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가 빠지기 쉬운 함정 '유행'

김순자씨(가명ㆍ62)는 10년 전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었다. 지금은 대학을 졸업한 딸과 함께 살고 있다. 남편의 사망보상금으로 3억원을 받았고 남편 생전에 함께 노력해 일군 금융자산 6억원이 있었다. 그리고 현재 시가 4억원 가량의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다른 소득은 없다.남편의 사망 당시 남겨진 재산으로 노후생활과 딸의 결혼을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어떻게 하면 자산을 잘 운용할까 고민이 많았다. 게다가 은행금리가 낮아지면서 생활비도 빠듯해졌다.김씨는 고민 끝에 좀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나섰다. 먼저 여러 금융기관을 찾아 상담하기도 하고, 경제지도 열심히 읽고, 투자에 성공한 친구들로부터 부지런히 귀동냥도 했다.김씨는 2000년 3월 만기가 된 은행 정기예금 9억원으로 금융기관 직원과 친구의 조언을 받아 새로운 투자 포트폴리오를 짰다. 우선 매월 생활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은행 후순위채를 매입했다.그리고 투자목적으로 용인 신도시의 아파트분양권을 프리미엄을 얹어 샀다. 또한 정기예금보다 나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주식형 수익증권을 사고, 한편으로는 분산투자 차원에서 해외뮤추얼펀드에도 일부 가입했다.라이프사이클 고려한 나만의 투자법 찾아야그런데 오는 9월 딸의 결혼을 앞둔 김씨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정기예금 이상의 초과수익을 기대했던 국내 주식형 수익증권은 현재 원금에서 10% 이상 손실이 나 있는 상태다.2002년 초에 10% 이상 수익을 실현할 수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에 환매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일본주식에 투자하는 해외뮤추얼펀드도 원금 대비 30% 이상 손실을 보고 있다. 특히 단기시세차익을 노리고 투자했던 신도시 아파트분양권은 구입 가격 아래로 팔려고 해도 매수자를 찾기가 힘든 상황이다.김씨의 투자 포트폴리오 선택 및 관리에는 몇 가지 면에서 문제점이 있다.김씨는 채권, 주식, 해외투자, 부동산 등에 골고루 분산투자를 했다. 일견 매우 합리적인 투자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본인의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선택이다.개인의 투자는 라이프사이클의 상황에 따라 투자목적이 달라져야 한다. 김씨의 경우는 소득이 없는 60세 이상으로 은퇴기에 해당되며 소비지출을 위한 유동성 확보와 상속을 고려해야 할 상황이다.이때는 인플레이션을 초과하는 수준의 저위험 저수익의 투자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특히 예상되는 큰 지출(자녀결혼 등)이나 예기치 못한 우발적 지출(질병 등)에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김씨의 경우는 주식형 상품 투자나 신규 부동산투자는 적절한 선택이라고 보기 어렵다.또한 투자에는 반드시 목표수익률을 설정해야 한다. 특히 주식의 경우는 변동성이 매우 크므로 반드시 적정 목표수익률을 정한 후 이를 달성할 경우 미련 없이 처분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부동산의 경우는 환금성이 다른 투자상품에 비해 떨어진다. 그러므로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대상물건의 수급관계, 입지여건, 환금성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최적의 투자선택이란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자신의 재무상황이나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한 자신만의 투자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나 유행에 따라 또는 친구나 점원의 권유로 고가의 옷을 구입해 제대로 입어보지도 못하고 버린 경험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유행을 따른 투자가 주는 손실과 고통은 훨씬 크고 아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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