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네트워크 확대 ‘무한경쟁 넘는다’

농협 개혁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농협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거론되는 ‘단골’ 개혁대상이다. 역대정권은 집권할 때마다 농협개혁을 농정개혁의 주요 화두로 삼아왔다. ‘문민정부’의 농협법 개정, ‘국민의 정부’의 통합농협법 등이 그것이다.지난 10년간 농협개혁 논의가 끊이지 않는 것은 그만큼 문제해결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그래서인지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 농협개혁을 둘러싼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농협이 경제, 교육사업에 비해 경쟁력 있고 잘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신용사업’ 부문에도 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신용사업은 금융기관업무로 농협중앙회(이하 중앙회)는 은행법에 따라 제1금융권(은행)업무를, 지역농협은 신용협동조합법에 따라 제2금융권(상호금융)업무를 하고 있다.이 가운데 특히 중앙회 신용사업 부문의 ‘화려한 실적’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영업구조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지난 4월7일 열린 제238회 임시국회 경제분야 질의에서 정장선 민주당 의원(경기 평택을)은 “농협이 정책자금 대출 대행수수료와 정책자금을 빌려주고 받는 이자수입을 통해 앉아서 돈을 벌고 있다”면서 “2001년 농협중앙회 수신 잔액 71조6,000억원 가운데 30%인 21조4,000억원은 지자체 및 교육금고 수신이며 신용사업대출금 46조7,000억원 가운데 44%는 정책자금이다”고 밝혔다.또한 “중앙회와 회원조합의 예수금은 모두 180조원으로 국민은행 110조원보다 높지만 대출금리는 국민은행보다 1.5%가 높다”고 지적했다.현재 중앙회의 신용사업은 전국의 대도시에서 군단위에 이르기까지 633개 지점과 235개 출장소를 두고 은행업무 전반을 취급하고 있다. 여ㆍ수신사업과 신용카드사업은 물론이고 보험 성격의 공제사업까지도 취급하므로 이미 방카슈랑스 체제를 갖춘 셈이다.정부의 정책기금과 광역ㆍ기초자치단체의 공공예금도 유치했기 때문에 이 부문에서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이에 대해 중앙회 관계자는 “독점적 지위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농협의 자체적인 노력도 큰 역할을 했다”며 “앞으로는 시장 자체가 완전 자유경쟁체제로 가기 때문에 농협도 노력하지 않으면 이런 지위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일축한다.중앙회는 농민들이 지역농협(회원조합)에 가입해 조합원으로서 출자금을 내며, 이들 전국의 1,400여개 지역농협이 출자해 만든 연합체다. 중앙회는 인력과 예산의 80% 이상을 신용사업에 투입한다. 농협의 최대 수익원이 신용사업이기 때문이다.중앙회의 2002년 결산 결과 5,935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했는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농업경제 부문은 1,466억원, 축산경제 부문은 452억원 적자를 낸 반면, 신용사업 부문은 7,853억원의 흑자를 기록해 신용사업 의존도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다.이런 가운데 지난해 특별법인 농업법에 근거해 한국금융연구원이 수행한 농업 관련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신용사업 부문도 지금과 같은 상태로 가다가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지속적인 금융산업 구조개편에 따라 금융기관들의 대형화ㆍ종합금융화의 진전이 예상되고 있다.이런 가운데 저금리 기조 또한 계속되고 있어 자금운용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다. 또한 은행간 추가합병, 은행ㆍ증권ㆍ보험사간 제휴 및 합병, 방카슈랑스 시행과 증권ㆍ보험 등을 종합한 서비스 등 종합금융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이러한 무한경쟁시대에서 앞으로 농협의 자산규모 성장률이 90년대와 같은 10% 이상의 고성장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은행간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농협은 신용사업 부문의 수익 일부를 경제사업 등에 지원하고 있으며 공동관리비용의 상당부분을 부담하고 있어 총자산수익률(ROA)이 일반은행에 비해 낮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의 신용사업 부문 ROA는 지난해 0.78%로 0.81%의 국민은행에 비해 여전히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자 차이에서 생기는 예대마진의 경우 농협은 1990년대 후반 이후 2%대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은행권의 예대마진이 줄어드는 추세에 비춰볼 때 농협 예대마진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이렇게 예대마진 축소가 이어지면 은행의 이자수입비중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경우 총수익 중 이자수입비중이 80%를 넘고, 수수료수입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농협은 그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농협의 자금조달구조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예수금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저금리 탓에 일반인들의 저축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어 그동안 증가세를 보였던 저축성 예금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소매금융시장에서의 경쟁심화로 대출 성장률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영업환경 급변, ‘생존전략’ 불가피이러한 장기성장의 걸림돌을 앞으로 개선하고 대비해 나가야 하는 중앙회는 우선 올해부터 3년간 금융네트워크 강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농협은 증권업무 강화, 투신사설립 등 수익성과 건전성에 바탕을 둔 시장확대를 통해 농협의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는 방침이다.현재 농협의 금융계열 자회사는 자산관리회사와 농협선물, 그리고 지난 4월14일 출범한 ‘농협CA투신운용’ 등 세 곳이다. 이번에 출범한 CA투신은 기존의 신탁업무 부서와 연계 사업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CA투신은 고수익 고위험 투자자산 운용을 전담하고, 신탁업무실은 상대적으로 위험수위가 낮은 투자자산을 운용하는 효율적인 역할분담이 이뤄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자금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하며 시장경쟁력도 강화되는 동시에 운용조직의 혁신으로 일반은행보다 비교우위의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또한 여타 시중은행들과 비교할 때 열위에 있는 서울 및 수도권 점포망을 확대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앞으로 신설될 점포의 70%를 이 지역에 배치하기로 정했다.이러한 농협의 금융네트워크 확대 전략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운용측면만을 본다면 농협이 자금운용 방식을 다양화하고 고도화하려는 구상은 타당하다”며 “그러나 과다하게 유치한 예수금을 활용하기 위해 활동영역을 넓히는 것이 과연 농협 본연의 취지에 부합되는지는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농협법에 의거해 설립된 후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농협이 일반은행의 사업영역까지 업무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 민간은행들은 대체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반면 농협은 설립목적이 농어민들의 경제적 사회적 복지증진을 위해서인 만큼 이를 위해서는 필요한 모든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며 사업영역 확장 역시 이러한 측면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농협 관계자는 “농협중앙회는 항상 자금이 부족한 농촌사회 지원을 위해 금융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최근의 금융네트워크 확대 역시 이러한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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