, 런던, 도쿄, 홍콩 등지에서 공연을 가졌다. 안은미무용단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4~5명의 한국인 무용가와 외국인 무용가로 구성돼 있는데, 공연이 있을 때마다 팀이 구성되는 형식이었다.같은 시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세계적인 현대무용가이자 안무가인 마샤 클락의 공연에 무용수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샤 클락에 의해 ‘크레이지 걸’이 됐다. 창조적인 그녀의 춤세계를 짓궂게 칭찬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녀의 벗은 몸에 더 관심이 많은 듯하다. 그러나 그것은 세속적 관심일 뿐.“벗으면 몸이 막 날아가요. 에서 처음 벗었는데, 바람이 피부를 스치는 느낌이 얼마나 기가 막히는데요. 이번 공연에도 세 명이 목욕신을 연출하면서 벗는데, 너무 예뻐요. 목욕탕에서 벗고 다니면서 무대에서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죠.”이렇듯 그녀의 공연은 관객의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깨뜨린다. 무용을 왠지 고상하고 어려운 장르라고만 생각했던 이들은 유쾌하게 생긴 균열을 보며 재미를 느낀다. 기괴한 웃음, 위트, 재기발랄함으로 채워진 공연의 객석에서는 키득키득 웃음소리가 들리기 마련. 지금까지의 엄숙한 무용공연과는 달리 왁자지껄하다.결국 관객들 속에 잠재된 에너지를 끄집어내 그들 스스로 신명나게끔 만드는 셈이다. 안은미의 춤은 매우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요소가 많지만 그 누구를 막론하고 보는 순간 짜릿한 전율과 흥분을 가라앉히기 어렵다.이 주의 문화행사The Last 5 Years3월28일~4월27일/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화ㆍ토ㆍ일요일 오후 4시30분, 수ㆍ목ㆍ금요일 오후 7시30분/3만원, 4만원출연자가 단 두 명인 뮤지컬. 원작은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지난해 3월부터 4~5개월간 공연됐다.뮤지컬 의 크리스틴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이혜경과 극단 신시 단원인 성기윤이 출연한다. 이들은 뮤지컬 여배우 캐시와 유대계 소설가 제이미 역을 연기한다.흔한 사랑이야기이라고 생각하면 오판. 구성이 독특하기 때문이다. 남자와 여자주인공의 시간이 서로 반대로 진행되며 뮤지컬이 전개된다.즉 제이미는 캐시를 처음 만나서 헤어질 때까지의 일을 이야기하고 캐시는 제이미와 헤어진 순간부터 시작해 처음 만났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현실적이고 솔직한 인물묘사로 사랑의 다양한 측면을 담은 이 뮤지컬의 국내 연출과 개사는 연출가 한진섭이 맡았다.(02-577-1987)이정열 콘서트 = 3월29일까지 하이텔 온&오프 씨어터. 4집 을 낸 포크가수 이정열의 콘서트. (02-3671-2001)벤치에 앉아서 = 6월1일까지 배우실험실 1관. 현실에 적응 못하는 386세대의 고독과 방황을 그린 2인극. 최우철 작ㆍ연출, 송기포 양동탁 출연. (02-3675-5092)늘근 도둑 이야기 = 4월27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두 명의 늙은 도둑과 수사관이 벌이는 정치 코미디. 이상우 작ㆍ연출, 명계남 박철민 출연. (02-762-0010)구사마 야요이전 = 5월11일까지 아트선재센터. 일본 작가가 방안을 통째로 활용해 만든 대규모 환경설치 작품. (02-733-8945)최광호 전 = 4월6일까지 갤러리 빔. ‘동화’라는 주제의 사진전. 작가는 멸종의 위기를 이겨낸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한다. (02-723-8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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