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얽혀 맴돌이 국면 맞아
대내외 증시전망, 2004년 우리나라 총선과 미국대통령선거…. 이 모든 것이 이제는 경기문제에 달렸다. 특히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경제 향방에 최대 관심이 쏠리고 있다.문제는 현재 미국경기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종전에는 산업생산과 매출이 증가하면 일정한 시차를 두고 고용이 증가했다. 생산과 소비, 그리고 고용지표가 일관성을 띠었기 때문에 경기판단이 쉬었다는 얘기다.반면 이번에는 산업생산과 매출이 증가하고 있으나 좀처럼 고용이 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국의 일자리는 산업생산이 회복됐던 2001년 12월 이후 지금까지 약 70만명이 줄어들었다.이른바 ‘고용 없는 회복’(Jobless Recovery)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생산과 소비를 중시하면 경기가 회복기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고 고용을 감안하면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왜 이런 현상이 발생될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크게 보면 두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무엇보다 급격한 생산성 증가다. 미국의 생산성은 70년대 이후 95년까지 연간 0.7% 증가에 그쳤으나 그후 지금까지 2.5%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또 2001년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정책목표가 물가안정보다 경기부양 쪽으로 선회된 것도 커다란 요인이다.결국 급격한 생산성 증가와 FRB의 경기부양 우선책으로 2001년 말 이후 산업생산과 매출이 비교적 호조를 보인다 하더라도 고용이 뒤따르지 않는 이유다. 바로 이 점이 미국경기를 판단하는 전미경제협회(NBER)가 지금까지 이번 경기회복 여부에 대해 침묵하는 이유다. 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경기를 보는 시각이 크게 엇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더욱이 이번 경기처럼 고용이 따르지 않는 회복 상황에서 유가와 같은 공급측 인플레 요인으로 물가마저 상승함에 따라 국민들의 체감경기가 급격히 악화되고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경제적 고통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가 지난해 12월 6.8이었던 것이 올 3월에는 8.0으로 높아졌다.당연히 이런 상황에서는 정책당국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커지기 마련이다. 종전처럼 정책당국이 생산과 매출증가를 중시하면 경기를 낙관하게 되고 정책도 소극적으로 대응하게 된다. 반면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은 더욱 늘어나 경기를 낙관하는 정책당국에 대해 실망하게 되고 적극적인 정책대응을 요구하게 된다. 최근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분명한 것은 이제는 종전의 잣대로 경기를 판단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이런 차원에서 4월 초 국제통화기금(IMF)이 새로운 경기판단지표로 기업취약지수(Corporative Vulnerability IndexㆍCVI ; 레버리지 비율과 기업가치 변동성, 무위험 이자율, 배당률 등의 재무지표를 이용해 산출)를 제시해 주목을 끌고 있다.CVI는 종전의 경기판단방법이 경제상황과 정책기조, 경제전망 등 펀더멘털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감안해 만든 지표다. 대표적으로 종전에는 레버리지 비율이 높으면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으나 최근처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차입조건이 개선되는 상황에서는 기업파산과 경기침체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IMF가 CVI와 미국경기와의 실증적 관계를 연구한 자료를 보면 CVI는 경기침체 가능성을 4~6분기 정도 앞서 예측할 수 있고 이 지수가 높을수록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침체기간도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번에는 어떤가. CVI로 예측한 경기침체 가능성은 99년 말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이번 경기의 정점인 2001년 1/4분기에 53%로 최고수준에 달했다. 그후 2001년 말부터 산업생산과 매출증가로 거시경제 취약성이 줄어듦에 따라 최근에는 15% 수준까지 하락했다.과거의 경험을 감안해 볼 때 CVI로 예측한 경기침체 가능성이 50% 이하로 하락될 경우 경기침체가 끝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들어 미국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시각에서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미국증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 문제는 이라크전쟁이 끝나고 뉴욕 월가에서 다시 각광을 받고 조지 소로스의 자기암시이론 혹은 재귀효과(Reflexivility effect) 가설을 토대로 미국 증시와 국내 증시를 전망해 본다.먼저 이 이론을 정리하면 이렇다. 통상적으로 어떤 국가의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이때의 주가는 실제 경제여건보다 더 낮게 형성된다. 경기침체로 투자자들의 심리가 ‘비관’ 쪽으로 쏠리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기 때문이다.일정기간이 지나면 투자자들 사이에는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견해가 나오기 시작한다. 점차 투자심리도 ‘낙관’ 쪽으로 옮아가면서 주가상승 속도가 경제여건 개선속도보다 빨라지는 1차 소(小)상승기를 맞는다.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주가상승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면서 낙관 쪽으로 몰렸던 투자자들의 쏠림현상이 흐트러진다. 결국 향후 주가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얽히면서 맴돌이 국면을 맞게 된다.이때 경기와 기업실적이 뒤따라오느냐가 중요하다. 만약 경기와 기업실적이 뒤따라오면 투자자들의 심리가 재차 낙관 쪽으로 쏠리면서 주가가 1차 소상승기보다 더 오르는 2차 상승국면을 맞게 된다. 물론 이때는 금리인상과 같은 악재요인이 나온다 하더라도 시장 자체적으로 흡수해 주가흐름에는 장애요인이 못된다.마지막으로 어느 순간 거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한동안 낙관 쪽으로 쏠렸던 투자자들의 심리가 흐트러지면서 재차 맴돌이 국면을 맞는다. 과거와 달리 이때는 금리인상에 대해 투자자들은 과민하게 반응한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와 실적이 뒤따라오면 3차 소상승기를 맞게 된다.반대로 경기와 실적악화가 지속될 경우 투자자들의 심리가 비관 쪽으로 자리이동하면서 주가는 실제 경제여건보다 더 떨어지는 과잉조정 국면에 직면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투자자들은 심리적인 공황상태(Panic)를 맞을 수도 있다.현재 미국경제 전망을 놓고 완만한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U자형 시각과 다시 침체될 것이라는 V자형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으나 전쟁이 끝나면서 U자형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1분기 어닝 시즌을 맞고 있는 기업실적도 지난해 3분기 이후 꾸준히 개선되는 추세다.이번 경기순환과 주가흐름을 기준으로 한다면 9ㆍ11테러 이후 1차 소상승기와 1차 맴돌이 국면을 끝낸 미국증시가 그동안 2차 상승국면에 진입하지 못한 것은 엔론 사태를 비롯한 미국기업들의 분식회계와 이라크전쟁이 잇달아 발생했기 때문이다.이제는 장애요인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내년에 있을 대통령선거에서 재선을 위해 경기와 증시를 안정시키는 데 최우선 목표를 두겠다고 밝혔다. 걸프전에 승리해 놓고 경제를 안정시키지 못해 재선에 실패한 아버지 부시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얘기다.현시점에서 조심스럽게 미국증시와 국내 증시에서 주가랠리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