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리원 내세워 2535여성타깃 마케팅

경제산업성, 93~2001년 사이에 100개의 테마파크 문닫아

일본 최강의 테마파크 ‘도쿄 디즈니랜드’(TDL)가 개원 20주년을 맞은 지난 4월15일, 일본언론은 TDL 이야기로 한동안 떠들썩했다. TDL이 어떻게 재팬 넘버원의 테마파크로 우뚝 올라서면서 해마다 2,000만명 이상의 입장객을 불러들일 수 있게 됐는지 그 비결과 파워에 초점을 맞춘 기사가 주요 신문마다 흘러넘쳤다.언론은 TDL이 테마파크 차원을 넘어 국민들의 자랑거리와 휴식처로 뿌리내렸다며 앞다퉈 찬사를 쏟아냈다. 일부 신문은 TDL을 일본 최강의 제조업체인 도요타자동차와 비교하면서 경상이익률, 주가수익률(PER), 사원 1인당 경상이익 등 상당수 잣대에서 TDL이 도요타를 앞지르는 신화를 쏘아올렸다고 주장했다.테마파크에 관한 한 TDL은 ‘지존무상’과도 같은 존재가 됐으며 노다지 광맥을 품고 있는 낙원이나 마찬가지라는 표현이었다.그러나 불과 수일 후 한 신문은 TDL 이외의 다른 테마파크와 유원지들이 앓고 있는 불치병을 상세히 소개해 독자들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TDL을 제외한 나머지 테마파크와 유원지들을 거의 예외 없이 덮친 공포의 불치병은 ‘고객 이탈’과 이로 인한 경영난이었다.일본의 테마파크들을 엄습한 불황의 흔적은 고객감소로 채산을 맞추지 못해 문을 닫은 곳의 숫자만 봐도 쉽게 헤아릴 수 있다. 경제산업성이 공개한 는 지난 93년부터 2001년까지 8년간 무려 100개에 가까운 테마파크와 유원지들이 영업을 포기했다고 지적하고 있다.약 250개에 달했던 테마파크와 유원지들이 150개를 겨우 넘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사가 안돼 쓰러지는 곳들은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4월까지 교토와 효고현에서 3개가 문을 닫았으며 이에 앞서 2002년에도 요코하마와 가와사키시에서 2개가 간판을 내렸다.한국인 관광객들에게도 널리알려진 나가사키의 하우스덴보스는 올해 초 자금난을 견디다 못해 채권단 관리로 넘어간 후 인수자를 물색 중이나 이마저 앞으로 순탄한 재건궤도를 달릴 수 있을지 점치기 어려운 상태다.아직 정상적으로 영업 중인 곳들의 대다수도 갈수록 고객들의 발길이 줄고 있어 언제 속병이 도질지 모르는 상태다. 도쿄디즈니랜드를 능가하는 맞수가 될 것이라며 2년 전 문을 연 오사카의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은 벌써부터 고객감소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오사카, 고베, 교토 일대는 물론 한국과 대만, 중국 등지에서도 관광객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했던 처음과 달리 지난 한 해 동안의 입장객은 763만명에 그쳐 전년보다 무려 30.8%가 줄어들었다.유명관광지 닛코에 자리잡은 ‘에도무라’는 지난해 입장객이 전년 대비 28.5%나 감소한 54만명에 머물렀으며 도쿄시민들의 명소로 높은 인기를 누렸던 도시마엔은 지난해에 150만명이 입장하는 데 그쳐 간신히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언론은 테마파크, 유원지들의 불치병이 시대변화에서 비롯된 불가항력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며 이들의 고통이 쉽게 가라앉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언론은 우선 테마파크의 대다수가 가족단위 행락객을 메인 타깃으로 삼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가족단위 행락객의 바깥나들이에는 어린이들의 존재여부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어린이, 청소년 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현재와 같은 인구구조에서는 기본적으로 역풍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언론의 분석이다.장기간에 걸친 불황으로 서민들의 지갑이 호주머니 깊숙이 숨어버린 것도 병세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입장료와 놀이기구 이용비용을 합치면 테마파크와 유원지에 들어가는 행락객은 적어도 1인당 5,000엔 안팎의 돈을 꺼내도록 돼 있다.실업과 감원 태풍이 샐러리맨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현실에서 하루 2만~3만엔의 테마파크 이용료는 아무래도 서민 가장들에게 버거울 가능성이 높다고 언론은 진단하고 있다.