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매틱스 기반 ‘똑똑한 자동차’ 현실로

밝은 표정의 여성이 운전을 준비하고 있다. 갑자기 인기 DJ 배철수의 음성이 나온다. “아~, 이분은 초보시군요. 운전은 길을 잘 알아야 하는데….” 여성은 휴대전화를 열어 네이트 드라이브(NATE Drive)에 접속, 길 안내 서비스를 받는다. “아~, 네이트 드라이브”라며 안도하는 음성.최근 TV를 통해 방영 중인 SK텔레콤의 네이트 드라이브 CF의 한 장면이다. ‘운전은 내가, 길 안내는 네이트 드라이브가!’라고 마무리하는 이 CF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모르는 길과 막히는 길을 편안하게 찾아간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SK텔레콤은 2002년 3월, 네이트 드라이브 출시를 계기로 텔레매틱스 시장에 진출했다. 텔레커뮤니케이션(Telecommunicationㆍ통신)과 인포매틱스(Informaticsㆍ정보과학)의 합성어인 텔레매틱스는 ‘자동차를 움직이는 컴퓨터 정보’로 폭넓게 풀이된다.네이트 드라이브처럼 길 안내가 주임무인 네비게이션은 텔레매틱스의 가장 기본적인 분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통한 위치파악과 빠른 길 안내, 도로소통정보, 긴급구난 서비스 등이 가능하다. 네비게이션을 포함한 텔레매틱스는 차세대 자동차의 중요한 기술로 이미 관련업계의 관심이 대단하다.텔레매틱스시장 “매년 두배씩 성장”다양한 텔레매틱스 기술 가운데 상용화 단계에 들어선 대표적인 분야는 네비게이션. 최근 출시되는 신차에 기본 또는 옵션으로 네비게이션이 장착되고 히트상품 목록에도 오를 만큼 대중화됐다. 이에 따라 시장규모와 관련기술이 급속도로 확대 발전하고 있는 상태다.한국토요타자동차의 경우 렉서스의 최고급 모델인 LS430에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장착, 판매하기로 했다. BMW도 올 5월부터 네비게이션을 장착해 판매하며 최근 출시된 기아 오피러스도 네비게이션을 도입했다. 고급차 시장에선 네비게이션 기본옵션으로 자리잡은 셈이다.현대, 기아, 쌍용차 등에 네비게이션을 공급하고 있는 현대오토넷의 경우 지난해 9월 ‘폰터스’(PONTUS)를 출시, 인기를 끌고 있다. 폰터스의 대표상품은 아이디오(idio) 네비게이션.실제 도로교통 정보를 반영한 최적거리를 탐색ㆍ안내한다. 운전자가 목적지를 설정하면, 막히는 길과 그렇지 않은 길을 파악해 목적지까지 최적거리를 탐색해 안내하고, 전자지도에 정체(빨강색), 지체(주황색), 원활(초록색) 구간을 컬러별 화살표로 표시해준다.또 MBC와 제휴해 FM방송망을 통해 교통정보를 비롯한 각종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다. 오윤근 현대오토넷 과장은 “일반고객 대상 유통 시장에서 6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2002년 히트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면서 “내수용 고급자동차에 장착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리스 등 해외로의 수출전망도 밝다”고 말했다.국내 최초의 PDA 차량용 네비게이션 ‘아이나비641’로 고속성장하고 있는 팅크웨어는 정확도 높은 디지털 항법지도가 자랑. 일반 PDA와 오토PC에 탑재할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해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올해 10만대의 내수판매를 예상하고 있으며 유럽시장과 아시아에 네비게이션 소프트웨어를 수출할 계획이다.파인디지털은 휴대전화에 장착하는 네비게이션 ‘탱고’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적의 길 안내는 물론 교통정보, 무인카메라 위치 등 위치기반 실시간 정보, 위치정보 데이터베이스 조회가 가능하다. 기존 네비게이션에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접목해 텔레매틱스 기능을 한 단계 높였다는 설명.