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옷·신발’ 직접 디자인한다

인터넷 맞춤패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인터넷 보급 확산으로 패션 비즈니스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맞춤패션은 고객이 인터넷을 통해 옷이나 신발을 직접 디자인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는 인터넷 열풍이 불던 지난 2000년 등장했지만 당시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좁고 가격도 비쌌기 때문이다.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인터넷 맞춤패션 비즈니스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졌던 인터넷 거품이 걷히면서 드디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 의류회사인 랜드엔드의 빌 배스 부사장은 “인터넷 기술이 패션산업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대표적인 맞춤패션 웹사이트현재 미국에서는 고객이 직접 자신이 입을 옷 또는 신발의 재질과 색깔을 선택하는 맞춤패션 웹사이트들이 인기다. 자신만의 독특한 디자인을 고집하는 개성 강한 고객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고객들은 웹사이트에 접속해 주문과정을 한 단계씩 따라가다 보면 자신만의 상품을 만들 수 있다. 특히 의류는 기성복처럼 표준치수가 정해져 있지 않아 자신의 신체에 꼭 맞는 옷을 주문할 수 있다. 신발은 고객이 선택한 것을 즉시 보여준다.고객들의 선택범위도 매우 넓다. 대표적 인터넷 맞춤판매 회사인 랜드엔드를 예로 들어 보자. 랜드엔드에서 셔츠를 주문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선택사항은 천의 종류와 색깔이다. 종류와 색깔에 따라 무려 33가지 선택항목이 있다. 다음단계는 스타일이다.어깨, 칼라, 소매 스타일은 물론 주머니 부착 여부까지 정할 수 있다. 다음은 치수를 입력한다. 목둘레, 소매길이, 바지길이, 허리둘레 등 신체치수는 물론 평소 셔츠를 입을 때 가슴부위와 어깨를 헐렁하게 입는지 또는 꼭 맞게 입는지까지 묻는다.그후 그림에서 자신과 가장 비슷한 체격, 체형, 팔굵기와 함께 아랫배가 나온 정도를 선택하면 주문이 끝난다. 가격은 고객의 선택에 따라 49~79달러(약 6만~9만5,000원)로 다양하며 맞춤셔츠치고는 저렴한 편이다.맞춤패션 웹사이트 종류는 의류와 신발이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의류 맞춤패션 웹사이트는 랜드엔드(www.landsend.com)와 아메리칸피트닷컴(www.americanfit.com) 등이다. 신발은 시맥스닷컴(www.customatix.com)이 유명하다. 나이키(www.nike.com)도 인터넷 맞춤판매를 하고 있다.랜드엔드는 1963년 설립된 의류회사. 지난 2001년부터 인터넷 맞춤판매를 시작했다. 랜드엔드는 고객에게 폭넓은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랜드엔드 사이트에서 맞춤판매하는 모든 상품의 숫자와 선택사항을 조합하면 45억가지가 나온다. 특히 이 회사는 전체 웹사이트를 통한 판매에서 맞춤판매가 40%를 차지할 만큼 인기가 높다.아메리칸피트닷컴은 바지를 전문으로 취급한다. 남성 및 여성용 바지가 모두 준비돼 있으며 남성바지는 12가지, 여성바지는 15가지 기본 스타일을 바탕으로 주문한다.시맥스닷컴은 대표적인 신발 맞춤판매 사이트다. 러닝화, 부츠 등 크게 5가지 종류가 있으며 20여가지 기본 스타일을 갖추고 있다.시맥스닷컴은 고객들이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 재질은 물론 신발의 앞, 뒤, 옆 부분을 10여개로 구분해 색깔을 따로 지정할 수 있다. 또한 고객들이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붙일 수도 있다. 자신이 디자인한 로고파일을 보내면 신발에 인쇄해준다. 가격은 60달러에서 90달러 선이다.나이키는 나이키iD라는 명칭으로 인터넷 맞춤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나이키도 시맥스닷컴과 비슷한 방식으로 고객들이 제품을 디자인할 수 있게 한다. 전체 기본 스타일은 32개다.나이키iD는 신발폭까지 선택할 수 있게 해 고객들이 자신의 발모양에 꼭 맞게 설계할 수 있다. 나이키측은 나이키iD를 통한 맞춤판매가 전체 인터넷 판매의 2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나이키iD는 100~150달러 정도로 비싼 편이다.인터넷 맞춤 판매의 장단점고객 입장에서 인터넷 맞춤판매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만의 의류와 신발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다소 제한적이지만 고객이 직접 디자인을 선택해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뽐낼 수 있다.게다가 자신의 신체조건에 정확히 맞는 제품을 구매하므로 착용감이 좋다. 단점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배송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 가격은 일반제품보다 10~30% 비싸다. 배송기간은 주문을 한 후 짧게는 2주일, 길게는 4주일이 걸린다. 생산비 절감을 위해 인건비가 싼 남미지역에서 주로 생산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회사 입장에서는 재고를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고객들의 주문을 받은 후 생산하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 제조할 수 있다. 따라서 재고를 최소화하고 시장예측 실패로 인한 초과생산도 막을 수 있다.랜드엔드의 배스 부사장은 “인터넷으로 맞춤바지를 판매한 이후 필요하지 않은 자재구매를 줄일 수 있어 일부 품목의 마진율이 올라갔다”며 “덕분에 수익률이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생산자 입장에서 가장 큰 단점은 역시 높은 생산비.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돼 있지만 대량생산보다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때로는 수작업도 필요해 비용상승의 여지가 있다.그러나 인터넷 맞춤판매는 향후 인터넷과 결합한 자동화 기술이 더욱 발달, 생산비용이 낮아질 경우 급속한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량생산 제품과 비교해 추가 부담비용이 심리적인 허용범위 안에 들어갈 경우 판매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확산되는 인터넷 맞춤판매맞춤제품은 패션은 물론 다른 분야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화장품은 물론 자동차까지 인터넷 맞춤판매가 등장했다. 포드자동차(www.ford.com)는 인터넷으로 고객들이 자동차 색깔, 인테리어, 타이어 등을 선택할 수 있게 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포드의 딜러 서비스담당 이사인 마이크 롬바르디씨는 “자신이 평소 생각하던 대로 자동차를 꾸미려는 고객이 늘고 있어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화장품회사인 리플렉트닷컴(www.reflect.com)은 고객들이 피부상태에 대한 질문을 답하면 거기에 따른 맞춤화장품을 생산, 판매해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인터넷 맞춤판매 포털까지 등장했다. 디지털초이스(www.digichoice.com)는 현재 약 2,800개의 인터넷 맞춤판매 웹사이트를 소개하고 있다.그러나 인터넷 맞춤판매가 무조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실제로 상당한 실패사례가 있다. 고객들이 선택한 음악을 모아 음반을 만들어주는 뮤직메이커닷컴과 아이믹스닷컴은 이미 문을 닫았다. 다양한 맞춤상품을 앞세웠던 겟커스텀닷컴도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바비인형으로 유명한 마텔은 한때 맞춤 바비인형을 팔았지만 채산성 문제로 판매를 중단했다. 지금은 고객들이 웹사이트에서 재미로 바비인형을 만들어 볼 수 있게만 서비스하고 있다.일부 실패사례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맞춤판매는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조 파인씨는 자신의 저서 에서 “기업들이 맞춤상품을 효과적으로 생산하는 방법을 배워가면서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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