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기 4대 장애요인 극복이 변수

설비투자 감소, 주택가격 급등, 국제유가, 재정적자 등 해결돼야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이 빠르게 전개되면서 조기 종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 달리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나더라도 현재 세계 각국이 갖고 있는 장애요인을 감안할 때 세계경기가 회복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신중론이 대두되고 있어 주목된다.먼저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경제는 이라크전쟁이 끝나더라도 요즘 국제금융시장에서 자주 지적되고 있는 4대 장애요인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전후 미국 경제성장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무엇보다 민간소비의 회복세가 기업의 설비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있는 점이 불안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민간소비의 회복세가 둔화되기 전에 기업의 설비투자로 연결돼야 미국경제가 회복국면에 다시 진입할 수 있고, 또 회복세가 안정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두 번째 변수로는 주택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생긴 주택시장의 버블이 어떻게 되느냐는 점이다. 미국의 주택시장은 여전히 활황세를 유지하고 있다. 만약 현시점에서 주택시장에 생긴 버블이 붕괴될 경우 이라크전 이후 미국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다.셋째, 국제유가가 어떻게 되느냐도 중요한 변수다.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이 조기에 종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국제유가가 다소 하향안정세를 찾고 있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세정책 등으로 불안요인이 남아 있는 상태다.마지막으로는 이번 전쟁으로 올 회계연도만 하더라도 3,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정적자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도 중요한 변수다. 지난해 5,000억달러가 넘은 경상수지 적자도 전후 미국경제의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쌍둥이 적자는 미국경제 회복에 최대 장애요인이었기 때문이다.일본경제는 4대 함정(Trap)이 지적된 지 오래다. 무엇보다 이라크전쟁 이후 일본경제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모든 정책이 아무런 효과가 없는 정책함정(Policy Trap)에서 벗어나야 한다.그중에서 통화정책이 무력화돼 있는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서 탈피해야 경기회복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경제 미래에 대한 비전이 제시돼 정책신호(Signal)에 대한 정책수용층들의 반응도(Response)를 높여야만 한다.다음으로 1990년대 이후 들어선 총리들이 일제히 일본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 처리를 위해 구조조정을 강조해 왔으나 아무런 효과가 없었던 구조조정 함정(Structure Trap)에서 벗어나야 한다. 고이즈미 현 정부도 출범 초 강력한 구조조정 의지로 기대를 받았으나 이제는 교체설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동시에 93년 하반기 이후 계속된 경기부양책으로 정부부채가 국민소득(GDP)의 132%에 달하고 있다. 결국 일본경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빚의 함정(Debt Trap)에 빠져 있는 일본정부의 자산부채(Cash Flow)가 개선돼야 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다.미국과 일본경제의 4대 변수보다 심각하지 않지만 이라크전쟁 이후 유럽경제 회복에 장애가 될 수 있는 4대 변수도 함께 지적돼 눈길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는 인플레 우려다.전통적으로 유럽은 물가안정을 최우선시해 왔기 때문에 인플레 우려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금리인하가 어려워 경기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둘째, 유로랜드 회원국 사이에 최근 들어 고개를 들고 있는 경제주권 확보문제, 다시 말하면 경제국수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점도 유로랜드 경제에 장애가 될 것으로 지적됐다. 만약 이 문제가 심화될 경우 유럽경제 통합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가 약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셋째, EU 15개 회원국 중에서 남아 있는 영국, 스웨덴, 덴마크를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마지막으로는 3월부터 유로랜드 내에서는 공식화폐로 단일통화인 유로화만 통용되고 있지만 유로화가 대체로 고액권임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뇌물과 같은 부정부패 문제도 유로랜드 경제 회복에 복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중국경제는 여전히 7%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라크전쟁 이후 경제성장에 장애가 될 수 있는 변수도 많다. 무엇보다 앞으로 중국의 경제정책을 5년간 이끌어갈 후진타오ㆍ원자바오 체제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경제 내부적으로는 자전거 경제(Bicycle Economy)라 불릴 만큼 심각한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 중국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은 4,800억달러에 달해 실제 발생여부와 관계없이 금융위기 가능성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실업률도 10.2%에 달해 언제든지 경제성장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또한 21세기 흑사병으로 불리고 있는 사스(SARS)의 피해를 어떻게 줄이느냐도 향후 중국경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과거의 경험을 비춰볼 때 사스와 같은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무엇보다 경제주체들의 경제하고자 하는 심리를 위축시키기 때문이다.마지막으로는 중국이 급부상함에 따라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주요 교역국과 인접국의 견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앞으로 중국이 계속해서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결국은 교역국과 인접국가와의 협력문제로 귀착될 것으로 예상된다.이라크전쟁 이후 우리 경제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에서 자주 지적되고 있는 4대 변수를 극복해야 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높은 부채부담이다. 앞으로 시중금리가 조금만 오르기만 하면 가계부채는 언제든지 부실화돼 경기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우리나라 경기의 전통적인 성장축인 수출과 기업의 설비투자가 여전히 부진한 점도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라크전쟁 이후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수출과 기업의 설비투자가 살아날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 회복기에 비해 크게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경기회복의 안정감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셋째, 미국과 마찬가지로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산인플레 정도가 심화하고 있는 점도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는 이라크전쟁 이후 최대 국제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이는 북핵문제와 국가신용등급을 어떻게 유지하느냐도 우리나라 경제에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결국 이라크전쟁이 단기전에 그친다 하더라도 당초 예상대로 세계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낙관하는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걸프전에 비해 약 7배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이라크전쟁 특수를 어느 나라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각국의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또 하나의 총성 없는 전쟁으로 비유될 만큼 이라크전쟁 특수를 차지하기 위한 세계 각국간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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