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업체 올해 매출 20% 이상 늘려 잡아, 정부지원도 확대되는 추세
비가 오면 소금장수는 울고 우산장수는 웃는다. 마찬가지로 기름값이 오르면 석유 의존도가 높은 정유업계와 운수업계는 울상이고, 에너지 절감업인 에스코산업은 희색이다.에스코산업의 특징은 수익구조에 있다.여타의 산업이 제품의 판매와 함께 대금결제를 받는 반면, 에스코산업은 판매되거나 설치된 시설로 인한 에너지 절감액으로 대금을 결제받는다. 예를 들어 한 에스코업체가 100만원의 비용을 투자해 고효율 조명기구를 설치한 결과 매월 1만원의 에너지 절감액이 발생했다고 가정해 본다.에스코업체는 이때의 절감액 가운데 매월 1만원씩 100개월에 걸쳐 투자비를 회수한다. 공사 발주업체는 아무런 비용 부담 없이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이라고나 할까.고효율 조명기구, 빙축열시스템, 폐열회수장치, 공장의 생산공정 개선, 소형열병합발전기 등 에스코산업의 스펙트럼은 매우 다양하다. 도입기인 90년대에는 학교, 관공서 등 공공건물의 조명 교체가 주를 이뤘지만 기술력이 축적되면서 최근에는 폐열회수장치나 생산공정 개선 등 산업체 쪽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공사규모가 커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에스코시설에 의한 에너지 절감 효과는 평균 30% 이상이다. 여수의 호남석유화학 공장은 열병합발전시설을 설치해 연간 6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과천 정부종합청사는 조명기구 교체를 통해 연간 1억2,000만원을, 대우자동차는 공조기 모터 회전수를 조절하는 인버터를 이용해 연간 1억5,000만원의 전기사용료를 줄였다. 에스코산업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원론적으로 따지면 최근의 유가상승은 에스코업체들에는 호기임에 분명하다. 실제로 삼성 에버랜드는 20% 매출신장을, 에너지솔루션스는 지난해 66억원에서 올해 100억원으로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케너택, 한국하니웰 등 대표적인 에스코업체들도 매출상승을 기대하고 있다.환경협약 발효 후 에스코 절정 이를 것정부의 지원도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해 400건의 에스코산업에 1,400억원을 지원한 에너지관리공단은 사업성만 있다면 올해 3,000억원 이상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공단의 지원액이 곧 전체 시장규모인 우리나라의 실정을 감안하면 시장이 두 배 이상 확대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또한 빙축열시스템이나 전기 대체에너지 시스템 같은 전력수요관리 측면의 신규시설도 에스코산업으로 인정하고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환경과 삶의 질에 대한 관심증가도 에스코산업의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규모 발전소는 공사기간도 길고 지역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건설이 어렵다. 반면 소형열병합발전기와 폐열을 이용한 난방은 공사기간도 짧고 전기를 절약할 수 있어 지역주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고 케너텍의 안수완 계장은 말한다.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시장 상황이 꼭 낙관적이지만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올 1~2월의 자금지원 요청은 16건, 59억원에 머물러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었다. 공단에 등록된 173개 업체 가운데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 업체는 80여곳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에스코산업에 대한 오해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에너지솔루션스의 임내종 이사는 “유가상승으로 시장 분위기가 에너지 절감으로 기울고 있으나 경기위축으로 기업들이 신규투자를 꺼리고 있다”며 “에스코 설비공사의 경우 실제 투자부담이 전혀 없음에도 업체들이 이를 투자로 오해하고 있다”고 말한다.삼성 에버랜드의 고진규 영업팀장은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면 전산업체에 걸쳐 에너지 절감 운동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에스코산업의 미래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