별도의 PDA나 차량용 PC가 필요 없이 휴대전화만으로 네비게이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네이트 드라이브의 경우 SK텔레콤이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텔레매틱스 사업의 출발점이나 다름없다.삼성전자의 이동전화에 Navi-Kit(본체+거치대+GPS)를 장착하는 형식으로 시작된 이 서비스는 기종 다변화와 안전운전모드 등의 부가서비스를 추가해 본격적인 텔레매틱스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2003년 2월 현재 이동전화형(핸드세트 타입)의 서비스 가입자만 약 8만명에 달한다.8월부터는 PDA형, 9월부터는 차량장착형 서비스를 제공해 본격적인 시장선점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차량장착형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 르노삼성, 삼성전자와 3자간 공동추진을 합의했고, 이에 따라 올 9월부터 출고되는 르노삼성자동차의 모델에는 네이트 드라이브가 장착된다.한편 네비게이션을 포함한 텔레매틱스 시장 규모는 올해 1,000억원을 돌파, 매년 두배씩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프터마켓(일반 유통시장)만 2005년에는 7,500억원 규모가 될 전망.특히 업계와 시장조사기관들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해 급속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IT 정보서비스로 유명한 가트너그룹은 세계 텔레매틱스 하드웨어 및 서비스 매출 총액이 2005년 27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국내 업계에서는 오는 2008년까지 1,200만대 이상의 자동차에 텔레매틱스가 장착되고 신형차의 필수 시스템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6년까지 신차의 70%가 텔레매틱스를 장착할 전망이다.돋보기 / 현대모비스 ‘엑스라이드’차량용 멀티미디어 PC “말만하면 다 됩니다”어지간한 컴맹이 아니고서야, 요즘 컴퓨터를 한 가지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이미 PC는 멀티미디어 도구로 자리잡았다. 자동차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단순 네비게이션에 만족 못하고 ‘더 똑똑한 차’를 원하는 이들을 겨냥한 자동차 PC가 곧 국내 시장에서도 선을 뵐 예정이다.국내 최대 자동차부품사인 현대모비스는 5월부터 자동차 PC인 ‘엑스라이드’를 내놓을 계획으로 마무리 시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엑스라이드에 50억원을 들여 2년 동안 개발했다.오디오시스템, TV, 네비게이션, 게임, 차량자가진단, 위치추적, 음성e메일 등 20여가지 기능이 이 단말기 하나에 통합되는 일체형 자동차 PC를 지향하고 있다. 이 회사 AT사업기획부 김명곤 차장은 “단순히 네비게이션을 보조하기 위한 텔레매틱스 단말기와는 다른, 일체형 자동차 PC 개념은 엑스라이드가 국내에서 처음”이라고 설명했다.엑스라이드는 보통 PC와 같은 운영체계를 기반으로 한다. 음성인식 기능도 있어서 이를 장착한 차량 운전자들은 라디오, TV, 네비게이션, 전화걸기 등을 말만하면 작동시킬 수 있다.지역을 이동하면 라디오주파수가 그 지역에 맞게 자동으로 조절되기도 한다. 차내에 열쇠를 두고 문을 잠갔을 때는 휴대전화나 전화기로 엑스라이드에 내장된 휴대전화에 전화를 걸어 암호를 입력하면 차문을 열 수도 있다.이 회사는 5월께 우선 전국의 AV대리점들을 통해 개인들이 각자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트럭용과 승용차 애프터마켓용 두 가지 형태로 가격은 100만~200만원대로 예상된다. 현재 산악지방, 제주도 등 전국 각지를 돌며 막바지 성능시험 중이다.한편 인터넷으로 치면 포털 역할을 하는 정보제공은 현대자동차 정보센터가 맡을 예정이다. 7월에 서비스를 개시하고, 내년부터는 다음 단계로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김수연 기자 soo@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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