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영입에 치중 관리 제대로 못한 탓...재미와 비전 심어줘야
대기업기존조직과 ‘불협화음’ 회사에 등돌려국내 굴지의 전자회사 R&D팀에 근무했던 S씨(40)가 벤처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지난해 5월. 사내에서도 ‘핵심인재’로 촉망받았던 그가 갑작스레 사직서를 던진 것은 ‘회사에 속박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 S씨는 “거대한 시스템에서 한 분야만 파고들 것을 강요당한데다 원천기술이 아닌 영속성이 없는 상품기술 개발에 국한돼 있어 장래성이 없다고 봤다”고 털어놓았다.S씨처럼 핵심인재로 분류됐지만, 전직을 하는 이들이 적잖다고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국내에서 업종 1위 업체가 아닌 곳은 언제든지 핵심인재를 뺏길 위험이 있어 대책마련에 부심하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서울지역 소재 제조업체 220곳을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핵심인력난 실태’를 보면 조사대상 5곳 중 3곳은 핵심인력 유출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핵심인재들이 떠나는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인재영입’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지만 영입하거나 육성한 인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결같이 지적한다.정권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외국에서 석ㆍ박사학위를 받았지만 국내 회사 근무경험이 전혀 없는 인재들이 적응할 수 있는 별도의 프로그램이 정착되지 못한 형편”이라며 “그러다 보니 공채인력이 대다수인데다 외국계 기업보다 다소 경직된 기업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일침을 놓았다.‘관리프로그램’마련에 부심이에 따라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등 대기업들은 최근 핵심인재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삼성은 ‘인재 제일주의’를 앞세우는 기업답게 인재영입은 물론 관리에서도 가장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갖고 탄탄한 방어벽을 치고 있다는 평이다.삼성의 핵심인재는 S(슈퍼)급, A급, H급 등 3등급으로 나뉜다. S급은 해외 명문대학이나 연구소 등에서 학위를 받은 뒤 세계적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인재 중의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상무급이 주류지만 대우는 CEO급과 맞먹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 등 충분한 보상을 해주기 때문에 이민을 가는 경우 외에는 회사를 떠나는 인재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한다.LG도 삼성 못지않게 관리 프로그램을 강력하게 운영 중이다. 극히 소수의 인원을 선발해서 관리하는 HPI(High Potential Individual) 제도를 통해 핵심인재의 이탈을 철저히 막겠다는 복안이다. LG 관계자는 “선발된 본인에게는 알려주지만 철저하게 비공개로 관리되며 높은 연봉과 함께 해외연수 기회 등을 주는데다 회사가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다는 비전을 끊임없이 심어줌으로써 이탈을 막고 있다”고 전했다.SK는 업적이 뛰어난 임직원을 대상으로 ‘S-하이포(hipo)’ 제도를 통해 핵심인재들이 딴마음을 품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들은 해외 MBA나 승진 등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SK 관계자는 “인사, 교육, 승진 등 모든 면에서 회사로부터 전략적인 대접을 받기 때문에 불만을 줄여나갈 수 있다”고 귀띔했다.두산, 금호 등 중견기업들도 앞으로 핵심인재 관리에 본격 나설 태세다. 두산은 핵심인재에 대한 집중관리를 위해 올 초 프로젝트팀을 구성, 인재육성 프로그램인 ‘G-프로젝트’를 개발 중이며 올 상반기에 가시화될 전망이다. 사내 MBA를 운영하는 등 인재육성에 관심을 가져온 금호도 핵심인재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을 조만간 내놓는다.