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땅’ 홈네트 워크 향해 ‘전진’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초고속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아파트 중심의 주거문화가 큰 몫을 차지한다. 좁은 공간에 수천 세대가 살고 있기 때문에 초고속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이러한 주거문화는 홈네트워크가 빠르게 확산되는 데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 한 온전한 의미의 홈네트워크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홈네트워크의 특징 중 하나는 집밖에서 집안의 모든 가전기기, 생활기기, 정보기기들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집안과 집밖을 연결하는 통신수단이 필요하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인터넷이다.인터넷으로 전달되는 신호에 따라 집안의 각종 기기가 작동하는 것이다. 또한 인터넷과 연결되는 모든 정보기기도 홈네트워크의 제어기가 된다. 휴대전화, PDA가 대표적이다.가정으로 전달되는 모든 데이터는 가정에 설치된 홈서버를 거치게 된다. 홈서버는 집 외부와 집 내부를 연결하는 일종의 ‘중간다리’ 역할을 한다. xDSL, 광케이블, 위성 등을 타고 들어오는 신호를 집안의 각종 기기에 전달하는 홈서버는 인터넷뿐만 아니라 휴대전화를 통한 무선신호, 일반전화를 통한 음성신호 등을 모두 연동시킬 수 있어야 하므로 홈네트워크의 핵심장비라고 할 수 있다.홈서버를 통해 디지털로 번역된 신호들이 TV, 냉장고, 세탁기, 방범장비, 가스레인지, 창문, 전등 등 집안의 각종 기기로 전달된다. 이들은 모두 홈서버에 연결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동된다.또한 필요한 경우 이 신호들은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을 통해 홈네트워크와 연결된 집밖의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예컨대 무단으로 침입한 사람이 있으면 자동으로 가족의 휴대전화로 경고메시지가 전송되는 식이다.관련업체 혼전,키워드는 보급형홈네트워크 사업은 흔히 ‘드래곤볼 사업’이라고 불린다. 만화 에서 7개의 여의주가 모여야 소원이 이루어지듯 가가호호 연결되는 통신망, 집안으로 들어오는 신호를 전달하는 미들웨어, 냉장고 세탁기 등의 가전기기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동돼야 하기 때문이다.홈네트워크 사업이 조만간 거대시장을 형성할 것이란 예측이 비등한 가운데 관련업체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이미 시장의 포화를 느끼고 있는 기간통신망사업자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가전기기업체, 소프트웨어개발업체들이 속속 홈네트워크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이들은 건설업체들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장선점을 노리고 있다. 삼성물산이 중심이 된 씨브이네트, LG건설이 주축이 된 이지빌, 대우건설 금호건설 등이 참여하고 있는 테크노빌리지, 대림건설 동아건설이 동참한 아이씨티로 등이 대표적이다.이들은 건설사의 인터넷 부가서비스를 위해 창립됐지만 최근에는 홈네트워크 구축 등으로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홈네트워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업체들은 현대통신산업, 서울통신기술 등 홈네트워크 시스템 전문업체들이다.도곡동 타워팰리스의 홈네트워크 시공으로 유명한 서울통신기술은 이즈온(ezon)이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미켈란, 아데나팰리스, 아크로비스타, 리첸시아 등 국내의 굵직한 주상복합아파트에 홈네트워크를 공급하며 지난해 4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최근에는 중국 칭다오의 800세대, 상하이의 1,500세대 아파트에 홈네트워크 공급계약을 맺으며 해외진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1988년부터 현대전자에서 홈오토메이션 사업을 해오며 기술을 축적해 온 현대통신산업도 홈네트워크 사업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26만가구의 민영아파트 가운데 13만여 가구에 홈오토메이션과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공급하며 4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에 비해 100% 성장을 기록한 것.건설경기의 위축과 함께 올해 홈네트워크 사업도 답보상태에 머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보급형 제품을 개발해 대형 주상복합아파트뿐만 아니라 중형아파트 시장으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현대통신산업은 고객의 요구에 따라 관련 기능을 확장하거나 축소할 수 있는 모듈식 홈서버를 개발해 시설비용을 낮출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표준이 서야 홈네트워크가 산다홈네트워크 시장의 활성화는 관련 기술의 표준화에 달려 있다고 업계와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업체간 제품이 호환되지 않는다. 이는 A사의 제품을 구입한 고객은 그후에도 A사의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 결과를 낳아 시장활성화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그러나 홈네트워크의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자신들의 독자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시장의 선점만을 노릴 뿐이어서 기술의 표준화는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또한 각각의 기술이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도 있어 표준화의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기기간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하는 홈네트워크의 전송기술은 유선기술과 무선기술로 나뉜다. 