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럭무럭 자라는 동물 보며 활력 충전

순천공장에 거위·오리·토끼·염소 등 키워…주말에는 가족단위 방문도

공장 안에 웬 동물농장!’현대하이스코(회장 윤명중)의 순천공장에 동물농장이 들어서고 있다. 거위, 오리, 토끼, 염소가 공장 안에 보금자리를 얻어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새끼오리떼가 어미오리 뒤를 졸졸 따라가는 모습은 어느 감명적인 영화보다도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정화시켜 준다.현대하이스코는 자동차용 냉연강판 등 고부가가치의 철강제품을 생산하는 전형적인 중후장대형 기업이다. 순천공장은 바다를 매립해 지난 99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시설로, 차가운 바닷바람이 건물과 건물 사이를 차갑게 스쳐 지나가는 여느 공장과 크게 다를 게 없는 곳이다.이 황량한 공장의 한쪽으로 동물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7월이다. 바다를 매립한 곳이다 보니 본관 사무동과 라인이 들어선 건물 사이에 자연적인 습지가 만들어졌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오리 같은 것 키우면 아주 잘 크겠는데”라고 한마디씩 말을 던진 것이 계기가 됐다.경영진은 직원들의 정서함양을 위해 동물을 키우는 것이 들어가는 수고에 비해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 전격적으로 동물을 풀어놓기로 결정했다.거위 2마리, 오리 40여마리, 토끼 9마리, 염소 2마리가 처음 터전을 마련했다. 공장 관계자는 “사육을 시작한 지 4개월여 만에 새끼였던 가축들이 모두 어미로 성장했고 오리는 10여마리가 새로 부화됐다”면서 “거대한 공장설비 사이에서도 기대 이상으로 잘 자라고 있어 기특하다”고 뿌듯해한다.점심시간 등에 직원들 많이 찾아직원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오염된 환경에서 살 수 없는 이들의 생태에 비춰볼 때 공장이 동물들로부터 환경친화적이란 ‘합격점’을 받은 셈이라고 여긴다. 공장 내에서는 여가시간을 보내는 인기 장소가 되고 있다. 점심시간이나 근무교대시간이 되면 동물들의 노니는 모습을 보며 휴식을 취하기 위해 모여든 직원들로 정겨운 광경이 펼쳐지고는 한다.회사 관계자는 “거위를 우두머리 삼아 수많은 오리들이 이리저리 행진하는 모습이나 채소 조각을 두고 서로 다투는 토끼의 모습이 근무에 지친 직원들에게 활력이 되고 있다”며 “특히 갓 태어난 오리나 토끼의 귀여운 모습은 여직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틈날 때마다 나와서 동물들을 구경하고는 한다는 한 직원은 “공장 내에서 이렇게 동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자체가 직장생활의 즐거움”이라며 공장에서 느끼는 자연의 정취를 예찬하기도 한다.이뿐만 아니라 공장에는 근처에서 보기 드문 습지환경을 체험하기 위한 직원자녀들의 방문 또한 잦아지고 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곳이기는 하지만 주요한 생태적 기능과 자연을 체험할 수 있어 좋은 교육거리가 되기 때문이다.업무지원팀에서는 체계적인 관리를 준비하고 있다. 초기에는 먹잇감이나 챙겨주는 정도였지만 앞으로는 토끼나 오리새끼가 늘어나는 대로 희망하는 직원들에게 분양할 생각도 갖고 있다. 또 원하는 직원에게 한 마리씩 도우미로 지정, 이름도 붙여주고 돌봐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공장을 소개하는 투어코스로 삼기 위해서 오솔길을 만드는 등 약간의 손질도 필요하다.사실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의 동물농장은 어느날 우연찮게 생긴 듯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이미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딱딱해지기 쉬운 정서를 보완해줘야 한다는 의도가 회사 경영진에게는 진작부터 있었다. 회사에서는 공장을 짓기 시작하면서부터 부지 내에 500여평을 따로 확보, 직원들에게 농장으로 분양했다.주말마다 가족단위로 들러 고추, 무, 배추, 토마토를 가꾸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현재는 공장직원의 30% 정도인 120여명이 분양을 받아 작물을 키울 정도로 호응이 높다. 자녀들에게는 자연학습의 기회가 되고 있다.나아가 무공해식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일거양득이다. 현재는 주말농장을 활용한 작물재배 콘테스트 등 다양한 사내 이벤트로 연결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 중이다.이뿐만 아니라 온실에서 키운 화초를 역시 원하는 직원들에게 무료로 분양하기도 한다. 여러 가지 화초를 1년 정도 회사의 온실에서 키운 후 각 가정에 분양하는 것이다.현대하이스코의 순천공장은 동식물이 자라며 함께 숨쉬는 친근한 공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공장측은 “예상했던 것보다 조경차원의 효과를 넘어 직원들의 정서함양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며 “동물들의 생태를 잘 파악해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 회사의 명소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말했다.엘테크의 브레인스토밍일반적으로 공장이란 단어는 쇠붙이, 콘크리트, 기름냄새 같은 것과 함께 연상된다. 무미건조하고 딱딱하며 단조로운 업무의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사람이 무시되고 기계가 존중되던’ 산업화시대의 잘못된 자산관리의 전통이 낳은 오류다.오늘날의 경영에서는 ‘환경친화적’ ‘자연친화적’이란 단어를 무시할 수 없다. 여기서 환경이나 자연이란 곧 인간과 직결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즉 자연과 친화적일 때 비로소 인간과 친화적일 수 있다.‘포천 100대 기업’들을 방문해 보면 마치 정원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사무실, 너무나 밝고 화사하고 따스한 느낌을 주는 공장을 볼 수 있다. 자연히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의 동물농장은 딱딱한 느낌의 공장 이미지를 완화시켜 구성원의 정서를 누그러뜨리는 데 효과적이다. 그것이 우연히 등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직원들에 대한 주말농장이나 화초분양의 이미 시행돼 왔었다는 사실을 통해 드러난다.이런 부분들이 구성원에 대한 작지만 세심한 배려를 읽게 하고 그것이 곧 신뢰의 토대가 된다. 신뢰경영을 실천하는 훌륭한 일터(GWP)에서는 구성원이나 그 가족들에 대한 배려의 제도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순천공장의 동호회 가입율은 40%이며 회사는 그 비율을 80%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이 같은 활동은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분위기를 낳고, 나아가 공동의 지향점을 만들어 일하는 재미로 연결된다.한편 GWP가 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측면들과 함께 공정, 존중, 지원, 신의, 성실 등과의 균형 잡힌 모습이 필요하다. 경영의 프로세스가 공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두 가지의 좋은 제도를 통해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을 수는 없다.이런 측면에서 현대하이스코가 지향하는 신뢰경영, 투명경영이 구체적으로 업무현장에서 어떻게 현실로 반영되고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경영진은 무엇보다 공유된 가치를 경영의 원칙으로 수립하고 이를 일관되게 현장에서 구현되도록 해야 한다.동물농장과 관련해서는 현재 검토하고 있는 대로 최소한 주말농장을 분양하는 정도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 같다. 외국의 바이어들이 찾아왔을 때 공장의 투어코스로 정비해 보여주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협상의 분위기를 친근하게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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