이충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뽑는 노력만큼 관리가 중요하다”며 “비전, 재미, 상사의 리더십이 핵심인재의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권오준 기자 jun@kbizweek.com기업 법무팀공채 직원과의 관계·처우 등에 불만‘방황’하는 핵심 인재는 사법고시나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들에게도 발견된다.사내 법조팀을 강화하려는 기업·금융권의 분위기와 사법고시 정원 증가라는 상황이 맞물려 사내변호사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법률사무소와는 다른 기업문화와 처우 등으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사내변호사도 늘어나고 있다.2001년 A은행에 입사해 국내 법무를 맡아왔던 변호사 P씨는 최근 사표를 냈다. 본인 이름의 법률 사무소를 열 계획인 이 변호사는 “재교육 과정이 갖춰져 있지 않았으며 중요한 인적자원이라고 평가해 주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미국이나 유럽의 은행에는 사내 변호사 운영시스템이 견고히 확립돼 있다고 알고 있다”고 말하며 사표를 낸 원인을 털어 놓았다.미국에서 로스쿨을 졸업한 후 국내 대기업에서 2년간 일했던 국제변호사 J씨는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재미동포 3세인 그는 “수년간 회사 법무 경험을 쌓아온 공채출신의 법무팀 직원들이 사내변호사가 회사 사정에 정통하지 못하다고 비판해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면 아시아시장에서의 실전경험을 고평가받아 더 나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90년대 초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직후 한국IBM 법률고문실에 입사해 98년까지 일했던 이진우 변호사는 개인 법률사무소를 열었다. 이변호사는 “IBM의 경우 국내 기업과는 달리 사내변호사가 대표이사를 지원하는 업무 외에 대표이사나 임원을 견제하는 역할까지 맡았다”며 “주요 회의에 법률고문으로 참석해 결정에 동참하는 등 사내변호사의 영향력이 컸다”고 말했다.폭넓은 경험위해 개인 법률사무소 열어이변호사는 “미국 본사에서 주기적으로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다른 국가의 변호사와의 네트워킹도 가능했다”고 덧붙이며 사내변호사로 일한 경험이 IT(정보통신) 지식 강화 등 개인발전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그는 “사내 변호사는 소속 회사 유관 분야에서는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지만 폭넓은 경험을 쌓을 수 없기 때문에 개인 법률사무소를 열었다”고 설명했다.헤드헌팅 업체인 IBK의 이종일 상무는 “사법시험 정원이 늘면서 연수원 졸업 후 사내변호사로 취직하는 사례가 늘어났다”며 “기업이나 금융권도 각종 법률수요증가에 발 맞춰 변호사 채용을 늘였다”고 말했다.이상무는 “이와 함께 국내 은행에서 외국계 은행으로 옮기는 등 처우가 더 좋은 사내변호사직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증가했다”며 “법률 인재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사내 문화 적응력을 높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일반공채직원들로 구성된 기존 법무팀과의 업무조율 부문에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반면 회사측에서는 사내 변호사 이직이유로 변호사들의 높은 기대치를 들었다. 한 증권사의 법무팀장은 “사법연수원을 갓 마치고 들어온 30대 초반의 남자 변호사의 경우 대리급의 보수를 받는다”며 “남자 공채 직원보다 3~4년 앞선 대우를 받는데도 만족을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그는 “회사 입장에서는 이들이 인재로 성장해 증권 실무와 법률지식 양면에 모두 정통한 사내변호사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며 “그러나 변호사들의 업무환경과 대우에 대한 기대가 일반 샐러리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기 때문에 기대치에 못미치면 떠난다”고 말했다.이효정 기자 jenny@kbizweek.com이공계고소득, 신분보장 사이서 ‘갈팡질팡’대기업 계열사 과장으로 근무하는 K씨(35). 그는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98년부터 현재까지 자신이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 ‘공부와 직업은 별개’라는 생각에 점점 확신을 더하게 된다.미국 유명대학에서 응용물리학 석사학위를 받아 귀국한 K씨가 자리를 잡은 곳은 한 종합병원의 연구소였다. 인턴연구원으로 일하며 그가 받은 월급은 80여만원. 