유선으로는 ‘홈PNA’(Home Phoneline Networking Alliance), ‘홈PLC’(Home Power Line Communication), ‘IEEE1394’ 등이 사용되고 있다.IEEE1394의 데이터 전송속도는 1Mbps에서부터 1Gbps에 이르며 최고 63대까지의 기기를 연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이에 반해 홈PNA와 홈PLC는 기존의 전화선과 전력선을 이용하므로 별도의 장비를 설치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홈PNA는 잡음이 많다는 문제가, 홈PLC는 속도가 느리고 잡음이 많다는 한계가 있다.무선기술로는 ‘홈RF’(Radio Frequency), ‘블루투스’, ‘IrDA’ 등이 이용된다. 홈RF와 블루투스가 무선주파수를 이용하는 반면, IrDA는 적외선을 이용한다. 주파수를 이용하는 방법은 원거리송수신이 가능하고 벽이나 가구 같은 장애물이 있어도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적외선을 이용하는 ‘IrDA’는 안정성과 보안성이 강하고 별도의 주파수 변환장치가 필요 없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집 외부망과 집 내부망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미들웨어에도 여러 가지 기술이 혼재돼 있다. 소니, 필립스 등 가전업체를 중심으로 한 그룹은 가전기기를 홈서버로 지원하는 ‘HAVi’를,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PC업체들은 PC 기반의 홈서버를 지원하는 ‘UPnP’를 표준 소프트웨어로 지지하고 있다.‘HAVi’가 표준이 되는 경우, 홈네트워크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홈서버로 이용되는 가전기기를 구입해야 한다. 이는 ‘UPnP’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홈네트워크의 국제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최근 국내에서 홈네트워크의 국내 표준이 결정될 조짐이 있어 주목된다. LG전자와 삼성전자를 비롯한 가전업계가 주축이 된 디지털가전기술위원회(위원장 고범석 LG전자 상무)는 업계의 합의를 바탕으로 디지털가전기술규격인 HNCP(Home Network Control Protocol)의 한국산업규격을 제정한다고 밝혔다.표준규격으로 정해질 HNCP는 LG전자가 개발한 LNCP(Living Network Control Protocol)를 수정 보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기술을 참고했을 뿐 그대로는 아니고, 새로 정해질 HNCP에 오리지널리티가 부여되므로 LG에 특혜가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고 한국표준협회의 정성욱 선임연구원은 말했다.프로토콜 표준화는 국내 홈네트워크 사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통신산업의 박기홍 기획실 과장도 “표준화가 이뤄지면 가전업체의 홈네트워크 진출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것”이라며 홈네트워크 시장 자체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돋보기 /전력선 통신전기만 들어가면 인터넷 가능전력선통신은 말 그대로 전화선이나 전용선이 아닌 전력선을 이용해 통신하는 것을 가리킨다. ‘꿈의 통신’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전력선통신은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전기가 들어가는 곳이라면 별도의 공사를 하지 않고도 통신할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전세계 인구 중 약 85%는 전기를 사용하는 반면, 전화선이나 초고속통신망 등을 이용한 인터넷 접속 인구는 12~15%에 불과하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전력선통신이 세계의 인터넷 환경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는 감히 짐작할 수조차 없을 정도다.전력선통신이 최초로 개발된 것은 이미 80년 전이었다. 그러나 통신전용이 아니기 때문에 잡음이 많은 단점이 있어 상용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 왔던 과부하에 의한 전파방해, 잡음, 신호왜곡 등이 개선되면서 전력선통신이 새로운 통신수단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전력선통신의 상용화가 지체된 원인 중의 하나는 정부의 규제였다. 정보통신부는 얼마 전 450kHz 이내로 한정하던 전력선통신 주파수 범위를 30MHz로 늘렸다. 주파수 범위가 확장됨에 따라 저속데이터 전송에만 이용되던 전력선통신으로 10Mbps 이상의 초고속인터넷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주파수 확장과 더불어 전력선통신 표준화도 전력선통신의 상용화에 일대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표준화가 이뤄지면 전송데이터의 규모에 따라 각기 다르게 시공해야 하는 배전설비가 통일돼 비용이 크게 줄기 때문이다.전력선통신이 관심의 대상이 되면서 국내 최초로 전력선통신을 개발한 벤처기업인 젤라인도 주목받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8Mbps의 전송속도를 지원하지만 향후 100Mbps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전력선 모뎀을 개발해 전력선으로도 주문형 비디오와 실시간동영상전송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이 회사의 변용섭 과장은 말했다.현재 젤라인은 중국, 남미, 유럽, 미국쪽의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는 전력선에 대한 주파수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의 규제가 풀림에 따라 국내 시장 진출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정성욱 한국표준협회 선임연구원은 “전력선 통신에 대한 국제표준규격은 없다”며 “우리가 먼저 표준을 마련해 상용화한다면 우리의 표준이 국제표준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우리의 인터넷 사용인구와 수준에 비춰볼때 그렇게 비현실적인 예측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