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 1달러 인상시 휘발유 12원 올라

일부 전문가 "미국이 원유때문에 이라크 전쟁 추진" 주장

중동지역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유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3차 석유파동이 발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제기된 몇 가지 문제들을 짚어봤다.Q: 미국의 대이라크전쟁은 석유문제가 숨은 동기라는데.A: 이라크전에 대한 미국정부의 공식적인 명분은 테러추방과 평화회복이다. 그러나 미국의 고등학생들마저 반전시위에 참가하는 것을 보면 미국정부의 주장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미국이 전쟁을 기어이 치르려는 이유는 원유 확보 외에 다른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이라크의 원유는 미국이 어떤 희생을 각오하고서라도 탐낼 만큼 매력적인 것이 사실이다. 이라크의 하루 석유 생산량은 200만배럴에 불과하다. 그러나 매장량은 1,120억배럴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다. 이는 미국의 100년치 석유수입량에 해당한다.더구나 확인되지 않은 매장량까지 따지면 2,200억배럴에 이른다는 얘기도 있다. 또한 이라크의 원유는 순도가 높고 텍사스 유전에 비해 개발비가 20분의 1에 불과해 수익성이 좋다.미국의 하루 원유소비량은 2,000만배럴 수준. 이중 55%가 수입 원유이고 여기에는 이라크 원유도 약 9% 포함돼 있다. 그런데 미국의 대 이라크 경제제재조치로 러시아의 중간상을 통해 수입하는 실정이므로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미국으로서는 좀더 안정적인 원유공급이 필요하다. 게다가 전쟁을 승리로 이끌 경우 이라크 유전의 개발권을 사실상 독점할 수 있다.한국석유공사 국제석유팀의 정을래 대리는 “순수하게 경제적인 면만 따진다면 이라크전의 동기가 안정적인 원유수급이라는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또한 미국의 이라크 결의안을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프랑스와 러시아의 속내도 원유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프랑스와 러시아는 각각 이라크와 유전개발계약을 맺고 있다. 이라크의 3대 교역국이기도 한 프랑스는 매장량이 260억배럴인 이라크 최대의 유전인 마즈눈과 나흐르 우마르 유전 개발권을, 러시아는 이라크 서부의 쿠르나 유전 개발권을 가지고 있다.Q: 휘발유가격은 어디까지 오를까.A: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운전자는 연료비에 가장 큰 부담을 느낀다고 한다. 리터당 1,018원이 넘으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한다는 것. 현재 평균 휘발유가격은 리터당 1,350원대. 실제로 최근 서울시내의 차량운행수가 줄고 있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도대체 휘발유가격은 어디까지 오를 것인가.원유가격이 배럴당 1달러 인상되면 휘발유가격은 리터당 평균 12원 오른다. 그러나 휘발유가격 변동요인에 원유가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원유수입에 따른 물류비용과 석유정제비용도 휘발유가격 변동의 요인이 된다. 또한 원유수입에 대한 정부의 관세와 수입부과금도 휘발유가격에 영향을 준다.최근 정유 3사는 휘발유가격을 리터당 10원씩 일제히 인하했다. 물론 원유가격이 하락한 일도 없었다. 원인은 원유와 석유제품에 대한 정부의 관세와 수입부과금 인하에 있었다.올 들어 정부는 리터당 14원이었던 수입부과금을 8원으로, 다시 4원으로 두 차례에 걸쳐 인하했다. 관세 역시 2% 내렸다. SK의 구상현 홍보과장은 “정부의 부양책도 결국 부수적일 뿐이고 근본적인 것은 원유가격이다”며 “휘발유가격이 앞으로 얼마나 오를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Q: 중동특수가 온다?A: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1월 중동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이러한 증가세는 3월 이후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유가상승과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중동지역 수출에 큰 차질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전쟁 이후 중동특수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 주목된다.이미 각 기업은 이라크 전후 복구사업과 관련해 대책반을 꾸리고 현지에 조사단을 보내는 등 미래의 중동특수 대비에 분주하다. 걸프전 이후 이라크의 석유시설 복구에 투입된 비용은 총 200억달러. 이번에는 향후 10년간 최소 500억달러가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중동특수에 대한 전망은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날 것인지 장기전으로 이어질 것인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전쟁이 2~3개월 안에 끝나면 전후 복구사업과 관련한 건설수주가 크게 증가할 것이란 예측이 있다.중동지역 건설 경험을 활용한다면 크게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전쟁 때문에 막혔던 수출길이 열리면서 유가상승으로 인한 오일머니를 벌어들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한국무역협회의 김극수 동향분석팀장은 “유가상승과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대부분의 업종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전쟁이 단기간에 끝난다 해도 당분간 고전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장기전으로 갈 경우에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일단 전쟁기간에는 수출길이 완전히 막힌다. 또한 유가급등으로 인한 원가상승 부담과 채산성 저하가 우려된다. 이는 중동지역뿐만 아니라 수출 전반에 적신호가 켜짐을 의미하며 세계경제가 동반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Q: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는 무엇인가.A: 에너지절약과 대체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석유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석유화학업계를 비롯한 각 기업체들은 비상경영체계에 돌입해 난방온도를 낮추고 대기전원을 끄는 등 에너지절약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비용절감을 꾀한다는 방침이다.심야전력 역시 남아도는 밤시간대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시행된 정책이다. 그러나 심야전력 사용 급증과 액화천연가스(LNG) 수급 정책에 차질이 생기면서 지난 겨울에는 초유의 전력부족, LNG 부족 현상이 일어났다.발전용 경유와 등유로 부족한 LNG를 대체하면서 한전이 입은 손실은 약 1,900억원. 그러나 LNG 확보를 위한 각국의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LNG 부족 현상이 재연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최근 들어 에너지 석유의존도는 점차 낮아지는 반면, LNG와 원자력의 비중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석유의 비중을 낮추고 2015년까지 원자력의 비중을 현재의 94%, LNG는 51% 늘린다는 전력수급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약 51%의 전력을 추가 공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급 위주의 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돼 주목된다.에너지시민연대의 김태호 사무처장은 “원자력을 포기하는 것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이다. 또한 주요 국가들이 LNG발전소를 늘려감에 따라 장기적으로 LNG 수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에너지 정책에 대한 정부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공급량을 늘리기보다 전력수요 관리량을 늘려 에너지사용을 줄이고 자연력과 폐기물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를 정책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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