그나마 8개월 만에 그만두었다. 대개 박사 후 연수과정인 포스트닥터 과정을 2년 정도 거치면 교수로 활동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같은 연구소에서 포스트닥터 과정에 있던 동료가 5년째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것을 보니 미래가 막막했던 것이다.국내 대기업에서 이번에는 150만원의 급여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K씨는 병원정보 시스템 관련 업무를 맡았다. IT업무를 담당하게 되자 연봉을 높여주겠다는 외국계 기업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 다시 1년 만에 외국계 의료기기회사의 전산 시스템 담당자로 옷을 갈아입은 K씨는 하지만 이곳에서도 만족할 수 없었다. 자신이 소모품처럼 느껴지는데다 글로벌조직에서는 스스로가 너무 작게 느껴졌기 때문이다.K씨는 지난해 여름 지금 일하고 있는 대기업에 입사했다.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의 회사생활이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편이다. 반년이 돼 가지만 회사측에서는 여전히 자신에 대한 탐색기를 갖고 있는 것 같다는 게 그의 말이다. K씨는 “회사의 기대가 느껴지는 만큼 성과로 보답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급여와 신분보장 사이에서 몇 번의 갈등을 겪다 자리를 잡은 K씨의 경우가 이공계 인력에게 낯선 일은 아니다.연구소행 선호도 높아헤드헌팅업체 IBK의 IT컨설턴트 신영화 이사는 특히 IT거품의 붕괴로 이공계 고급인력들이 기업들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기업의 핵심업무를 담당했더라도 그만두고 벤처회사를 차려 성공하지 못했다면 다시 취직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죠. 이런 경우 상담하면서 무척 안타깝습니다.”닷컴 열기가 일었던 90년대 후반, 대기업 근무 중 소규모회사 상위 직책을 맡아 옮겨간 경우가 바로 핵심인재의 방황을 보여주는 한 예다. 그런데 이 경우 ‘연구소장’ 등의 타이틀을 안고 가도 이들을 지원해줄 내부 인력의 부족이 발목을 붙잡게 된다는 게 신이사의 설명이다. 결국 이들은 비슷한 규모의 회사들을 전전하게 된다.대기업 인재의 방황도 이유는 있다. 한 대기업에서 핵심인재로 채용된 L씨는 입사 2년째를 맞아 요즘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 지금 주목받고 있다는 점과 앞으로 사내에서 제 목소리를 내는 층으로 자리잡는 일을 견줘 봤을 때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그의 사내 입지는 일반 공채인력과 다를 바가 없다.이 같은 이유에서인지 요즘 이공계 분야의 핵심인력은 아예 보수가 적더라도 민간연구소행을 원하는 추세다. 일반기업에서 임원으로 진급하지 못할 바에는 아예 연구소에서 연구기술로 인정을 받겠다는 것이다.신영화 IBK 이사는 “요즘은 기업에서 아무리 좋은 조건을 제시해도 연구인력을 끌어들이기 무척 어렵다”고 말했다.김소연 기자 selfzone@kbizweek.com금융계조급한 성과 요구… 이탈 부추겨“은행도 망한다는 인식이 퍼진 IMF 위기 이후 스카우트된 직원과 기존 인력 사이의 갈등도 시작됐습니다. 예전에는 그런 갈등은 보기 힘들었죠. 특채도 드물었을뿐더러 무난하게 오래 일하자는 성향을 지닌 분들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죠.”헤드헌팅전문회사인 잡서치코리아의 이기대 대표이사(40)의 설명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은행원은 높은 연봉에 평생직장이라는 ‘특혜’를 누린 것이 사실. 이 때문에 이들은 서로간 경쟁하는 일에 익숙지 않았다. 아울러 실적에 대한 부담감도 적었다.업계의 한 관계자는 “성과를 평가할 때 ‘얼마나 잘했느냐’보다 ‘얼마나 사고를 덜 냈느냐’를 주로 본 것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때문에 남보다 앞서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은 것이다.그러나 경제위기 이후 은행간 경쟁이 불붙으면서 사정은 급변했다.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느냐의 여부가 은행의 생존문제로까지 이어지면서 외부 전문가들이 속속 은행으로 스카우트됐다.문제는 기존 직원과의 관계. 특히 팀으로 옮겨 다니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들이 집단으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예도 생겼다. 모 종금사에서 팀원들과 함께 A은행으로 옮긴 B과장은 “타부서 직원들은 심지어 밥을 같이 먹는 것도 꺼릴 정도였다”고 귀띔했다.