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형 글로벌컴퍼니 로 거듭날 터”

이응복 총괄부회장(51)의 최대관심사는 ‘지식경영’을 어떻게 하면 더욱 심화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지식경영’이라는 용어를 스무 차례 이상 반복할 정도로 ‘지식경영’의 매력에 푹 빠져 있는 듯했다.그도 그럴 것이 ‘지식경영’은 위기에 빠진 이랜드를 구한 것은 물론 향후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부회장은 그룹이 사업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이천일 아울렛의 성공신화를 일궜을 뿐만 아니라 그룹의 지식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핵심CEO다.조용하고 부드러운 스타일이지만 일단 판단이 서면 강한 추진력을 자랑한다는 것이 주변의 귀띔이다. 차분한 어조로 기자의 질문에 답했지만, 목소리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 들어 있었다.이랜드가 2000년 이후 혁신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비결은 뭡니까.우리는 IMF 위기를 겪으면서 ‘지식의 부족’이 고난을 자초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기업이 시장에서 성장하다 보면 대체적으로 교만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 같습니다. 이러다 보면 시장의 변화에 소홀하게 되는 문제점이 발생하게 됩니다.우리가 위기를 맞은 것도 바로 이런 문제점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지식의 부족’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단은 정확했고, 결국 지식경영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것이 변화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 됐습니다.지식경영이 탄탄하게 자리잡을 수 있었던 배경도 궁금하군요.먼저 개인의 업무를 분석하고 필요 지식을 선정, 평가 척도로 활용하는 등 철저하게 현장에서부터 출발한 것이 효과를 봤습니다. 여기에는 적극적인 동기부여가 한몫을 했지요. 즉 지식활동을 점수화해 승진, 성과급, 연봉 등에 반영한 것입니다.이러다 보니 가시적인 성과가 속출했습니다. 2년간 10배의 매출성장을 거두는 사업부(푸마)가 등장하는가 하면 단일매장이 월 1억원을 달성하는 성공사례가 나와서 솔직히 놀랐을 정도입니다. 또한 지식경영을 시스템화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요인 중의 하나입니다.물론 애초에 이랜드가 지식경영을 소화할 만한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습니다.가령 이전부터 ‘책 읽기’를 인사고과에 반영해 왔으니까요. 이처럼 기존 기업문화에 최고경영자부터 말단직원들까지 지식경영의 필요성을 공감한 것이 보태져 탄탄하게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이랜드의 기업문화 중 강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이랜드를 떠난 직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요즘은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겁니다. 이처럼 이랜드는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줍니다.분기별 1회 실시하는 ‘지식 페스티벌’, 전 계열사를 통틀어 성과와 생산성을 높인 사업부나 개인을 선발 시상하는 ‘이랜드 지식왕’ 같은 행사는 물론이고 승진과 연봉에도 지식점수를 반영합니다.여기에는 자신의 업무수행을 통해 거둔 직접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습득한 지식도 성과로 인정해줍니다. 이런 것이 상대적으로 차별화된 기업문화가 형성된 배경으로 봅니다.최근 사업다각화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향후 신사업 방향과 전략을 소개해 주십시오.사업다각화의 기본원칙은 핵심역량이 없는 사업진출은 시도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과 연관돼 있는 의ㆍ식ㆍ주ㆍ미ㆍ휴 등 5가지 사업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창출할 계획입니다.패밀리레스토랑 진출도 그 일환입니다. 알다시피 유통은 점차 엔터테인먼트화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패션의류 등의 물건만 사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과 흥미도 얻고자 합니다.이천일 아울렛의 주고객인 중산층의 30~40대 주부들이 부담 없는 가격으로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즐길 수 있는 욕구를 채워주기 위한 것입니다. 다만 강원도 속초의 켄싱턴스타즈호텔은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이해하면 됩니다.우리는 레저산업을 미래형 뉴비즈니스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놀거리’ 개발에도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국제상사 인수문제가 벽에 부딪쳤다는 얘기가 있었는데요.‘정리절차’가 진행 중인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여러모로 쉽지 않습니다. 국제상사만 해도 채권단과 기존 직원이 존재하는 상황이라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용산의 국제상사 사옥 매각건만 하더라도 법정관리기업으로서는 부동산을 팔아서 채무를 갚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사원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그렇지만 우리는 추가자본을 투자해서라도 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때문에 적당한 시점이 되면 무난히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해외진출은 어떻게 진행할 계획입니까.이미 10년 전부터 중국, 베트남, 스리랑카 등에 진출했습니다. 성인 캐주얼 브랜드인 ‘이랜드’는 세계 최대 의류박람회인 미국의 ‘매직쇼’에 참가해 바이어들의 호평을 받은 것을 계기로 미국 내 판매망 확장을 꾀하고 있습니다.아동복도 2000년부터 ‘이랜드 키즈’라는 브랜드로 미국에 진출해 베벌리힐스, 매디슨 에비뉴 등 고소득층 주거지 소재 의류전문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2001년 말에는 ‘로이드’가 국내 패션주얼리업계 최초로 해외에 진출해 홍콩 중심상가에 대리점을 개설했습니다.앞으로는 중국과 미국진출에 사활을 걸 작정으로 특히 미국시장은 2005년까지 5,000만달러대로 늘려 이랜드의 명성을 뿌리 깊게 심을 것입니다.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솔직히 말해서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고밖에 답할 수 없습니다.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어떻게 높일 것인지가 우리의 과제입니다.분명한 것은 국내 브랜드가 세계화되는 것보다 외국 유명브랜드를 인수하는 것이 더 빠른 길이라는 것입니다.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브랜드 인수에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중입니다.이를 위해서는 인재육성에도 소홀해서는 안될 것으로 보이는데요.그렇습니다. 사실 기존의 인재육성 전략은 ‘우리가 자체적으로 인재를 키운다’는 것이었습니다.그렇지만 글로벌화를 추구하면서 외부에서 인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다만 핵심인재 유치에 적극 나서면서도 회사의 경영철학과 문화에 적응할 수 없는 사람은 배제할 것입니다.5년 후 이랜드는 어떤 모습일까요.일단 유통사업에 기업 역량을 집중하면서 오는 2007년까지 매출액 5조3,000억원, 영업이익 7,500억원을 올릴 계획입니다. 세계 톱100 브랜드에 진입하는 것도 또 다른 목표지요.이를 발판으로 10년 후에는 10조원대의 매출을 올려 세계 10대 패션기업에 들어가겠다는 비전도 세워놓았습니다. 우리는 향후 ‘21세기를 대표하는 지식경영회사’라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약력: 1952년 12월생. 1975년 연세대학교 식품공학과 졸업. 1977~83년 동양제과 근무. 1984년 이랜드 입사. 1992년 이랜드 그룹 기획조정실장. 1998년 (주)이랜드 대표이사. 1999년 (주)이천일 아울렛 대표이사 사장. 2002년 이천일 아울렛 대표이사 겸 이랜드그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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