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 허용여부 놓고 치열한 공방전

영화사 소프트웨어개발사 고소한 가운데 미 하원 로프그렌 의원 허용법안 제출

지난 3월 미국 하원 조 로프그렌 의원이 디지털 음악, 영화, 서적 등을 개인적 용도로 복제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DVD 복제에 대한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로프그렌의 법안은 소비자들이 구입한 디지털 콘텐츠를 다른 장치에서 사용할 수 있게 복사할 수 있는 권리를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 98년 디지털 저작권 보호 법률인 DMCA(Digital Millennium Copyright Act)가 통과되면서 디지털 콘텐츠 보호장치를 제거하는 소프트웨어 공급이 금지된 상태. 따라서 개인적 용도의 복사가 막혀 있는 셈이다.미국에서는 로프그렌 의원이 법안을 제출하기 전부터 디지털 콘텐츠 가운데 하나인 DVD의 복제에 대한 논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었다.할리우드 대형영화사를 중심으로 한 저작권 단체들이 DVD 복제 소프트웨어 회사들을 DMCA 위반으로 고소하면서 현재 법정분쟁이 진행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들은 “소비자들이 적법하게 구입한 DVD 영화를 개인적인 목적으로 복제하는 것을 막아서는 안된다”는 논리를 들어 소프트웨어의 적법성을 강조하고 있다.대표적인 DVD 복제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는 321스튜디오로 현재 할리우드 대형영화사들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외에 사이버릭스, 록시도 비슷한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있다.요즘 시장에 나와 있는 DVD 복제 소프트웨어들은 급속한 기술발달로 간단한 클릭으로 거의 완벽하게 DVD를 복제할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DVD 복제 소프트웨어가 확산되면 자신들의 DVD 콘텐츠가 손쉽게 복제돼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DMCA에 의지해 DVD 복제 소프트웨어 자체를 불법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지난 1월 노르웨이 법원은 개인적 용도의 DVD 복제 허용에 손을 들어줬다. 지난 99년 DVD 복제 방지장치를 제거하는 DeCSS를 개발, 공개했다는 이유로 고소당한 노르웨이 청년 존 요한슨이 무죄판결을 받은 것이다.노르웨이 법원은 “요한슨이 DeCSS를 사용해 법을 어겼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특히 DVD를 구입한 소비자가 다른 형태로 콘텐츠를 재생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판결문에 포함시켜 향후 DVD 저작권 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3월 항소해 DVD 복사 논쟁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이번 논쟁의 핵심은 디지털 콘텐츠 소비자의 권리다. DVD 복제를 찬성하는 진영에서는 “DMCA가 소비자들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파멜라 새뮤엘슨 버클리대 교수는 “정당하게 구입한 콘텐츠를 다른 형태로 바꿔 듣는 것은 소비자들의 권리”라고 설명한다.DVD 복제 소프트웨어 회사측에서는 “모든 도구는 쓰는 사람에 유익할 수도, 무익할 수도 있다”며 “살인에 칼이 쓰였다고 칼 판매를 불법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디지털 콘텐츠 단체들은 그러나 “불법복제를 조장해 콘텐츠 생산업체들이 타격을 받고 그결과 새로운 투자를 할 수 없게 돼 콘텐츠 품질이 낮아지는 악순환이 반복,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좁아진다”고 주장하고 있다.이번 싸움은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와 콘텐츠 생산자에게는 생존문제다. DVD 복제 소프트웨어 보급이 증가하면 개발사들의 의도와 관계없이 불법복제가 늘게 되고 콘텐츠 생산자들은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된다.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들은 생존 기반이 걸려 있는 문제다. 두 진영은 지금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처절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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