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있다 더 싸다’ 내세워 시장 평정

대형매장에 8천여종의 다양한 전자제품 구비...쇼핑 편리성 크게 높여

‘전자유통의 최강자.’ 국내 최대의 전자유통 전문회사로 발돋움한 하이마트(대표 선종구)를 일컫는 말이다. 2000년 본격 출범한 이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초고속 성장하며 전자유통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시장점유율 면에서도 약 27%(업계 추정치)로 수위를 달리고 있다.하이마트가 설립된 것은 지난 99년 12월. 전자유통업계의 사정이 썩 좋지 않은 시점에 (주)한국전자유통을 모태로 출범했다. 전국의 전자대리점들이 줄줄이 도산했고, 인터넷 쇼핑몰과 홈쇼핑 등 새로운 형태의 유통업체들이 경쟁상대로 명함을 내밀고 있던 때다. 전자제품을 파는 점포들의 전성시대가 끝났다는 성급한 전망도 잇따랐다.하지만 하이마트 경영진은 다른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일본의 전자전문양판점 시장을 둘러보고 만든 분석자료를 통해 한국에서도 대형 전자제품 전문매장이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결론을 내렸던 것. 이후 회사측은 공격적으로 대리점망을 구축하고, 대대적으로 회사홍보를 하는 등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었다.초반에는 어려움도 적잖았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굴지의 가전업체들이 운영하는 대리점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았다. 낮은 인지도 역시 고민이었다. 혹시 재고품이나 싸구려를 갖다 파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들렸다.그러나 회사측은 서두르지 않았다.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한발 한발 소비자들에게 다가갔다. 먼저 원스톱 쇼핑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나갔다. 하이마트 매장에 가면 없는 것이 없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던 것. 이를 위해 중소기업 제품부터 수입품까지 국내에 들어와 있는 8,000여종의 제품을 매장에 깔았다.쇼핑의 편리성도 추구했다. 소비자들이 좁은 공간에서 쇼핑할 경우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다는 점을 익히 알고 있던 터라 매장을 크게 했다. 200평은 기본이고 400~500평짜리 점포도 만들었다. 전자제품을 사기가 너무나 편리해졌다는 소비자들의 얘기가 잇따라 터져나왔다. 회사측은 앞으로 최대 800평짜리 매장까지 낸다는 계획이다.모든 매장 직영으로 운영합리적인 가격제도 역시 하이마트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다지는 데 크게 기여했다. ‘다 있다. 더 싸다’는 당초의 컨셉에 맞춰 다른 전자대리점들보다 더 싼 가격에 제품을 팔았다. 문제가 없지는 않았지만 판매마진을 조금 낮추는 방식으로 해결했다.하지만 최저가격제를 고집하지는 않았다. 2001년 홈쇼핑업체들이 하이마트보다 더 싼 가격에 팔았지만 이에 개의치 않았다. 그동안 고수해 온 할인폭을 그대로 유지했다.각 지역의 점포에서 뭔가 대책을 세워달라는 주문이 빗발쳤지만 경영진은 출혈경쟁을 하다가는 버티기 힘들다는 점을 꿰뚫고 있었다. 결국 홈쇼핑업체들이 도저히 수지를 맞추기 어렵게 되자 전자제품의 취급비중을 크게 낮추면서 하이마트는 한숨을 돌렸다.하이마트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데 광고효과도 무시하지 못한다. 초기의 상대적인 인지도 열세를 톡톡 튀는 광고를 통해 해결한 것. 특히 하이마트 특유의 친근한 광고는 삽시간에 전국적으로 퍼져 ‘하~이마트로 가~요’라는 로고송은 어린들이 흥얼흥얼 따라 부를 정도가 됐다.서은주 홍보팀장은 “그동안 일관되게 남녀노소가 친근하게 갈 수 있는 곳으로 인식시키자는 컨셉에 따라 광고를 만들었다”며 “다행히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인지도 향상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하이마트는 모든 매장을 직영한다. 다른 가전메이커들이 대리점체제로 운영하는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본사에서 매장을 직접 관리하게 때문에 효율성 면에서 매우 높다. 합리적인 가격에 팔 수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직영체제이기 때문에 가능하다.서비스 면에서 한발 앞서 나간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송희용 삼선교지점장은 “본사에서 체계적인 서비스교육을 받은 정직원들이 매장에서 손님을 대하다 보니 아무래도 경쟁력이 있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물류시스템도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30여개의 크고 작은 물류센터를 직영하며 24시간 내 배달시스템을 갖춰놓고 있다. 배달인원만 약 1,000명을 확보하고 있으며 400여대의 배송차량이 상시 대기 중이다. 하루에 4,000~5,000건을 소화해낼 수 있는 배송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하이마트는 종업원 지주회사라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전제 주식의 70%를 직원들이 소유하고 있다. 매장직원들도 개개인이 주주다. 일에 대한 의욕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김원 대리는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일해서 그런지 분위기가 진지하다”고 설명했다.지분의 나머지 30%는 협력사들이 조금씩 갖고 있다. 하이마트에 전자제품을 대는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물류를 담당하는 협력회사도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외부업체들 사이에 ‘하이마트와 우리 회사는 공동운명체’라는 공감대가 확실하게 형성돼 있는 셈이다.하이마트가 본격 영업에 나선 지 3년을 막 지났지만 성장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2000년에 1조1,0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2001년 1조4,800억원, 2002년 1조8,000억원의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매장수 역시 크게 늘었다.2000년 211개였던 것이 지난해에는 240개를 기록했다. 경기가 매우 어렵다는 올해 역시 지난 3월까지 매출액 면에서 지난해에 비해 10% 정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회사측은 2005년까지 매출액 4조원, 매장수 280개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앞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나아가고 있지만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고민은 유통전문기업으로서의 한계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매장을 통해 짧은 시간에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제조업체에서 제품을 받아서 팔기 때문에 자칫 제조사와의 사이에 문제가 생길 경우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회사가 잘 나가지만 경영진이 대외활동을 자제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향후 성장속도가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초고속으로 성장해왔지만 앞으로는 예측 불허다. 2005년까지의 목표치를 정해놓고 있지만 변수는 많다.다만 한가지 위안이 있다면 경쟁상대들이 나름대로 약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리점이나 인터넷쇼핑몰, 또는 홈쇼핑 모두 가격이나 취급하는 제품에 한계가 있어 하이마트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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