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자주 바꾸려 리스 선택했어요”

미국 신차 리스비율 38% ... 비용부담 없어 인기

나이아가라 폭포로 유명한 뉴욕주 버펄로에서 경찰생활을 하고 있는 톰 헤이즈씨는 조만간 새 차를 마련할 생각이다. 얼마 전 한국에서 아이를 입양해 실내공간이 넓고 안전한 자동차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자동차광고를 유심히 살핀 끝에 헤이즈씨는 새 차를 사는 대신 리스를 하기로 했다. 그는 “새 차는 가격이 너무 비싼데다 아이가 자라면서 차를 자주 바꿔야 할 것 같아 리스를 선택했다”고 말했다.미국에서 자동차 리스가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자동차 리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TV와 주요 일간지에서 자동차 리스 광고를 발견하는 것은 이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리스가 일반화됐다는 것. 현재 미국 전체 신규 자동차 시장에서 리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38%인 것으로 알려졌다.자동차 리스는 차를 구입하지 않고 일정기간 대여해 쓰는 방식. 매달 일정액을 내고 자동차를 빌려 쓰는 것이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반납하거나 중고가격에 살 수 있다.리스는 제조분야에서 시작된 비즈니스 방식이다.공장에서 필요한 고가 장비를 직접 구입하는 대신 리스회사를 통해 임대해 쓰는 것에서 비롯됐다. 고객입장에서는 장비구입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마련할 필요가 없고 단지 임대료만 지급하면 돼 비용부담이 적다.리스회사는 감가상각비를 고려한 임대료와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리스회사들은 전통적인 리스 시장이 주춤하면서 새로운 수익창출을 고민하다 자동차 리스 시장을 발견했다. 리스 대상을 생산자에서 일반 소비자로 넓힌 것이다.자동차 리스란?자동차 리스는 단기간 차를 빌리는 렌트와 개념이 다소 다르다. 일정기간 임대한다는 것은 같지만 리스는 소비자가 자동차 구입 과정에 직접 간여한다. 예컨대 자동차 리스를 하려는 소비자는 딜러와 직접 거래해 차종과 가격을 결정한다. 가격이 정해지면 리스회사가 자동차를 구입한 후 소비자에게 임대한다.자동차 리스는 감가상각비 개념에서 출발한다. 모든 상품은 가치를 갖고 있다. 가치는 상품을 사용할수록 줄어든다. 이때 줄어드는 가치가 감가상각비다. 자동차를 예로 들면 새 차의 가격은 자동차의 원래 가치로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는 줄어든다.자동차를 1년 동안 사용한 후 중고시장에 내다팔면 가격은 새 차보다 낮아지는데 이때 발생하는 차이가 감가상각비다. 자동차 리스는 소비자가 일정기간에 해당하는 감가상각비를 비용으로 지불하고 차를 빌리는 것이다. 여기에 금융비용과 수수료가 붙는다.일반적으로 자동차를 살 때는 전체 가치(가격)를 모두 지불하지만 리스는 사용한 만큼만 비용을 내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통해 살펴보자. 새 차 가격이 1,000만원이라 하고 12개월 후 중고 시장에서 700만원에 팔린다고 가정하자. 만약 1년간 사용한 후 사라진 가치가 300만원이라면 리스비는 연간 300만원이다. 다시 말해 매달 25만원과 일정 금융비용, 수수료를 내는 것이다.리스비 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감가상각비다. 감가상각비 설정에 따라 리스가격이 차이가 날 수 있다. 감가상각비는 리스회사가 특정 기간에 떨어지는 가치 정도를 계산해 결정한다.감가상각비가 크게 산정될수록 소비자 부담이 늘어난다. 리스회사가 실제 중고시장보다 감가상각비를 크게 잡으면 소비자에게 불리하고 반대일 경우 소비자에게 유리하다. 감각상각비와 함께 자동차 구입비용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딜러와 협상으로 구입비를 낮추면 그만큼 리스비가 줄어드는 셈이다.왜 인기인가?리스가 인기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부담이 적다는 것이다. 대개 자동차는 할부로 구입하는데 매달 일정 비율로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간다. 그러나 리스는 임대기간에 감가상각분만 나눠 내기 때문에 할부보다 부담이 적다.