외환위기 이후 갈등사례 ‘급증’이런 상황은 증권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가 들려준 애널리스트의 사례는 요즘 들어 각 증권사별로 우수인재를 영입하는 일에 온갖 힘을 쏟고는 있지만 그에 따른 시행착오도 적잖음을 엿보게 한다. 모 회사 엔지니어였던 C씨는 좋은 조건에 소형증권사의 애널리스트로 특채됐다.그만큼 회사가 그에게 거는 기대도 컸다. 아무래도 기술을 잘 이해하고 있으니 그만큼 분석력도 뛰어나리라는 것. 그러나 그는 1년 만에 그만뒀다. 보고서를 쓰는 본업 외에도 펀드매니저 등에게 자신의 리포트를 ‘세일즈’하는 부업도 잘해야 애널리스트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풍토에 적응을 못한 것이다.앞에 나열한 두 사례에 대해 이기대 사장은 어떤 견해를 갖고 있을까. 그는 이에 대해 “회사의 책임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사장은 “새로운 팀을 외부로부터 받아들일 때는 비슷한 업무를 하던 기존 직원을 새롭게 팀에 합류시키는 등의 노력이 필요했다”며 “아울러 애널리스트 경험이 없는 엔지니어 출신을 영입할 때는 사전에 그에게 애널리스트가 하는 일을 설명하고, 과연 잘할 수 있는지를 물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물론 첫번째 사례에 대한 그의 해법이 무작위로 섞으라는 주문은 아니다. 이보다는 ‘화학적’ 합병을 해야 한다는 것. 쉽게 말해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해야만 외부로부터 영입된 팀원과 기존 직원간 ‘힘자랑’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이밖에도 이사장은 금융권 인재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돈’보다는 ‘직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낙 금융권 연봉수준이 높은 까닭에 남이 얼마를 받든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다.오히려 중요한 것은 스카우트 된 직원이 얼마나 자신의 능력에 걸맞은 직위를 받느냐는 것. 금융기관 직원들은 ‘군대적’ 조직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에 일단 자신보다 상급자가 되면 이에 순응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회사 차원에서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기는 백진용 한국투자신탁증권 상무도 마찬가지다. 삼성증권 인사담당 상무를 역임한 바 있는 그는 비단 두 증권사뿐만 아니라 업계의 소식에도 밝다. 그가 들려준 사례는 앞으로도 더욱 많은 우수인재를 영입해야 할 증권사들이 어떤 점을 유념해야 하는지 일깨워준다.“모 증권사 기업금융팀이 유능한 인재를 스카우트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당시는 시황이 안 좋아서 기업금융도 활발하지 못했는데 회사에서 성과를 보여 달라고 재촉하는 바람에 1년이 채 안돼 다른 회사로 옮겼죠. 이후 시황이 좋아지자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고 합니다.”그는 지금은 리캐피탈투자자문의 대표로 있는 이남우 전 삼성증권 리서치팀장의 일화를 우수사례로 꼽았다. “이대표가 영입될 당시만 해도 30대 중반의 나이에 어떻게 상무 직위를 줄 수 있느냐며 반발이 심했죠.거기다 애널리스트에 대한 채용, 연봉협상 및 해고권한까지 부여한 것은 잘못이라는 비판도 컸습니다. 그러나 그는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를 국내 최고로 키워냈습니다. 능력에 걸맞은 대우를 해줬고, 회사는 조급하게 성과를 기대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점이 성공의 비결이었죠.”배성환 기자 rakises@kbizweek.comINTERVIEW / 정병찬 JCMBA 사장“MBA는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뜻”“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한 사람 중에 야인(野人)이 많다는 거 아세요?”핵심인재ㆍ글로벌인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조건 중 하나인 MBA. MBA 전문 컨설팅업체 JCMBA 정병찬 사장(39)은 요즘 기업들이 원하는 글로벌인재를 그 누구보다 많이 접하는 사람이다.JCMBA는 MBA지원자들에게는 필수코스로 자리잡은 곳으로 지원에서부터 졸업 후 진로까지 MBA와 관련된 모든 조언을 제공한다. 벌써 5년째 이 일을 하고 있는 정사장이 보는 요즘 인재들은 그야말로 방황이 잦은 야인이다.“일단 기대수준이 높으니까요. 게다가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하던 일과는 다른 일을 하려고 가는 게 유학이잖아요. 