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속 재활용시장 ‘반짝 특수’

가전·소형자동차에 이어 카트리지 등 사무용품에도 중고품 바람 불어

경기가 나빠지면 소비자들의 손길은 중고품으로 이동한다. 특히 서민층의 중고품 이용은 크게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현상은 최근 들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중고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이와 관련된 비즈니스 역시 눈에 띄게 늘고 있다.중고품 시장의 대표주자는 역시 가전이다. 텔레비전이나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오디오 등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이를 찾는 사람들 역시 많다. 샤론중고센터 유승원 사장은 “중고가전제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느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서민 가정을 중심으로 많이들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가격은 대부분 신제품에 비해 50% 이상 싸다. 특히 일부는 시판된 지 1년 정도밖에 안된 것도 있다. 외국으로 이민가거나 결혼하기 전 사용하던 것을 중고로 내놓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거의 신제품이나 다름없고, 중고시장에서도 최고 인기제품으로 꼽힌다.중고가전 가운데는 거의 90% 가량 할인해주는 것도 적잖다. 특히 세탁기나 텔레비전 등은 5만원 안팎으로도 쓸 만한 것을 건질 수 있다. 중고품 전문매장인 중고나라의 한 관계자는 “이런 것들은 보통 5~10년 정도 지났지만 성능 면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며 “대학가의 자취생 등 ‘싱글족’들에게 많이 팔려나간다”고 설명했다.중고 경차와 소형차도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다. 중대형 중고차는 부진한 가운데 경기불황과 고유가시대를 반영하듯 소형 중고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중고자동차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 서울자동차매매조합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으로 중고 경차 및 소형차의 경우 1,053대가 팔려 전월(978대) 대비 7.7% 정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중고차 시장 관계자들은 당분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대이라크전쟁으로 유가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다 경기 역시 당분간 침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김현준 우진자동차매매상사 대표는 “중고차 시장에서도 차별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중대형 위주로 판매가 이뤄졌으나 지난해 11월 이후 경차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사무용품에도 중고품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소모품의 경우 리필하거나 중고를 재생해서 사용하는 소비층이 늘면서 관련 업체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레이저프린터에 들어가는 카트리지(잉크를 담는 통)의 경우 최근 들어 재생해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문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기는가 하면 프랜차이즈식으로 운영하는 업체까지 생겨나고 있다.카트리지 재생 전문업체인 아이피에스이미지의 한 관계자는 “카트리지를 재생해서 쓰는 것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널리 보급되지 않았었다”며 “경기가 위축된 이후 이에 대한 관심이 늘고 실제로 재생해서 쓰는 사람들이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잉크 역시 리필해서 쓰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관련 비즈니스가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것이 잉크충전방으로 최근 오피스가와 대학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잉크충전방 프랜차이즈업체인 굳웰의 한 관계자는 “프린터를 사용하는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잉크에 대한 비용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며 “잉크충전방을 이용할 경우 정품의 30%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고 말했다.인터넷에선 중고유아용품 잘 팔려각종 중고품을 백화점처럼 다양하게 갖춰 놓고 영업을 하는 프랜차이즈식 리사이클링 매장 역시 새롭게 등장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암사동에 첫 매장을 연 하드오프코리아는 지저분한 이미지의 기존 재활용센터와는 달리 깨끗하고 실속 있는 제품, 합리적인 서비스를 무기로 소비자들을 파고들고 있다.일본에서 320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하드오프와 합작형태로 만들어졌으며 중고품매장의 격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취급품목은 컴퓨터, 오디오, 비디오, 텔레비전 등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악기, 골동품, 시계, 카메라, 게임소프트웨어 등 아주 다양하다.이 회사 관계자는 “최장 12개월까지 애프터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며 “일부 품목은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로 인기”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올해 안에 3곳의 점포를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인터넷 쇼핑몰이나 경매업체들 역시 중고품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옥션의 경우 최근 들어 거래물품 중 금액 기준으로 중고품이나 재활용품 비중이 20%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특히 중고유아용품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증,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거래건수가 30% 가까이 치솟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회사측은 “유아용품 가운데서도 사용한 지 1년이 안된, 새것 같은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일부 백화점들의 움직임도 재빠르다. 아예 재고품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매장을 상설 운영하고 있는 곳도 있다. 그랜드백화점 일산점은 ‘피블’이라는 상설할인매장을 열어 하루 평균 1,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백화점 관계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당초 백화점측은 큰 기대를 걸지 않았으나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곳에서는 재고품과 이월상품을 정상가에 비해 80% 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이밖에 기저귀 등 생활용품을 재활용하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다. 1회용 기저귀 대신 천연 순면 소재 기저귀를 사용하는 주부들이 점차 느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기저귀세탁대여업체인 아기즈의 김남희 팀장은 “순면 소재 기저귀를 각 가정에 대여한 후 다시 수거해 세탁을 해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1회용 제품을 사용할 때보다 20% 이상 저렴하다”고 강조했다.돋보기 / 점포정리업 ‘불황 속 상한가’고가의 그림부터 사무용 집기까지부도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설립된 지 얼마 안되는 벤처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이 같은 추세는 더욱 뚜렷하다. 서울 테헤란밸리에 빈 사무실이 늘고, 떠나는 업체들이 줄을 잇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이런 와중에 점포정리업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청산 비즈니스로도 불리는 이 사업은 부도기업이나 폐업업체 등에서 나오는 사무용품 등 각종 물품을 신속하게 처리한다. 고가의 그림이나 조각품에서부터 사무실 집기, 컴퓨터, 프린터, 전화기, 간판 등이 주요 거래대상이다. 현재 서울에만 20여개의 점포정리업체가 영업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이 사업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다. 벤처기업들이 경영난으로 속속 문을 닫으면서 그 주변에 ‘뒤’를 처리해주는 업체들이 덩달아 생겨난 것. 헐값에 사들여 보수하거나 깨끗이 다듬은 후 원하는 수요처에 공급하고 있다. 문닫은 업체의 중고간판을 취급하는 엔에스아이 성오석 대표는 “지난해에 비해 중고간판을 찾는 사람들이 30% 정도 늘었다”고 설명했다.인기를 입증하듯 서울중소기업청과 서울소상공인지원센터도 얼마전 ‘점포정리업’을 유망아이템으로 선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중소기업청의 한 관계자는 “외국에서도 점포정리업은 엄연한 하나의 사업”이라며 “불황이 깊어지면서 유망하다는 판단에 따라 유망아이템으로 선정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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