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장의 ‘ 숨은’ 강자들

최근 이라크전쟁으로 국내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와중에 기업 컨설팅업체 관계자와 만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불황일수록 돋보이는 분야가 바로 교육산업”이라며 “경기가 어려워도 교육비 지출은 가장 마지막에 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실제로 교육기업들은 웬만한 불황에는 끄덕하지 않는다. 예컨대 학습지업계의 선두주자인 대교는 IMF 시절인 97~98년에도 100억원대 이상의 순이익을 남기며 당시 몸살을 앓고 있던 기업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았다.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교육시장 규모는 34조원. 이중 학습지시장이 4조원, 영유아 교육시장이 2조원 정도다. 게다가 해마다 평균 10% 이상 성장하고 있을 정도로 전망이 밝다.업계에서는 교육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한 기업들로 흔히 대교, 교원, 웅진, 재능 등 ‘빅4’를 꼽는다. 이들 기업은 막강한 방문교사 조직을 갖추고 식을 줄 모르는 교육열을 자랑하는 학부모들을 집중 공략, 해마다 수백억원의 순이익을 남기며 ‘교육재벌’이라는 신조어를 낳았다.지난 3월 대주주 지분 정보 제공업체인 ‘에퀴터블’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 100대 부호’에 ‘빅4’의 CEO들이 모두 포함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강영중 대교 회장과 장평순 교원 회장은 각각 7위와 15위에 오르면서 이건희 삼성 회장, 구본무 LG 회장, 신격호 롯데 회장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해 재계를 깜작 놀라게 했다.그렇다고 교육시장을 이들 ‘빅4’의 전유물로 보면 곤란하다. 큰 유명세를 타고 있지는 않지만 뚜렷한 경영철학을 갖고 내실위주의 경영으로 업계 내에서 탄탄한 아성을 구축한 알토란 같은 ‘교육강자’들이 적잖다. 이들은 ‘빅4’를 지근거리에서 추격하고 있거나 아예 침범할 수 없는 영역에서 강력한 노하우를 자랑하며 남부럽지 않은 기업활동을 영위하고 있다.바로 방문학습지업계의 새로운 강자 한솔교육, 어린이용 교육교재 전문기업인 한국프뢰벨, 유아용 출판업체인 아가월드, 그리고 놀이교육시장의 선두주자 짐월드 등이 강력한 자기만의 진지를 구축한 채 불황을 겁내지 않는 기업들로 꼽힌다.‘빅4’와 견줘도 밀리지 않는다는 한솔교육의 변재용 사장은 91년 달랑 150만원을 들고 회사를 설립, 기존 방문학습지업체들의 관심 밖이었던 영유아교재시장을 집중 공략해 성공을 일궜다. ‘신기한 한글나라’ ‘신기한 영어나라’ 등 ‘신기한 나라’ 방문학습지 시리즈가 대히트를 치면서 급부상한 것.첫해 매출액은 3억원, 지난해 매출액은 3,000억원이니 10년 만에 1,000배 성장하는 ‘기적’을 이룬 것이다.프뢰벨 최재건 사장은 지난 84년 입사해 오늘의 프뢰벨을 일군 공신 중의 한 명이다. 유아용 동화책인 ‘테마동화’와 은혜로운 선물이라는 뜻의 ‘은물’은 유아교재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해 매출액은 2,500억원. 지난 4년간 평균 50%대의 고성장을 기록하며 교육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아가월드 김진현 사장은 지난 80년 이석호 회장과 함께 당시 황무지였던 유아용 출판시장에 뛰어들어 일대 혁신을 몰고 온 장본인. 월트디즈니, 메르시스, 랜덤하우스 등 90여곳의 세계적인 캐릭터 및 어린이 출판사와 제휴관계를 맺고 있어 국내 시장은 물론 아시아시장에서도 어깨를 펴고 다닌다.빙뱅붐, 미피, 보조개왕자, 해피콤, 생각꿈틀 등이 대표적인 제품. 지난해 연간 매출액 600억원에 순이익은 50억원을 기록했다.(주)짐월드 박기영 사장은 국내 놀이교육시장의 선두주자. 지난 92년 ‘엄마와 함께하는 놀이, 음악교육’을 기치로 내걸고 첫선을 보인 짐보리는 이후 비슷한 사업아이템으로 많은 업체들이 뛰어들었지만 부동의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올해 3월 현재 전국에 68개 지역 센터를 두고 있으며 고정회원수도 3만여명을 헤아릴 정도로 사업이 번창했다.이들 기업의 성공스토리에는 몇 가지 공통된 얼개가 있다. 우선 패기를 무기로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던 시장에 뛰어들어 성공했다는 것. 틈새시장을 적절하게 공략한 셈이다.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시작했다는 점도 특징이다.“창업자금이 150만원었다”는 변재용 한솔 사장과 “사무실이 없어 커피숍에서 인터뷰를 했다”는 박기영 짐월드 사장 등이 그렇다. 사업철학보다 교육철학을 앞세운 점도 눈에 띈다. 그래서인지 시종일관 한우물을 팠다.한솔교육, 한국프뢰벨, 아가월드, 짐월드 외에 최근 차별화된 아이템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경영자들도 주목할 만하다. 고교학습지 시장의 50%를 차지하며 지난해 314억원의 매출을 올린 한국교육미디어의 최송목 사장. 지난 96년 회사를 설립, 유명 학원강사의 수업장면을 연출 없이 생생하게 내보내며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발간 1년 만에 120만부를 팔아 ‘누드교과서’ 신화를 이룩한 이투스의 김문수 사장. 지난해 매출액은 95억원이었지만 올해는 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107개의 가맹점을 두고 있는 영어교육 프랜차이즈 원더랜드의 송형석 사장. “영어권의 교재를 무조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교재를 개발한 것이 효과를 봤다”고 전한다.이처럼 ‘불황 NO!’를 외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알토란 기업들’과 최근 교육시장에 돌풍을 몰고 온 ‘다크호스’ 기업들이 지금의 기세를 어디까지 몰고 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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