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민영화 5개월‘탄탄대로’ 달린다

‘파란자위의 계란’최근 KT&G(옛 담배인삼공사)가 ‘상상예찬’을 카피로 내세워 광고하는 상상의 그림이다. 회사명은 얼핏 봐선 KT의 자회사 같기도 하다.하지만 한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뜻의 ‘Korea Tomorrow & Global’의 이니셜이다. 이 두 가지로만 봐도 KT&G의 나이는 보수적인 중장년층보다 20~30대 초반의 세련되고 젊은 세대에 가깝다.공기업 KT&G가 민영기업으로의 탈바꿈을 선포한 것은 지난해 12월27일. 의외로 주가는 전날 1만8,500원에서 1만6,600원으로 뚝 떨어졌다. ‘민영기업으로 첫발을 내딛은 KT&G가 정부의 도움 없이도 잘 성장해나갈 수 있을까’하는 우려 때문이었다.하지만 주가는 올들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지난 4월 민영화이전의 주가(5월2일 현재 1만8,550원)를 회복했다. KT&G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봤던 것이다. 지난 98년부터 민영화를 차분하게 준비해와 이제는 정착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주식시장이 평가했기 때문이다.KT&G의 성공적인 민영화 주춧돌은 97년 ‘공기업의 경영구조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세워졌다. 이를 위해 먼저 강력한 경영혁신과 구조조정을 펼쳤다. 97년 이후 정년단축(59~61세→58세), 명예퇴직 등으로 2000년 말까지 인력을 7,680명에서 4,500명으로 41% 줄였다.조직도 축소했다. 산업구조조정, 노후시설 정리 및 중복기능 통폐합으로 471개부서에 달하는 조직을 지난해까지 352개 부서로 25.3% 감축했다. 99년에는 홍삼산업을 분리했고, 노후시설도 정리해 제조공장을 8개에서 5개로, 원료공장을 6개에서 2개로 줄였다. 이에따라 98년에 비해 노동생산성이 69%나 증가했다고 KT&G측은 밝히고 있다.시스템 혁신작업도 함께 진행했다. 민영화에 대비해 경영이념 기업비전 사명 등 CI를 바꿨고, 핵심 제조기술 및 부문별 전문인력 양성프로그램도 실시했다.경쟁심화에 대응한 브랜드 중심의 본사조직 개편, 시장관리 위주의 영업시스템을 개편해 민영화로 가기위한 발판을 마련했다.이중 브랜드 중심의 조직개편은 민영기업으로 한발짝 다가서기 위한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피면 영업본부를 마케팅본부로 전환하고 현장중심의 마케팅을 위해 마케팅 관련부서를 대전에서 서울로 전진 배치했다. 1인 1 브랜드 매니저 체제로 브랜드관리업무체제로 바꿨다. 소비자의 욕구에 맞추기 위해 기존제품의 리뉴얼 및 신제품을 개발했다.해외부문과 관련해선 해외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중국에 사무소를 설치했다. 또 미국과 몽골에 법인을 설립했다. 이로 인해 담배수출은 99년 26억개비에서 2002년 214억개비로 8배나 늘었다.올해 5대 핵심과제 목표 설정이러한 구조조정과 마케팅의 결실로 KT&G는 지난해 외국담배기업의 시장점유율증가 및 금연캠페인 등으로 전년대비 약13%감소한 725억개비를 기록했으나 총매출4조8,470억원, 영업이익 5,271억원, 당기순이익 3,474억원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주배당도 3년 연속 액면가의 28%인 1,400원을 지급했다.요즘 재벌기업들에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 지배구조는 선진국형 모델기업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사장은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가 공모하고 심의해 추천한다. 이사회는 상임이사와 비상임이사로 구성된 4개의 상설위원회(운영, 경영평가보상, 감사,공익)와 3개의 비상설위원회(사외이사후보추천, 상임이사자격심의, 사장후보추천)로 구성돼 있다.