언론은 젊은이들을 메인 타깃으로 삼았던 테마파크와 유원지들도 달라진 세태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라고 보고 있다. 일부 신문은 10대 후반과 20대 전후의 젊은이들이 테마파크와 멀어지게 된 큰 원인 중 하나는 휴대전화에 있다는 단정을 서슴지 않고 있다.휴대전화가 젊은이들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도구로 뿌리내리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최소 월 1만엔 안팎의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 젊은이들의 다른 오락과 놀이거리를 빼앗아갔다는 것이다.고객이탈로 인한 불치병이 갈수록 깊어질 조짐을 보이자 테마파크와 유원지들은 생존을 위한 돌파구 마련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이들은 어정쩡한 대책으로는 근본치료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절감, 저마다 묘수 찾기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전문가들은 테마파크와 유원지들이 최후의 승부수로 내세우는 카드의 특징으로 첫째, 지역 밀착형 영업을 꼽고 있다. 이와 함께 25~35세의 여성고객을 끌어당기기 위한 마케팅 강화와 세계 유일 또는 최고를 지향하는 온리원(Only One) 전략을 들고 있다.지역밀착형 영업의 대표적 사례는 도쿄의 도시마엔과 고라쿠엔 유원지가 첫손가락에 꼽히고 있다. 도시마엔은 지난 2000년 대형 장난감할인점 ‘토이저러스’를 원내에 유치, 고객들의 호평을 받은 데 이어 오는 6월 초대형 온천을 개장한다.나가하시 히로카즈 홍보과장은 “반경 5㎞ 이내에 살고 있는 인구만도 120만명이나 되는데 인접 주민들에게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는 영업은 성공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온천개장이 가족단위 고객유치에 절대적 힘을 발휘할 것을 자신하고 있다.온천을 열면 할아버지부터 손주, 손녀까지 3대의 가족이 함께와 취향에 맞게 즐기다 갈 수 있으니 도시마엔이 주민들의 단골휴식처로 각광받을 것은 틀림없다는 설명이다. 도시마엔은 2004년 대형 영화관도 설치하는 전략으로 고객감소 역풍을 정면으로 맞받아칠 계획이다.도쿄 한복판에 들어선 고라쿠엔은 지역밀착형 영업과 함께 젊은 여성고객을 겨냥한 변신전략의 두 가지를 병행, 특히 시선을 끌고 있다. 고라쿠엔은 초현대식 피부미용시설을 다양하게 갖춘 24시간 영업의 천연온천을 완공, 5월1일부터 영업에 들어갔다.170억엔이 투입된 이 온천의 특징은 가족단위의 지역주민들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것과 함께 25~35세의 독신여성들을 메인 타깃으로 설정해 놓고 있다는 점.회사측은 “25~35세의 독신여성들은 육아부담이 없는데다 상당수가 자신만의 경제력을 갖추고 있어 가장 잠재력이 큰 소비집단”이라며 이들을 위한 시설에 만전을 기했음을 강조하고 있다.이 회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주변에 야구장 및 복싱, 레슬링이 열리는 실내체육관밖에 없어 젊은 여성들의 관심 밖에 나 있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한 뒤 “천연온천 개장을 계기로 풍경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온천이 들어선 곳에는 대형 쇼핑몰과 식당을 함께 배치해 고객흡인 효과를 한층 높이고 있다.세계 제일의 온리원 전략으로 고객감소를 막고 있는 테마파크의 선두주자로는 후지산 산록에 자리잡은 후지큐하이랜드가 으뜸으로 꼽히고 있다. 1937년 세계에서 가장 긴 제트코스터를 설치해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한 후지큐하이랜드는 7년 전 가장 높은 위치에 들어선 코스터로 입장객들을 유혹하는 데 성공했다.탈 것의 스피드에서도 세계 최고의 기록을 갖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 2월 투명재질로 만든 고공관람차를 세계 최초로 투입, 또 한 번 기록행진을 이어갔다. 후지큐하이랜드의 2002년 입장객수는 약 180만명.소폭이긴 하지만 2001년보다 2.9%가 늘어나 다른 테마파크를 휩쓴 불치병에 끄떡 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회사의 스즈키 가오루 사장실 차장은 “세계 제일 전략이야말로 이색적인 것을 찾는 입장객들의 잠재적 욕구와 딱 맞는 카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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