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만 오세요”… 틈새서비스 제공

치과 . 한의원 중심으로 증가 추세..."IMF 외환위기 때 본격 성장"

“아이들이 병원 가기 싫어하는 것은 ‘두려움’ 때문입니다. 낯선 사람과 환경, 아픈 주사, 쓴 약… 아이들이 두려워하는 요소를 파악, 최소화하는 것이 ‘키즈클리닉’의 핵심입니다.” 어린이치과 이재천 원장의 말이다.무작정 병원 안 간다는 아이를 달래려면 난감하다. 병원에 가도 정작 치료를 안 받는다고 생떼를 부리면 더욱 그렇다. 아이들이 싫어하지 않는 병원은 없을까. 바로 이 점이 ‘키즈클리닉’의 출발선이다.1990년대 이전만 해도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병원은 소아과 정도였다. 전체 의료시장에서 아이들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었다. 수백만명의 시장수요가 무시된 셈이다.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어린이치과는 ‘키즈클리닉’ 개척자 중 하나다. 1992년 간호사 2명과 함께 시작한 병원이 현재는 의사 7명, 직원 30명이 넘는 대형 전문병원으로 성장했다. 병원 1층은 놀이방으로 꾸며져 있다.인형으로 장식된 낮은 의자에서 부모의 손을 잡고 치료가 진행된다. 치료 전 의사는 충분한 대화로 아이와 친해진다. “아이가 덜 무서워하네요. 어린이 전문 치과라 전문성도 있을 것 같고.” 6살 딸아이 충치치료를 위해 병원에 온 강수연씨(31)의 말이다.아이누리한의원은 아이들에게 가까이 가기 위해 자체적인 캐릭터를 개발했다. 캐릭터전문회사와 계약해 ‘부비’라는 캐릭터를 사용하고 있다. ‘부비’는 병원간판은 물론 약봉지, 놀이기구, 의사 가운 등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황만기 원장은 “아이들이 한약탕제를 ‘부비주스’라고 한다. 한약은 쓰고 먹기 힘들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데 ‘부비’가 큰 몫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어린이 전문병원은 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질병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진료과목이 아닌 치과, 한의원 같은 분야에서 이러한 추세가 두드러진다. 아이들을 전문으로 치과는 전국적으로 100여곳, 한의원은 70여곳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자신은 밥 한 끼 덜 먹어도 아이들에게는 보약을 먹이고 싶은 게 부모 심정인 것 같다. 다른 병원에 비해 경기에 영향을 덜 받는다”고 황원장은 말했다. 어린이치과 이원장도 “IMF 외환위기 때 오히려 성장했다.똑같은 치료를 인하된 진료비로 서비스하니까 환자들이 더 많이 왔다. 아무리 경제가 어렵다 해도 애들이 아프면 치료를 미루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가 나빠지면 대체적으로 병원들의 수입도 하강곡선을 그린다.당장 통증이 없으면 병원을 찾지 않는다. 치과, 한의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린이 전문병원은 불황을 덜 탄다. 아이를 생각하는 부모 마음에 소구하기 때문이다.환자 1인당 발생하는 수입은 어른에 비해 적다고들 입을 모은다. 황원장은 “어른의 경우 침도 놓고, 물리치료도 하고, 약을 지어 주면 아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수입이 발생한다.다만 아이들을 대상으로 함으로써 경기에 상관없이 안정적 환자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원장도 “환자당 수입이 적은 것은 당연하다”며 “기본적인 치료를 정확히 해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부모들의 입을 통한 구전광고는 어린이 전문병원의 가장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다. 아이를 치료해 본 엄마의 경험담 한마디가 병원을 선택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어린이치과의 경우 환자의 70% 이상이 주변의 소개를 받고 온다고 한다. 개원한 지 1년 남짓 되는 아이누리한의원도 주위의 소개로 오는 환자수가 인터넷 등을 보고 찾아오는 환자수를 앞지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부모들의 눈은 정확하다. 자기 아이의 건강을 다루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잘 치료해 결국 부모들의 시험기준을 통과해야 살아남는다”고 황원장은 말했다.어린이 전문병원은 각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신경정신과, 비만클리닉 같은 진료과에도 어린이만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마음샘클리닉은 아동들의 학습장애와 우울증 등을 치료하는 신경정신과병원이다.이 병원 김은혜 원장은 “아이들만의 질병이 따로 있고, 그것을 치료하는 방법 또한 따로 있다”며 어린이 전문병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아이들만의 독립적인 의료서비스 수요가 새로운 의료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INTERVIEW / 이재천 어린이치과 원장“견학 오는 치과의사 많아요”92년 개원할 당시 상황은.대학에 소아치과 전공이 분명히 따로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치과의사들이 소아치과를 전공했어도 개원하면 성인위주의 치료를 했습니다. 어린이 전문치과를 연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말렸습니다. 전례가 없다는 이유 때문입니다.어린이치과를 고집한 이유는.가장 큰 이유는 전공을 제대로 살리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어린이 치과치료 시장의 가능성도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종의 ‘틈새시장’을 공략한 셈이죠.최근 추세는.오늘도 치과의사 여러 명이 우리 병원을 견학하고 갔습니다. 강연도 많이 다닙니다. 어린이 전문 치과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또 다른 관심분야는.장애인 치과치료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장애인 치료도 소아치과 치료의 한 분야로 취급합니다. 장애인 전문 치과병원 개원을 검토 중입니다.앞으로 계획은.병원 시스템을 복제가 가능한 체제로 만들어 동남아, 중국 등에 전파하고 싶습니다. 이른 시일 내에 실행에 옮길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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