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도슈, 게오 새 깃발 꽂기 ‘왕성’

장사는 뭐니 뭐니 해도 자리(목)가 기본이다. 취급하는 상품이 아무리 좋고 주인의 장사수완이 뛰어나다 해도 입지가 나쁘다면 ‘허당’이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외진 곳에 있다거나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있어도 손님을 끌 만한 위치가 아니라면 그 자리에 들어선 점포는 장사 목으로 실격이다.자리의 중요성은 창업의 대가로 명성을 날린 한국의 K모씨가 점포입지를 판정하기 위해 온종일 한곳에서 쪼그리고 앉아 오가는 사람수와 차량통행량을 꼼꼼히 체크해 보기까지 했다고 털어놓은 것만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편의점이 들어선 자리는 일단 장사 입지에서 한 번쯤 검증을 거친 장소다. 전문지식과 노하우, 그리고 빼어난 안목으로 무장한 편의점 본사의 관련 실무자들이 수차례 사전답사와 상권분석 과정을 거친 뒤 간판을 걸어 올린 곳이기 때문이다.하지만 동종업체간의 치열한 생존경쟁과 눈에 보이지 않았던 핸디캡은 실적이 나쁜 편의점들에 가차 없이 퇴출판정을 내리고 있다. 운영비도 못 건지고 적정 이윤을 확보하지 못하는 편의점은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일본에서는 문을 닫고 편의점 간판을 내린 자리가 또 다른 업종의 노른자위 점포로 탈바꿈하는 사례가 속출, 전문가들의 주목대상으로 급부상했다. 편의점이 손들고 나간 자리에 왕성하게 새 깃발을 꽂고 있는 대표적 업종은 비디오대여점과 도시락, 반찬 전문점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체인점들.도시락, 반찬 전문사업으로 고성장 궤도를 달린 ‘오리진 도슈’는 편의점이 문닫은 장소를 매년 5개 전후씩 새로 손에 넣는 점포확장 전략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이 회사는 인수한 편의점 점포를 매장면적 약 25평 크기의 도시락 전문점으로 업태를 바꾸는 한편 기존 상호와는 다른 이름의 점포로 운영, 두 가지 스타일의 점포를 꾸려가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신규점포 개설에 따른 리스크 최소화 겨냥아이템과 장사기법은 오리진 도슈 원래의 것과 거의 차이가 없지만 이미지 차별화를 위해 편의점 자리에는 다른 간판을 내걸고 있는 것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들은 이 회사가 대형 슈퍼마켓이나 편의점과 인접한 곳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미 투’(Me Too) 식의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쳐온 점을 지적, 편의점 자리에 새 점포를 내는 것이야말로 신규점포 개설에 따른 리스크의 최소화를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대형 비디오대여 체인업체인 ‘게오’는 올 여름부터 편의점 부지를 비디오대여점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본격 뛰어들 예정이다. 게오는 편의점들이 창고와 사무공간을 합쳐 최소 40~50평 정도의 면적을 갖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지금까지 표준모델로 삼아온 비디오대여점이 200평 이상의 면적에 초기투자비만 9,000만엔 이상 투입됐던 점을 감안하면 점포개설 비용을 3분의 1 이하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입지 타당성은 검증된 상태이니 이곳에 다른 업태를 심어 제대로 꾸리기만 하면 적은 투자비로도 적정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셈이다. 게오는 점포 크기를 축소하는 것에 맞춰 내부에 진열할 아이템도 부피를 최소화할 계획이다.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비디오테이프보다 DVD(디지털 다용도 디스크)와 게임소프트 취급을 늘리고 도심 거주 고객을 중점적으로 공략한다면 승산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주장이다.문닫는 편의점이 간판을 바꿔 다는 사례가 속출하자 영업 중인 기존 편의점을 대상으로 업태 전환을 도와주는 업체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취급상품을 개당 99엔의 단일가격에 판매하는 ‘99플러스’는 편의점 가맹점주들로부터 ‘99엔 전문점’으로 업태를 바꿀 수 없겠느냐는 제의가 잇따르고 있다.99플러스는 이에 따라 올해 새로 문을 열 점포 200개 중 약 절반을 기존 편의점 자리에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전문가들은 편의점업계의 점포 증설 경쟁이 최근 수년간 부실점포의 양산을 초래했다며 경쟁에서 밀려난 편의점이 타 업종에 흡수되는 사례가 줄이을 것이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한편 올해 문닫을 예정인 편의점은 세븐일레븐, 로손, 훼미리마트 등 대형 편의점업체 5개사에서만 1,370개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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