일부 재벌기업처럼 사장이나 상임이사가 단독으로 회사를 경영하지 못한다. 핵심사안은 각위원회에서 사전심의후 전체이사회에 상정해야 한다.특이한 점은 두 번이나 대표이사가 내부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난 2001년 사장추천위원회 위원이었던 오연천 사외이사(서울대 행정대학원장)와 박종규 사외이사(KSS해운 고문)은 “담배기업이라는 특수성과 위기산업이라는 인식에서 위원들이 담배사업을 잘 아는 내부임원으로 선정하게 됐다”고 밝혔다.KT&G는 올해를 ‘민영기업 출범 원년의 해’로 정하고 더 확고한 자리매김하고자 5대 핵심과제를 설정했다. ▷브랜드 경쟁력확보를 통한 국내시장 지배력 강화 ▷해외시장확대와 수익성확보에 주력 ▷새로운 수익창출을 위한 사업다각화 기반 구축 ▷경영합리화의 지속적 추진으로 고비용, 저효율 구조개선 ▷가치지양 기업문화구축 등이 5대 핵심과제다.올해 마케팅측면에서도 중저가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고급화된 이미지로 경쟁하고 있다. 올해 1/4분기 순매출액은 4,824억원, 당기순이익은 1,353억원으로 불황에도 불구하고 순항을 하고 있다.KT&G 관계자는 “노조는 노사교섭을 경영진에 백지위임하는 등 불황을 타개해나가는 데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귀띔했다.지난 4월 외국계 증권사의 크레디리요네와 노무라가 순익전망을 상향으로 조정했고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의 정기지수조정에서 KT&G는 편입비중을 확대됐다. 민영화이후 KT&G가 5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일단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게 증권 애널리스트들의 중론이다.돋보기 / 브랜드국 호프집 토크“우린 이미 2년전에 마인드가 바뀌었어요”“바뀐 거 없어요, 우린 벌써 2년 전부터 마인드가 민영화돼 있었어요. 아! 바뀌었다면 올해부터 주5일 근무제가 된 게 있네요.”유행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처하는 브랜드국 직원들의 말이다. 이곳은 30대 초중반의 젊은 직원들이 일하는 ‘가장 젊은 부서’다.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요청하자 ‘끼’ 있는 브랜드매니저들답게 자신이 관리하는 담배를 서로 앞다퉈 테이블에 꺼내놓았다. 브랜드국은 각종 담배브랜드를 개발기획하고 관리하는 부서다. 이 부서의 직원들과 회사 근처 호프집에서 민영화 이후의 KT&G에 대해 진솔하게 들어봤다.“1인 1브랜드를 관리하지만 서로에게 조언도 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합니다.”(이종우 과장)“민영화되고 사명이 바뀌어 저가 담배라는 인식이 없어져 좋죠. 이제는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다는 거죠. 외산담배와 맘 놓고 경쟁해보려 합니다.”(박병호 과장)“과거 공기업 시절 경쟁체제에서도 70% 이상 점유하면서 이겼습니다. 민영화된 지금 기술력과 전통을 바탕으로 확실히 외산담배를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이창우 과장)“자주 소비자조사를 통해 소비자의 니즈를 연구합니다. 과거 공기업 시절의 제조업이 아닌 소비자 위주의 기업으로 바뀔 것입니다.”(김동필 과장)“민영화 이후 바람이 있다면 주식이 계속 올랐으면 하는 것입니다. 웬만한 직원들은 우리사주를 갖고 있으니까요.”(이상익 과장)“장기적인 투자로, 회사구성원으로 주식을 갖고 있겠다”는 이상익 과장의 말에 옆에 있던 차형철 대리는 “너무 많이 오르면 팔아야지”라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홍일점인 박현숙 대리는 “이제는 민영화가 됐으니 여직원들이 많이 들어와서 부드러운 회사가 됐으면 한다”며 호프집 토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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