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전문기업이 되겠습니다”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51)의 프로필은 그 어떤 CEO보다 다채롭다.경기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1981년 미국 미시간대에서 법학 석사(MCL)와 경영학 석사(MBA)학위를 취득했다. 84년에는 미국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국제경제학을 수학했다.그의 약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87년 미국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신학 석사학위를 받는 등 다양한 학문에 대한 그의 관심은 그칠 줄 모른다.인문학부터 실용학문까지 두루 섭렵하고 있는 김회장을 반영하듯 회장실은 각종 서적으로 가득 차 있다.“공부를 많이 할수록 오히려 겸손해지더군요. 실제로 하버드대의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서 사람 됨됨이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는 ‘겸손’입니다. 행정학과 경제학, 경영학, 신학 등 다양한 학문 경험은 조직경영을 하면서 특정 사안을 결정할 때 기여하고 있기도 합니다.”김회장은 현재 대구도시가스와 경북도시가스, 한국케이블TV 경기방송 등 14개 기업으로 구성된 대성그룹 글로벌에너지네트웍을 진두지휘하고 있다.아버지의 회사에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하는 다른 재벌 2세들과는 달리 김회장은 시티뱅크 한국지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선친인 고 김수근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대성의 경영일선에 뛰어든 것은 36세이던 88년. 그는 대성산업 상무이사로 대성에 발을 내디뎠다.“시티뱅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높이 평가하고 입사했습니다. 시티뱅크에 입행했던 81년 당시에는 ‘글로벌’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게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저는 세계경제와 금융을 익히고 국제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싶었습니다. 또 다수의 은행장을 배출해 ‘은행사관학교’로 불리는 시티뱅크에서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했지요.”김회장은 대성그룹 본부의 상무이사와 전무, 부사장을 거쳐 97년에는 대성산업의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대성그룹 글로벌에너지네트웍의 회장이 된 후부터는 줄곳 ‘EC² 프로젝트’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EC²프로젝트에 역량 집중대성이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EC²프로젝트는 에너지(Energy)와 환경(Environment), 정보통신(Communication), 건설(Construction)의 영어 첫 글자를 딴 프로젝트명이다. (EC square = E×E×C×C)라는 공식에서 구상된 이름인 것이다. 2002년을 세계화의 원년으로 천명한 대성이 4개 사업영역의 상호보완을 통해 전세계로 뻗어나가겠다는 의미.“에너지, 환경 등 주력사업의 전문화와 정보통신, 건설 등 전략사업의 다각화를 도모할 전략입니다. 일단 에너지와 환경은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에너지사업은 공해를 배출한다고 비판을 받곤 하죠. 에너지회사가 환경문제를 기피하지 않고 오히려 대체에너지의 질을 높이는 등 환경사업에도 적극적이라는 것을 보여줄 겁니다.”에너지가 주력사업이라면 환경은 전략사업이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 김회장은 대성 청정에너지연구소를 세웠다. 청정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는 천연가스의 활용영역을 확대하고 안전한 가스 사용 연구를 위해서다.건설 또한 에너지 부문과 연계돼 있다. 가령 도시가스 파이프 등 건설수요가 발생할 때 다른 건설회사에 위탁하지 않고 자체 설비사업으로 완공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건설사업 중 리모델링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에너지가 절약되는 환경친화적 구조로 재건축하기 위해 ‘R&R리모델링’을 설립, 본격 활동에 돌입했다. 김회장은 향후 5~10년 후에는 신규건축을 제한하는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전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를 심각하고 보고 배출량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환경친화적 건축인 리모델링이 각광받을 겁니다. 지구온난화방지협약 등 지구 보존을 위해 변화하는 세계 건설 시장의 흐름에도 발맞추는 한편 국내 시장은 물론 중국과 몽골 등 잠재력 있는 해외건설 시장 진출을 모색할 계획입니다.”김회장은 IT(정보통신) 덕분에 연료전지 등 에너지 기술이 나날이 발전한다고 여긴다. 