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에 가면 매화·산수유·동백꽃 ‘활짝’

글·사진/유연태 여행작가 kotour21@hanmail.net아무리 바쁜 삶이라도 3~4월의 주말에는 반드시 시간을 내서 온 가족이 함께 봄꽃여행에 나서볼 일이다. 신이 만든 창조물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창조물인 꽃. 지금 남도에 가면 그 아름다운 자태에 푹 빠져서 잠시나마 복잡한 일상사를 잊을 수 있다.해남땅에서 매화를 볼 수 있는 곳은 산이면 예정리의 보해매원이다. 목포시와 영암군을 잇는 영산호하구둑을 건너는 것이 매화를 만나러 가는 여행길의 단초. 이어 대불방조제 → 영암방조제 코스를 달리고 산이면으로 들어간다. 산이면은 영암호와 금호호에 둘러싸인 고장으로 사방 어디를 둘러보든 황토땅이다.산이면소재지를 지나 해남읍내로 3㎞ 가량 향하다 보면 보해농장 팻말을 보게 된다. 구불구불 논밭 길을 얼마간 지나 모습을 드러내는 보해매원. 3월 중순부터 4월 초순에 걸쳐 매화가 천국의 풍경을 만들어낸다.전남 무안 출신의 고 임광행 선생이 보해양조를 창업하면서 함께 가꾼 매화과수원이 바로 보해매원 해남농원이다. 2002년 작고한 임광행 선생은 해남군이 기온이 온화하고 구릉지대인 관계로 매실재배에 적당하다고 판단, 1978년 14만여평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매실농원을 조성했다. 현재 이 농원에서는 1만4,00여그루의 매화나무가 자라고 있다. 다수확 품종인 남고가 전체의 45% 가량을 차지하며 백가화, 앵수 등 50여종의 매화가 자란다.옛날 풍류를 즐겼던 선조들은 매년 초봄이면 탐매여행을 즐겼다. 이곳 보해농원은 누구에게나 입장을 허용, 여행객들은 사람들에게 치이는 일 없이 한적하게 매화꽃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멀리서 바라보면 눈이 내린 듯 하얀색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상아색, 분홍, 연분홍 등 고운 빛깔들이 바람을 타고 춤을 춘다. 관리사무소를 중심으로 사방 어디를 가건 매화나무들은 터널을 이루고 있고, 터널 밑에 들어서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면 꽃비가 우수수 쏟아진다. 매화꽃을 감상할 때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 꽃가지를 꺾는 일은 절대 금물이다. (061-532-4959)◆여행메모: (지역번호 061): 해남군청 문화관광과(530-5224), 해남시외버스터미널(534-0882). 매화꽃 감상 후 가볼 곳이 대흥사. 상가지구에는 남국모텔(533-1124), 남흥각(534-5222) 등이 있고 대흥사 바로 아래에는 고풍스러운 기와집의 유선여관(534-3692)이 있다.상가지구에 자리한 전주식당(532-7696)의 표고전골과 표고산적은 두륜산에서 나는 무공해 표고버섯을 주재료로 사용해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유선여관에서는 남도 특유의 푸짐하고도 맛깔스러운 한정식(1인분 1만5,000원)과 가정식백반(7,000원)을 맛볼 수 있다. 두륜산에는 케이블카가 운행된다. 구간은 두륜산 집단시설지구~고개봉 기슭(1.6㎞)이며 요금은 왕복 6,800원이다. 케이블카 매표소(535-1009).산수유는 이른 봄에 노란색의 예쁜 꽃망울을 터뜨리는 다년생 꽃나무다. 이 꽃은 우리나라 중부이남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수백그루가 한데 어울려 꽃동산을 이루는 모습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이런 장관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 전남 구례군의 산동면이다. 산동면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위안리의 상위마을과 하위마을은 가히 ‘산수유 마을’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산수유나무가 많다.지리산 만복대 아래의 야트막한 산기슭에 터를 잡은 이 마을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여름철 휴양명소로 잘 알려진 곳이다. 이 마을 사람들은 봄에는 노란 산수유꽃, 가을에는 빨간 산수유 열매와 더불어 살아간다. 