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부실과 SK글로벌이 걸림돌로... 불안요소 해소되려면 시간 필요할 듯
국민은행은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1등 은행이다. 2002년 말 기준으로 총자산 213조8,000억원, 직원수 1만8,000명, 지점수 1,196개로 규모 면에서 2위인 우리은행을 비롯해 모든 은행을 단연 압도한다.이 대형은행은 2001년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해 태어났고, 국내 은행 대형화의 물꼬를 텄다. 지난해는 통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험기간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지난해 11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은 합병 1주년을 맞아 비교적 단기간에 인사시스템, 기업이미지(CI)를 성공적으로 통합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대내외적으로 무리 없이 한 고비 넘었다고 인정받은 것이다.국민은행은 외형뿐만 아니라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면에서도 탁월한 실적을 기록하는 은행이다. 지난해 카드 부문 부실과 대손충당금 적립 등으로 수익성 지표가 악화되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시장점유율로 금리결정력을 갖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 따라 예대마진이 축소되는 추세임에도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통합 1단계를 통과하고 난 시점에서 김정태 행장은 2005년에 시가총액 250억달러를 달성, 세계 30위권 은행에 진입하는 경영목표를 제시했다. 또한 ROA 1.5%, ROE 25%를 달성해 세계적 수준의 수익성 있는 금융기관으로 탈바꿈한다는 비전을 세웠다.이를 위해 김행장은 ‘멀티 스페셜리스트’(Multi-Specialist) 전략을 내세웠다. 이는 국민은행이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확실한 1위를 굳힌다는 것.국민은행과 같은 덩치가 큰 선도은행이 대형화ㆍ겸업화에 집중하다 보면 경영이 방만해지기 쉬운 맹점이 있다. 이를 국민은행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소비자금융과 중소기업금융에 집중해 미리 막겠다는 게 멀티 스페셜리스트 전략이다.그러나 통합을 큰 문제없이 마무리하기는 했으나 인수합병의 궁극적 목표인 수익성 증가 측면에서는 아직 이렇다할 성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합병의 시너지를 확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또한 2002년의 실적과 올 1분기 실적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전년도보다 11.8%가 감소한 1조3,103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3분기까지는 흑자를 기록했지만 4분기에 2,026억원의 적자를 내 이익 규모가 크게 줄었다.지난해 실적이 예상에 못미친 주된 원인은 신용카드 관련 충당금을 7,700억원 이상 적립하면서 대손상각비가 1조5,935억원으로 늘어났고, 국민카드의 적자로 인한 지분법평가손실이 2,736억원이나 발생했기 때문이다.국민은행측은 4분기에 과감하게 부실을 정리했고, 이로써 합병 이후의 부담을 떨쳐버리고 본격적인 성장을 하기 위한 채비를 했다는 입장이다.하지만 최근 발표된 올해 1분기 실적도 우려할 만한 것이었다. 우선 순이익이 급감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6,722억원보다 89%나 감소한 739억원에 그쳤다. 국민카드의 지분평가손 2,661억원이 가장 큰 원인이었고, SK글로벌 등 부실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6,600억원 적립한 것도 큰 부담이었다.실적뿐만 아니라 국민은행의 얼굴인 김정태 행장에 불리한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김행장의 스톡옵션 등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길어지고, SK글로벌 부실 여신 문제와 카드채 문제 등이 겹쳐 발생하면서 기존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됐다.국민카드 노조도 국민은행이 국민카드를 흡수합병하려는 데 대해 반대하면서 김행장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으며, 한시적으로 파업을 진행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신용카드 연체율이 지난해 계속 높아진 데 이어 이런 연체율 상승행진이 언제 그칠지 섣불리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 더구나 SK글로벌에 대해서도 지급보증 등에 대해 추가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부담이 남아 있는 상태다.돋보기 / 로또 열풍으로 얼마나 덕봤나“효자가 따로 있네”… 올 1분기 271억 수입지난해 월드컵이 온 국민을 열에 들뜨게 했다면, 올해의 키워드는 단연 로또다. 그럼 국민은행은 얼마나 이득을 봤을까.로또복권은 발행 4개월 만에 판매액 1조원을 넘었다. 올해 1분기 집계를 보면 9,559억원어치가 팔려나간 것으로 계산됐다. 로또복권 운영대행사인 국민은행은 운영수수료로 판매액의 2%를 받게 돼 있고, 이에 더해 국민은행 지점을 통해 팔린 복권에 대해서는 5.5% 판매수수료도 생긴다.이를 모두 합쳐 1분기에만 271억원이 국민은행의 수입으로 들어왔다. 복권사업이 전체은행 수익에서 톡톡히 효자 노릇을 한 것이다. 국민은행은 2007년까지 로또복권 운영서비스와 판매를 독점한다.로또로 인한 부수입도 있다. 국민은행은 로또 1등 당첨자가 당첨금을 수령하러 본점에 들르면, 약 1시간 동안 고액의 자산운용 방법을 설명하면서 PB서비스를 받을 것을 권유, 당첨자를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을 다한다.PB고객 한 명을 확보하려면 적잖은 마케팅 비용이 든다. 그런데 예컨대 당첨금 400억원을 넘는 1등 가입자 한 명만 PB고객으로 붙잡으면, 큰 비용 없이 1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고객 40명을 확보하는 것과 다름없다.또 다른 부수입. 로또발행기관은 건설교통부, 행정자치부, 문화관광부 등 모두 9개 부처와 제주도 등이다. 이 발행기관들이 수익금을 나눠 받게 된다. 그런데 이중에서 보건복지부, 국가보훈처, 문화관광부 등 3개 후발 발행기관은 7개 선행기관 중 행자부가 내부 후속조치를 아직 마련하지 않아 배분 관련 협정을 맺지 못했다.갈 곳이 결정되지 못한 돈, 3개 부처에 배분될 수익금 400여억원은 그래서 국민은행에 얌전히 갇혀 있다. 어부지리로 이에 대한 이자수입이 국민은행 계좌에 쌓이는 것이다.하지만 로또가 국민은행에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금액으로 계산해내기 어려운 손해도 입었다. 로또 열풍이 단순한 인기를 넘어서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대되자 복권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졌다.국민은행 역시 “국내 최대 은행이라는 곳이 복권이나 팔면서 국민의 사행심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의 화살을 피해갈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