발전된 IT 기술을 바탕으로 도시 주거단지 안에 도시가스 인프라를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청사진이다. 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는 별개의 지역에서 도시가스를 끌어오는 현재 방식에서 탈피해야 설비단가가 절감돼 효율이 높아진다는 것.즉 EC²프로젝트에는 이들 4개 사업을 단순히 합하는(+) 대신 곱해(×) 상호보완을 통한 최대한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김회장의 경영관이 담겨 있다.“EC스퀘어의 ‘스퀘어’는 제곱이라는 의미와 함께 ‘광장’이라는 뜻도 지니고 있습니다. 더 넓은 세계의 광장으로 발전해 나간다는 의지를 넣은 거죠.”대성그룹은 EC²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금융업종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창업투자회사인 바이넥스트 하이테크를 인수해 기업성장의 새로운 계기로 삼고 있다. 도시가스업은 리스크가 낮은 대신 순이익이 높지 않은 반면, 벤처캐피털은 ‘하이 리스크, 하이 마진’(High-Risk, High-Margin) 비즈니스의 대표주자이기 때문이다.상반된 성격인 도시가스산업과 금융업의 상호균형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투자하겠다는 의미를 지닌다. 에너지기술은 투자하기 적절한 분야라고 믿는 김회장은 곧 벤처캐피털의 지사를 미국에도 설립할 예정이다.“전통 에너지분야는 보수, 안정적이어서 외환위기 때도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재계순위 48~50위였던 대성이 IMF 외환위기 당시 12위로 급부상했다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미국의 투자전문가 조지 소로스가 대성과 제휴하겠다고 제의해 그와 만난 적이 있을 정도죠. 헤지펀드 투자가라는 점이 탐탁치 않아 결국 그의 제의를 거절했습니다.”재벌개혁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요즘 김회장은 ‘업종전문화’에 주력하고 있다. 다년간 해외 유학생활을 통해 업종전문화된 외국의 우량기업들을 지켜봐왔기 때문이다. 한 분야에 깊이 들어가야 국가 보호막이 없어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업종전문화의 대표적인 해외기업들로 GE와 IBM, 도요타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지요. 에너지분야에서는 ‘엑손모빌’이 좋은 선례입니다. 이들 기업은 세계화에도 성공했습니다.”글로벌 네트워크를 실현하기 위한 김회장의 노력은 ‘AGG프로젝트’(Asia Gas Grid Project)에서도 확인된다. 인도네시아의 청정연료 천연가스를 채취해 말레이시아와 태국, 베트남, 홍콩을 거쳐 중국 상하이에 가스를 공급한다는 것을 골자로 삼고 있다.중국은 발전의 70% 이상을 화력발전소에 의존하고 있어 WTO 가입 이후 교토기후협약의 준수가 새로운 당면과제로 부상되고 있었다.“약 80억달러가 투자되는 이 프로젝트는 베이징올림픽이 개최되는 2008년 전에 완성될 예정입니다. 청정연료 판매국인 인도네시아와 거대한 수요를 지닌 중국, 중국경제의 영향을 받는 우리나라와 같은 주변 아시아국 모두가 윈윈(win-win)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지난해 4월 김회장은 AGG프로젝트 이사회의 위원(Board)으로 선임됐다. 에너지전문가로 인정받아 동남아대표 중에서는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자리에 올랐다는 의의를 지닌다.학자풍 CEO라 해서 취미가 오로지 ‘독서’라고만 생각하면 오판이다. 김회장은 ‘국궁’에 조예가 깊다. 매년 육사의 궁도대회를 지원하고 있으며 대회 때마다 직접 활을 쏘며 ‘시사’(야구의 ‘시구’격)를 한다.학창시절 양궁 경험만 있던 김회장이 ‘국궁’을 시작한 것은 건강 때문이었다. 수년전 오십견으로 어깨가 아파 한참 고생하고 있던 김회장에게 회사 근처 은행의 행장이 ‘국궁’을 권했다. 배우기 시작한 지 한 달쯤 되자 어깨통증이 깨끗이 사라져 더욱 애착을 갖게 됐다는 설명.“국궁은 기업 경영원리와도 일맥상통합니다. 정신을 통일하고, 화살을 뒤로 뺀 뒤 과녁을 향해 잠시 대기하죠. 이 반발력을 이용한 탄력성으로 화살을 쏩니다.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고, 한 걸음 물러서서 다시 점검한 후 결정적인 순간에 추진력 있게 진행해 핵심사업에 집중투자하는 것이 기업경영 아니겠습니까.”약력: 1952년 대구 출생. 71년 경기고 졸업. 75년 서울대 법대 졸업. 81년 미국 미시간대학 법학석사(MCL), 경영학 석사 (MBA). 81~83년 시티뱅크 서울, 84년 미국 하버드대학 대학원 국제경제학 수학. 87년 미국 하버드대학 대학원 신학석사.88~93년 대성산업 상무이사. 95~97년 대성그룹본부 부사장. 97~2000년 대성산업 대표이사 사장. 97년~현재 한국케이블TV 경기방송, 대구 TRS 대표이사 회장. 2000년~현재 대구도시가스, 대구도시가스 엔지니어링, 경북도시가스 대표이사 회장.2001년~현재 글로리아트레이딩, 시나이미디어, 알앤알리모델링 대표이사 회장. 2002년~현재 바이넥스트하이테크, 서울에너지, 대성닷컴 대표이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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