이처럼 ‘노란 꽃과 빨간 열매’ 라는 특징 때문에 일찍이 추사 김정희 선생은 산수유를 가리켜 ‘황화홍실’이라 표현하기도 했다.산수유는 상위마을 사람들의 중요한 수입원이다. 산수유 열매는 오랜 옛날부터 한약재로 널리 쓰여 왔는데, 특히 산동 산수유는 전국에서 최고로 칠 정도로 질이 좋기 때문.산수유는 신장과 당뇨병의 치료를 비롯해서 허리와 무릎이 아프고 시린 증상에 큰 효능이 있다. 또 차로 만들어 오래 마시면 간을 보호하고 식은땀을 멎게 하는 작용도 한다. 상위마을 사람들에게 산수유는 이래저래 ‘보배’가 아닐 수 없다.산수유꽃은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꽃이다. 수백년 된 산수유나무들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릴 때 상위마을을 찾으면 그야말로 20~30년의 세월을 거슬러 간 듯한 옛 고향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만약 이 세상에 무릉도원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아마도 이 같은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여행메모: (지역번호 061): 구례구역(782-7788), 공용터미널(782-3941), 구례군청 문화관광과(782-5301). 산수유꽃 감상 후 답사할 사찰들로는 화엄사, 천은사, 연곡사 등이 있다. 화엄사 입구의 한화리조트(782-2171)는 식당과 커피숍, 슈퍼마켓 등의 편의시설을 고루 갖춘 숙박시설이다.산책로, 미니운동장 등도 보유. 지리산온천랜드(783-2900)는 면역성과 자연치유능력을 증대시켜 준다는 게르마늄이 함유된 온천으로 유명하다. 맛집으로는 지리산온천랜드 정문 앞에 위치한 지리산2대순두부집(783- 0481)이 권할 만하다. 고향 남원에서부터 2대에 걸쳐 두부를 만들어 왔다는 주인의 손맛이 남다르다.동백꽃 감상명소로는 제주도의 남원읍을 비롯해서 거제도, 완도, 돌산도, 고창 선운사, 서천 동백정 등등이 있다. 최근 들어서는 거문도가 동백꽃 감상 여행지로 급부상 중이다. 일단 전남 여수까지 간 다음 배로 갈아타고 2시간 가량 바다를 헤쳐 나가야만 만날 수 있는 섬이다.거문도에서 처연한 아름다움을 지닌 동백꽃을 만나보기 좋은 곳이 거문도 등대 가는 길이다. 거문도는 서도와 동도, 고도 등 세 개의 섬으로 이뤄진 섬. 거문도 등대는 서도 남단에 위치하고 있다.고도에서 삼산교를 건너 서도로 옮겨간 다음 수월산 비탈길을 지나야 등대와 조우하게 되는데, 이 길이 동백꽃터널이다. 워낙 숲이 무성, 한낮에도 어두컴컴할 정도다. 일찍 피었던 꽃들은 길에 낙엽처럼 뒹굴고 있어 보는 이의 가슴을 저릿저릿 쥐어뜯는다.봄빛을 받은 동백꽃은 연지곤지 찍은 새색시 볼처럼 활활 타오르고 진초록의 잎사귀들은 반짝반짝 윤이 나 눈이 부실 정도다. 거문도 동백을 한 번이라도 본 이들은 다른 지방의 동백은 유치원 취급한다.동백숲의 강렬한 이미지에 취해 걷다 보면 어느새 거문도 등대 앞에 다다른다. 빨간 꽃빛깔에 취했던 여행자들의 눈빛은 하얀 등대의 몸체를 만나는 순간 너무도 눈부셔 차라리 눈을 감고야 만다.등대로 가는 언덕길에서 고개를 돌려 조금 전에 지나온 동백터널의 치맛자락을 다시금 살펴본다. 거문도 동백은 영국군묘지쯤에서는 수선화, 유채꽃과 어울려 뭍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백도 유람선에 올라타고 바닷바람을 쐬어야 동백의 끈질긴 유혹에서 벗어나게 된다.◆여행메모: (지역번호 061): 여수시청 문화관광과(690-2225). 온바다해운의 쾌속선이 여수~거문도간을 여수여객터미널에서 하루 4회 왕복운항(3월1일부터 여수항 출발 오전 7시50분, 오전 8시20분, 오후 2시20분, 오후 3시. 거문도 출발 오전 10시30분, 오전 11시30분, 오후 5시, 오후 5시20분).거문도에서 백도를 오가는 유람선은 수시로 운항. 문의 거문도관광여행사(www.geomundo.or.krㆍ080-665-4477). 거문도 백도식당(666-8017) 소라죽은 전복죽 맛을 능가하는 별미거리. 거문도에는 거문장 등 여관 10여개와 20여곳의 민박집이 있다. 거문도여행을 마치고 여수시내로 와서는 한일관(642-5600)의 한정식(2인상 4만5,000원)을 꼭 맛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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