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 못팔아요” 골프용 잔디 ‘건희’

막대한 수입대체 효과, 중국 베트남에 수출, 생산규모 확장 일로

많은 기업들이 겨울보다 혹독한 봄을 보내고 있다. 봄이 봄같지 않다는 하소연이 넘친다. 그러나 유전자 조작 품종개발 업체인 KV바이오(주)(대표 이상재)에게 올 봄은 따뜻하기만 하다. 오랜 연구 끝에 내놓은 품종들이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대학의 연구실에서 시작한 KV바이오는 국내 농업벤처 1호 기업이다. 현직 대학교수와 연구진을 주축으로 한 이 회사의 강점은 무엇보다 품종개발력이다. 주력상품은 장미, 호접란, 그리고 잔디.국내 잔디 관련 시장은 연간 7,500억원대. 골프장, 잔디구장, 공원묘지 증가에 따라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에 유통되는 잔디의 상당부분은 수입종이다. 국내 종은 잎이 거칠고 번식력이 약해 운동장용으로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KV바이오의 ‘건우’와 ‘건희’는 토종잔디의 이런 단점을 보완한 품종들이다. 특히 ‘건우’는 기존의 토종잔디에 비해 번식속도가 5배 빠르고 시공비도 20% 정도에 불과해 운동장용으로 적합하다. 이에 반해 ‘건희’는 잎이 섬세하고 밀도가 높아 고급정원이나 골프장용으로 인기가 높다.조직배양한 호접란 돌연변이율 낮아호접란은 잔디와 더불어 이 회사의 한축을 이룬다. 꽃이 크고 색이 고운 호접란은 최근 들어 더욱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고유의 품종이 없어 연간 100억원대의 종묘를 전량 수입하고 있다. 게다가 돌연변이가 많아 농가의 부담이 크다.KV바이오가 자체개발한 호접란은 색이 일정하고 돌연변이율이 낮아 수입대체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유리병 안에 조직을 배양해 판매함으로써 돌연변이 발생을 크게 줄였다는 설명이다. 2002년에는 50만주 판매에 그쳤지만 올해 예상판매량은 150만주다. 수입대체효과는 약 10%.장미에 거는 기대도 크다. 현재 국내에서 재배되는 장미는 모두 외국종들이다. 한 송이당 로열티만 50원을 지불한다. KV바이오가 개발한 장미는 국내 최초의 순수 육종 장미다. 4월에 열리는 고양 꽃박람회를 계기로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신품종을 개발하기까지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우수한 유전자원을 확보하는 데 수년이 걸릴 뿐만 아니라 투입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제품개발 전에는 매출이 없으므로 투자를 받을 수 없었다.지난해 1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적자를 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올해 들어 호접란과 잔디를 중심으로 판매량이 급신장하면서 상황은 뒤바뀌었다. 올해는 20억원 매출을 올리며 흑자 원년이 될 것이라고 회사측은 전망하고 있다.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진출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이미 중국과 베트남 수출계약 성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KV바이오의 수출 역군들은 다름 아닌 회사의 연구원으로 일했던 해외연구원들이다. 귀국 후 이들이 KV바이오의 제품들을 본국에 소개하고 있다는 것.KV바이오의 당면과제는 생산규모를 확대하는 것이다. 특히 골프장 등 대규모 시공을 위해서는 10만평 이상의 잔디재배지가 필요하다는 것. 이미 미성잔디영농조합과 대규모 위탁재배 제휴를 체결했다. 또한 연말에는 고양 화훼단지에 5,000평을 임대해 학교 연구소에서 본격적인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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