리스는 차를 자주 바꾸는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리스 계약기간이 끝나면 새 차로 교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딜러인 보브 코만씨는 “새 차를 갖고 싶지만 너무 비싸 감당할 수 없는 소비자들이 리스를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리스는 계약기간이 끝나면 자동차를 반납하면 돼 중고차 처분 고민을 덜 수 있다”고 덧붙였다.세금이 낮은 것도 장점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새 차를 구입하면 전체 금액에 대한 세금을 내지만 리스는 리스비에 대해서만 세금을 낸다. 게다가 매달 리스비와 함께 내기 때문에 한꺼번에 세금을 많이 내는 부담이 없다.골치 아픈 자동차 관리 수고도 덜 수 있다. 자동차는 대개 3~4년이 지나면 조금씩 문제가 생겨 수리를 해야 한다. 그러나 리스는 새 차일 뿐만 아니라 리스기간이 짧게는 1년 길게는 4년이기 때문에 귀찮은 유지보수 문제에서 다소 자유로울 수 있다.전문가들은 리스가 활성화된 이유로 자동차 비용의 상승과 할부에 대한 세금공제 폐지를 꼽는다. 미국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자동차가격이 크게 올라 새 차를 사기에는 소비자들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특히 소비자들은 자신의 경제적 여건이 허락하는 것보다 더 좋은 차를 타고 싶어 하는 욕심이 있어 리스 시장이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80년대 이후 자동차 할부금에 대한 세금공제가 없어진 것도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뉴욕 퀸스에서 자동차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미치 벨리니씨는 “자동차를 할부로 구입한다는 것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는 것과 같다”며 “대출이자에 대한 세금공제가 없어지면서 리스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리스를 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딜러들이 높은 수입을 올리기 위해 일부러 비싼 차를 추천하는 사례가 있다. 특히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감가상각비가 정해지지 않을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지게 된다.또 다른 주의사항은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리스는 일정기간 차를 빌리는 계약이다. 따라서 개인적인 이유로 리스를 중단할 경우 손해가 크다. 일종의 계약파기이기 때문이다.리스를 할까 새 차를 살까?자동차를 새로 마련하려는 소비자들에게 리스를 할지 새 차를 살지 선택하는 것은 골치 아픈 일이다. 전문가들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차를 자주 바꾸고 싶다면 리스가 좋고 자동차를 소유하고 오랫동안 쓸 생각이면 사는 것이 유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양한 기준이 있지만 차량 소유기간이 가장 큰 고려 대상인 것이다.일반적으로 단기일 경우 매달 들어가는 리스비용은 할부보다 30~60% 낮은 장점이 있다. 대신 자동차를 장기간 소유하면 할부로 구입하는 편이 낫다. 할부기간이 끝나면 자신 소유가 되기 때문이다.할부가 종료된 후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기간은 매달 들어가는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일단 금융비용과 수수료를 고려하지 않는다. 1,000만원짜리 자동차를 12개월 할부로 구입하면 매달 약 83만원이 들어간다.그렇지만 할부가 끝난 후 차량을 3년 2개월(38개월) 더 보유하면 한달에 25만원, 5년(60개월)이면 14만원을 내는 셈이다. 리스를 할 경우 12개월 동안 리스비(감가상각비)가 300만원이라면 매달 25만원을 내야 한다.따라서 3년 2개월 기준으로 그 이상 차량을 보유하면 구입하는 것이 좋고, 그 이하면 리스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 물론 장기 보유 후 중고로 팔 수 있다면 기준이 되는 기간은 다소 짧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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