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에 강한 10대기업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되살아날 조짐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기업들이 치열한 가격할인경쟁 움직임을 보이자 1990년대 초반 일본 기업들의 모습과 비슷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장기불황에 빠져들기 시작할 무렵의 일본 경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가 긴급점검에 나섰다. 국내 증권사에서 내로라하는 업종담당 애널리스트 70명에게 ‘디플레이션’(디플레, 용어설명 참조)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세계경제와 국내 경제의 디플레 가능성을 물어보는 한편 디플레에 강한 기업을 추천받았다.조사결과 애널리스트의 51%가 세계경제에 디플레 조짐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단지 24%만이 가능성이 낮거나 전혀 없다고 내다봤다.이와 함께 국내 경제에도 디플레 조짐이 나타날 가능성이 어느 정도는 있다고 내다보는 애널리스트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장 디플레 조짐이 있는 것으로 보는 애널리스트는 20% 정도로 많지 않았다.하지만 앞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다고 보는 답변까지 합한다면 50%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경제에 디플레 조짐이 나타나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해석된다.물론 아직까지는 경제계 전반에서는 해외 디플레 압력의 전염이나 국내 자산가격 폭락에 의한 디플레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는 주장에 힘이 실려 있다. 신동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물가하락보다는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되고 주택가격 폭락 가능성도 높지 않다”며 또한 “가계부채 상환능력이 아직은 위험수준이 아니다”는 근거에서 디플레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하지만 당장은 우리 경제의 디플레 가능성은 낮지만 앞으로 수개월 내에 달라질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전종우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에 디플레 조짐은 없지만 2~3개월 후에 세계경제의 향방에 따라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따라서 경계태세를 늦춰서는 안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디플레 가능성은 부동산경기가 연착륙하느냐, 아니면 경착륙하느냐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그다음으로 만일 우리 경제에 디플레 조짐이 나타난다면 어떤 기업이 잘 견딜 것인지를 물어본 후 전문가들의 평가에 따라 순위를 매겨 상위 10개 기업을 뽑았다. 조사결과는 대체로 경기에 덜 민감한 경기방어업종의 대표기업들이 많았다. 공공재 성격이 강한 유틸리티업종의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전력공사, 음식료업종의 농심과 CJ, 통신서비스업종의 SK텔레콤·KT·KTF 등이다.이밖에 업종 자체는 경기변화에 다소 민감할지라도 탄탄한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은 설령 디플레가 오더라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강한 기업으로 꼽혔다. 삼성전자, 포스코의 경우는 디플레가 올 경우 업황이 나빠질 수도 있지만 워낙 개별기업들이 갖고 있는 업계 내 독점적 지위로 오히려 더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그리고 대표적인 경기민감업종으로 알려진 건설업은 이번 조사에서 의외의 평가를 받았다. 특히 LG건설은 도급공사가 중심이고, 수익구조도 아파트·사회간접자본시설 등으로 다양해져 위험관리가 잘되고 있는 것으로 높이 평가됐다.사실 ‘디플레에 강한 기업’은 어떤 경제상황에서도 잘 헤쳐나갈 수 있는 저력이 있는 기업이다. 최근 일본의 도요타ㆍ캐논, 독일의 지멘스 등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이들 기업은 오랫동안 지속돼 온 디플레 경제여건에서도 놀랄 만한 실적을 내고 있어 ‘얼음꽃’처럼 더욱 돋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선정된 디플레에 강한 10대 기업이 한국의 ‘얼음꽃’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돋보기 / 이렇게 조사했다와 리서치조사기관 M&C리서치가 함께 진행한 이번 조사는 4월7일부터 8일까지 전화조사로 이뤄졌다.조사대상자는 본지가 지난해 하반기에 실시한 베스트 애널리스트 후보에 오른 엄선된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중심으로 22개 업종담당 78명(중복담당자 포함)의 전문가들이었다.선정기준은 해당 업종이 디플레 충격에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지 평가한 업종평균값을, 업종 내 디플레에 가장 강할 것 같은 기업 3곳를 추천받아 개별기업 평가에 반영해 점수를 매겼다. 여기에 평가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해당업종 애널리스트 2명 이상의 추천을 받은 기업들을 전제조건으로 삼았다.조사결과에서 선정된 10개 기업들에 대해서는 담당애널리스트와 해당 기업 실무자들을 기자들이 자세히 취재해 점검했다.1. 세계적으로 디플레 조짐이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1)전혀 조짐이 없다 (2) 별로 조짐이 없다 (3) 그저 그렇다 (4) 약간 조짐이 있다 (5) 매우 조짐이 강하다2. 한국에서는 디플레 조짐이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1)전혀 조짐이 없다 (2) 별로 조짐이 없다 (3) 그저 그렇다 (4) 약간 조짐이 있다 (5) 매우 조짐이 강하다3. 맡고 있는 업종이 디플레에 어느 정도 강하다고 보십니까? (10점 만점으로 대답해 주십시오.)4. 업종 내 기업들 중에 디플레에 가장 강하다고 생각하시는 기업 3개를 말씀해 주십시오.4-1 말씀하신 각 기업이 디플레에 어느 정도 강하다고 보십니까? (10점 만점으로 대답해 주십시오.)(M&C리서치는 1991년 설립된 마케팅 조사 전문 회사. 국내 유수 기업들을 고객으로 1,500건 이상의 마케팅 조사 프로젝트를 수행. 특히 증권, 보험, 재테크 상품 관련 조사에 특화.)용어설명 / 디플레이션(Deflation)초과공급으로 인한 물가하락 = 물가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경제현상.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물가는 통제의 범위를 넘어 하락하고 기업 이익은 위축된다. 따라서 경비절감과 감원 열풍이 불면서 경제는 더욱 깊숙한 침체의 늪으로 빨려들어갈 수 있다.특히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가격이 급락할 경우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경기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는 부채 디플레이션은 자산가격 하락 → 가계부채 상환부담 증가 → 소비 감소 → 경기침체 장기화의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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