높은 보수와 삶의 질, 그리고 안정성 사이에서 갈등하다 보면 아무래도 한곳에 정착하기가 쉽지 않겠죠.”90년대 중반만 해도 1년에 6,000명 정도에 지나지 않던 MBA 지원자수는 최근에는 매년 2만명을 육박할 정도로 크게 늘었다. 그는 신입사원 대신 전문성을 갖춘 경력자를 선호하는 시장환경이 이 같은 결과를 낳고 있다고 전했다.“취업은 어렵다고 하는데 기업은 경력자만 선호하죠. 더욱이 막상 직장에 들어가서 과장급 정도의 선배를 보면 그제야 유학 떠난다고 야단법석이죠. 회사에서는 글로벌인재가 필요하다고 떠들죠. 이러니 다들 불안해서 MBA해 보겠다고 하지 않겠습니까.”이처럼 지원자가 많아지면서 기업에는 오히려 좋은 인력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구인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컨설팅회사나 투자은행 등에만 관심을 두던 인재들이 국내 대기업 쪽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고 기업도 예전보다 보상시스템을 강화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정사장은 지금처럼 기업이 MBA출신 인재를 뽑기 좋은 여건에 놓여 있을수록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고 강조한다. MBA 지원자들은 대개 40대 이후를 보고 도전하게 되며 따라서 이들에게 MBA는 시장상황만 좋아지면 더 나은 조건을 찾아 떠날 수 있는 대안이 된다는 것이다.“어떤 인터뷰에서 기업 인사담당자가 ‘MBA출신이 많아져서 이제 우리가 골라서 뽑을 정도가 됐다’고 말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걸 보고 ‘있을 때 잘해야 할 텐데…’ 하고 생각했어요. 지위나 능력발휘 차원의 확실한 정책마련이 채용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걸 잊어서는 안됩니다.”김소연 기자 selfzone@kbizweek.comINTERVIEW / 도세훈 빠진(Pazin) 사장“처음부터 제 사업이 목표였죠”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중식 퓨전레스토랑 빠진(Pazin)이 ‘맛집’으로 소개될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다. ‘경영학석사학위(MBA)를 마친 엘리트 사장이 운영하는 곳으로….’도세훈 빠진 사장(39)은 미국 롱아일랜드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뒤 99년 초까지 외국계 회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다. 보통사람이라면 의아하게 여길 법한 자신의 인생 여정에 대해 그는 처음부터 정해진 수순을 밟은 것뿐이라고 설명했다.“세계적인 무역업을 하겠다는 포부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무역 관련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했고요. 하지만 국내 외식업의 잠재력이 눈에 보이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물론 사업을 하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었죠.”유학시절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도사장의 눈에는 국내 외식산업의 과학화가 요원해 보였다. 단순히 외국의 브랜드를 들여오는 게 아니라 국내 실정에 맞는 외식 브랜드를 체계적으로 시작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였다.“기업에서 인재로 인정받으며 생활하는 것도 좋겠지만 자기 사업을 하는 것과는 다르죠. 요즘 고학력자들이 일반기업에서 창업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겁니다. 아무래도 공부를 많이 했다는 건 그만큼 포부가 크다는 뜻 아닐까요.”그는 피고용자에서 고용자로 입장이 달라진 뒤부터 ‘인재관리’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사람 없이 하는 일이란 없겠지만 특히 외식사업은 노동집약적 업종이라는 설명이다.“경영자들이 잘하는 말이 ‘자기 회사처럼 생각하고 일해라’죠. 이제야 그 말뜻을 이해하겠더군요. 그렇지만 직원들이 원하는 게 뭔지도 잘압니다. 그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주는 게 바로 제 역할이죠.”도사장은 “외식산업이 규모에 비해 업태의 세분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얼마전부터는 사업을 프랜차이즈로 확장한 만큼 직원들과 공동의 미래를 일군다는 각오로 제대로 된 사업을 해보겠다”고 밝혔다.김소연 기자 selfzone@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