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세 취학전 아동이 주 타깃, 월트디즈니 . 랜덤하우스 등 해외제휴망 90개
80년대 초반 서울 종로 뒷골목. 4평 남짓한 허름한 사무실에서 30대 초반의 젊은이 서넛이 살다시피 하면서 ‘쑥덕공론’을 거듭했다. 이들의 토론 테마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를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였다.당시 어린이 교육사업이라는 것이 황무지였던 만큼 ‘월트디즈니를 들여오자’, ‘세계 위인전을 만화로 만들자’는 등의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이들은 가끔 ‘무지개를 좇는 소년’들이 된 기분도 들었다.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요즘, 아가월드는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업계에서는 아무도 무시할 수 없는 탄탄한 어린이 전문 출판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월트디즈니, 미피 캐릭터의 마케팅회사인 메르시스, 미국의 대표적 출판사인 랜덤하우스 등 세계 유수의 교재 및 캐릭터 업체 90여곳과 제휴관계를 맺고 있어 국내 시장은 물론 아시아지역에서도 명성을 떨칠 만큼 그 위세가 대단하다.올 1월에는 20여억원을 들여 자체적으로 만든 창의력 향상 프로그램인 ‘생각꿈틀’이 학부모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연간매출액 600여억원(2002년) 가운데 50여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등 이익 측면에서도 남부럽지가 않다.20년 전 그 허름했던 종로 사무실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며 미래를 꿈꿨던 주인공들이 바로 이석호 아가월드 회장과 김진현 사장 등 지금의 아가월드 핵심 CEO들이다. 불과 20년 만에 서울 양재동 8층짜리 ‘번듯한’ 사옥에서 기자를 만난 김진현 사장(53)은 “딴생각 않고 한우물을 팠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20년 세월을 한마디로 줄인다.그럼 김사장을 통해 ‘20년 세월’을 차근차근 벗겨보자. 아가월드의 사업대상은 주로 0~12세까지의 어린이다. 특히 취학 전 아동인 0~8세까지가 주 공략대상. 대교, 재능 등 이른바 메이저 교육기업들은 시장이 넓은 학습지시장에 집중, 오늘의 부를 일궈냈다.반면 아가월드는 20년 동안 오로지 유아교재출판에 집중하는 어찌 보면 ‘무모함’(?)을 보였다. 왜 그랬을까. “고민이 없었다면 거짓말입니다. 우리가 유아시장에 몰두한 것은 취약 전 아동들의 기초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돈벌이만 생각했다면 초등학교 시장 공략에 일찌감치 나서지 않았겠습니까.” 김사장은 “고집스럽게 실리보다 명분을 중시했다”고 털어놓았다.현재 아가월드의 사업군은 교재출판, 캐릭터, 방문 학습 프로그램 등 3가지다. 이중 출판이 전체 매출액의 70% 가량 차지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중 60% 정도가 해외 유명 교재업체로부터 수입했다는 것.이는 아가월드 설립 후 꾸준하게 해외네트워크 확대에 주력해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체개발보다 해외수입 쪽에 비중을 둔 것에 대해 김사장은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가 자체 제작하고 싶어도 아이디어나 창의성 면에서 외국과 현격한 차이가 났기 때문에 세계적인 기업들의 우수한 유아교재를 국내에 공급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졌다”고 지난날을 떠올렸다.그렇다면 국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 어떻게 방대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을까. 초기 아가월드의 제휴전략은 가히 ‘육탄공세’에 가까웠다. 김사장은 “보통 6~7번 거절을 당한 뒤에야 실무자를 만날 수 있었다”며 당시 어려웠던 상황을 설명했다.미피 캐릭터의 그림작가인 네덜란드 ‘딕 브루너’의 경우, 갖은 냉대를 이겨내고 끈질긴 설득 끝에 국내 독점권은 물론 아시아지역 판권까지 안겨준 경우다. 이와 함께 제휴 이후에도 꾸준한 신뢰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가령 해외저작권에 대한 로열티 지급이 법제화한 87년 이전부터 이미 로열티를 지급해 온 것이 그렇다. 또 불법복제가 판을 치는 국내 현실에서 이를 막기 위해 별도의 전담팀을 가동할 정도로 노력을 기울인 점도 좋은 이미지를 심어줬다고 전했다.이 과정에서 아가월드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알려지게 된다. 김사장은 “우리가 접촉하기 전에 해외업체들이 먼저 만나자는 제의가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은근히 자랑했다.그러면서 그는 4월에 열리는 이탈리아 볼로냐 아동도서전시회에서 만날 해외업체들과의 약속시간이 빼곡히 적혀 있는 메모지를 보여줬다. 3박4일 동안 무려 40여곳의 업체들과 미팅약속이 잡혀 있었다.향후 학습지시장에 무게중심 둘 계획지난 20년간 유아교재시장에서 선두를 달려 왔지만, 그렇다고 김사장의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사업다각화야말로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최대 화두다.사실 80년대 후반부터 탄탄대로를 걸었던 까닭에 예전부터 사업다각화에 대한 유혹이 없지는 않았을 터. 한때 부동산업 등 교육사업 이외의 영역으로 진출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어린이 사업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확고한 경영방침을 고수해 왔다.그렇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는 생각이다. 김사장은 “유아교육시장에서 나름대로 확고한 위치를 확보했기 때문에 연령대를 12세까지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특히 전체 매출액의 20% 정도에 불과했던 방문학습지 비중을 2005년까지 50% 정도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는 이전까지 교재를 파는 것에 그쳤지만 앞으로는 엄마를 대신해 아이를 교육하는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최근 출시한 창의력 프로그램인 ‘생각꿈틀’은 방문학습지시장을 겨냥한 김사장의 야심작이다. 독창적인 연상훈련 방법에 대한 새로운 개념으로 특허청으로부터 특허를 획득한 것은 물론 미국,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등 12개국에 국제특허를 출원해 놓은 상태다. 이와 함께 출판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고 보고 기술장벽이 있는 업체를 M&A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살짝 귀띔했다.김사장은 앞으로 ‘사회환원’도 소홀히 하지 않을 작정이다. 2001년부터 매년 매출액의 3~5%를 적립, 기금을 모으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우선 50억원을 모으면 전문기관에 위탁해 장애어린이 등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김사장은 직원들에게 “실력보다 인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덕장형 CEO. 그는 “지금까지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 유수의 어린이 교재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힘줘 말했다.돋보기 / 아가월드를 키운 제품들‘빙뱅붐’으로 약진, ‘생각꿈틀’로 재도약 꾀해지난 80년 8월 ‘교육문화사’라는 상호로 설립된 아가월드는 ‘학습위인만화’ 등 초기에는 주로 출판업에 주력했다. 그러다가 93년 출시한 ‘빙뱅붐 클럽’이 당시 조기영어 붐과 함께 전국을 휩쓸었다.이후 모조품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나와 영업보다 단속에 더 힘을 쏟았을 정도였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빙뱅붐 클럽’은 아가월드의 최대 히트상품으로 지금도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어 연간 매출액이 100억원 가량이며 지금까지 10만질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뒤이어 97년 ‘세계의 그림책’을 내놓았고, 98년 ‘해피콤 한글’을 시작으로 해피콤 시리즈로 학습방문교육을 시작했다. 2000년 ‘미피’, ‘니엔후이스 몬테소리’ 등이 나왔고, 올해 1월 ‘생각꿈틀’로 이어졌다. 김사장은 앞으로 몬테소리학교를 설립해 어린이 교육 체계화에 더욱 주력할 계획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