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변신 ‘방카슈랑스 물렀거라’

농협의 공제사업이 전환기를 맞고 있다. 농협공제는 1915년 지방금융조합에서 화재공제를 취급하면서 시작됐다.2001년도 7조2,600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렸던 농협공제는 지난해 법인세법 개정으로 인해 영업에 타격을 입었다. 정부는 그간 농협 조합원이 가입하는 공제에 대해서는 세금을 매기지 않았으나 지난해부터는 16.5%의 이자소득세를 부과한 것. 이 때문에 매출액이 2002년에는 6조8,4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그나마 농협은 공제부문의 올해 매출목표를 6조5,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400억원 줄여 잡았다. 이처럼 농협공제가 올해 영업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가장 큰 원인은 오는 8월부터 전체 금융권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방카슈랑스’에 있다.법적 보호 아래 공제사업이라는 명목으로 ‘방카슈랑스’ 사업을 영위해 왔던 농협은 치열한 생존경쟁에 단련된 시중은행들과 무한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해 온 농협공제로서는 반갑지 않은 손님인 ‘방카슈랑스 사업 허용’이지만 이미 결정된 사항인 만큼 시장수성을 위한 전략마련에 고심 중이다.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농협, 수협, 우체국 등 그간 공제사업을 영위해 왔던 금융기관들에 대해서는 방카슈랑스 도입을 불허한 것. 반면 똑같이 특별법에 근거해 설립된 중소기업은행과 산업은행에는 방카슈랑스를 허용하자 농협은 역차별이라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농협에서는 중소기업은행이나 산업은행 역시 농협과 마찬가지로 특별법을 근거로 해 설립됐음에도 불구하고 방카슈랑스 허용업체로 지정된 것은 ‘힘있는’ 기관이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심을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그러나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다른 금융기관들의 보험업 진출이 허용되지 않는 동안 사실상 ‘방카슈랑스’ 상품인 공제를 통해 경쟁자 없이 시장을 독점해오다시피 한 만큼 ‘족쇄’를 채우지 않고는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현재로서는 농협이 방카슈랑스 허용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해서 별다른 타격은 없다. 직접적인 경쟁자라 할 수 있는 은행들에서 팔 수 있는 보험상품은 이미 농협공제에서 대부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정부의 계획대로 2005년 4월부터는 방카슈랑스 허용업체에서 자동차보험 상품 판매가 가능해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손해보험시장 전체에서 약 80%를 차지하는 ‘자동차보험’은 모든 금융기관들이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고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농협은 자신들도 자동차보험 상품을 팔 수 있도록 해달라고 계속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는 순순히 들어줄 기색이 아니다. 그래도 농협은 자동차보험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고 만반의 준비를 갖춰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방카슈랑스 도입으로 그간 공제상품만이 갖고 있던 매력이 사라지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도 분주하다.농협은 방카슈랑스 사업이 본격화되면 농협공제 고객 중 일부의 이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새로운 금융상품인 방카슈랑스 상품이 대중화되면 동일한 개념인 공제상품 역시 방카슈랑스 도입으로 조성된 새로운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문제는 농협공제의 낮은 인지도다. 이에 농협은 방카슈랑스의 원조격인 농협공제의 이미지와 공익적 기능을 부각시켜 고객신뢰도를 증진시킨다는 방침 아래 다양한 홍보전략을 모색 중이다.농협은 농협공제라는 이름이 일반인들에게 생소하다는 점을 들어 ‘농협생명’ ‘농협화재’라는 이름을 들고 대고객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보험사 ‘냄새’를 풍기는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고객들이 농협공제에 갖는 거리감을 좁히겠다는 전략이다.문제는 보험사들이 보험업 허가도 받지 않은 농협이 보험사 간판을 사용하는 것은 법규위반이라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 농협은 위기감을 느낀 보험사들이 ‘발걸기’에 나선 것이라며 항변하지만 보험사들 역시 순순히 물러날 기색이 아닌 만큼 이 문제는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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