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마 . 타임 등 명품화 전략 따라 가격차별화 시도
다른 회사들은 할인을 하는데 유독 노(NO)세일을 고집하는 브랜드들이 있다. 요즘같이 여기저기서 할인행사가 펼쳐지지만 독불장군처럼 원래 가격 그대로를 받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노세일이 언제까지 가겠느냐”며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해당 업체들은 “상황은 어렵지만 노세일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우리 길을 간다’며 가격에 관한 한 마이웨이를 선언하고, 이를 고수하는 업체들의 ‘노세일’ 전략을 들여다본다.스포츠 브랜드 푸마(PUMA)2000년 이후 할인판매 안해…고속성장 밑거름푸마의 돌진은 무섭다. 2000년 100억원이던 매출액이 2001년 340억원, 2002년 970억원으로 가히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영업이익 역시 2000년의 5억원이 지난해에는 200억원으로 40배나 늘었다.이런 고속성장의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특히 관계자들은 노세일을 고수한 가격정책 역시 큰 몫을 했다고 설명한다. 조원섭 마케팅 실장은 “2000년 이후 노세일을 실시하며 ‘뭔가 다른 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이미지를 한단계 높여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사실 푸마는 94년 국내 진출 이후 한때는 1년에 2차례씩 할인행사를 열었다. 시즌이 끝나갈 무렵 30% 안팎의 세일을 실시했던 것. 하지만 제품의 컨셉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인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큰 폭의 할인은 오히려 화를 불렀다. 심지어 ‘국적 불문의 싸구려 브랜드가 아니냐’는 혹평까지 받아야 했다. 재고가 쌓여갔고, 실적이 제대로 오를 리 없었다.그러나 2000년 이후 디자인과 제품 컨셉을 새롭게 정립하고 스타일리시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스포츠의류와 용품 등 주력제품에 대한 마케팅도 기능성과 패션성을 겸비한 쪽에 초점을 맞췄다. ‘멋있는 운동복’을 내세우며 단지 운동할 때만 입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착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가격에 대해서도 일대 변화를 꾀했다. 남발하던 할인판매를 금지하고 노세일로 방향을 잡았다. 고급스러운 생활 속의 스포츠브랜드로 자리잡기 위한 조치였다. 일부 대리점주들은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재고를 요청했지만 회사측은 고급 스포츠의류를 지향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볼 때 유리하다는 점을 적극 설파했다.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노세일 실시 이후 우려했던 매출감소는 나타나지 않았고 오히려 푸마만을 찾는 골수팬이 늘어났다. 조실장은 “푸마의 주 소비층은 20대 초중반의 여성인데, 이들의 경우 소비성향이 강해 세일을 하지 않는다고 사고 싶은 것을 포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물론 노세일을 도입한 이후 라이벌 브랜드들이 세일을 할 때는 5~10% 정도 매출이 하락한다. 아무래도 약간의 영향은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시간이 조금 지나면 바로 회복된다는 것이 마케팅 관계자들의 설명이다.대신 소비자들에게 ‘푸마는 뭔가 달라도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효과를 거둔다는 것. 조실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푸마의 기본 방침”이라며 “노세일로 인해 재고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별도의 상설매장을 통해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여성의류 타임(TIME)다른 브랜드 세일 때 오히려 매출 늘어…고객의 70%가 단골국내 여성의류업계에서 타임(TIME)의 존재는 단연 돋보인다. (주)한섬이 지난 93년 런칭한 타임은 그동안 고품격 여성의류의 대명사로 자리잡으며 외국 명품의류들과 당당히 경쟁해 왔다. 지난해 단일 여성 브랜드로는 극히 이례적으로 93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타임은 20~30대 전문직 고소득층의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다. 섬세한 실루엣과 고급 소재를 바탕으로 럭셔리한 느낌을 표현한다. 가격대는 슈트 70만원, 재킷 28만원, 스커트 15만원으로 상당히 비싸다. 외국 명품보다 다소 싸지만 국내 브랜드 가운데는 최고 수준이다. 자연 모든 마케팅 전략이 일반 제품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대표적인 것이 가격정책이다. 93년 런칭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가격인하를 하지 않았다. IMF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초 매출감소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그때도 노세일 전략을 포기하지 않았다.이 회사 서갑수 마케팅팀 과장은 “당시 주변에서는 할인을 하면 매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원래의 방침을 고수했다”며 “상황이 나쁘다고 이랬다저랬다 하면 소비자들이 혼란을 느끼고 결국 우리(타임 브랜드)를 떠났을 것”이라고 말했다.타임의 가장 큰 자산은 로열티(충성도) 높은 고객들이다. 회사측은 고객의 약 70%가 고정고객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다른 브랜드가 아무리 세일을 해도 타임을 사 입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그만큼 제품을 신뢰하고 회사를 믿는다는 얘기다. 결국 이들이 뒤를 받치기에 ‘마이웨이’ 전략이 가능한 셈이다.회사에서 적극 추진 중인 타임의 명품화 전력도 노세일에 한몫 한다. 매장수를 확대해 매출을 늘리기보다 효율성을 추구하고 고급 소재와 원부자재 사용으로 상품의 완성도를 추구한다. 고급스럽고 품위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가격 역시 노터치의 대상인 셈이다.특이한 것은 다른 브랜드들이 세일할 때 매출이 오히려 늘어난다는 점이다. 보통 노세일업체들이 다른 업체의 세일 때 바짝 긴장하는 것과는 큰 대조를 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일부 업체들은 다른 브랜드들의 할인을 의식해 노세일 전략을 버리고 세일에 동참하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는 것이 최근의 현실이다.이유는 간단하다. 타임은 전체 42개 매장 가운데 38개가 백화점에 입점해 있다. 그러다 보니 세일 때 오히려 백화점을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고, 자연스럽게 타임의 매출신장(약 5~10%)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서과장은 “대부분의 여성 소비자들이 타임은 세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세일기간 중 다른 브랜드들이 파격적인 할인을 해도 타임을 입는 사람들은 이에 개의치 않고 사 간다”고 강조했다.타임의 노세일 전략이 성공을 거둔 데는 많은 요인이 있다. 회사의 재정이 탄탄하고, 백화점 내에 목 좋은 곳에 입점한 덕도 봤다. 파격적인 마케팅 지원도 든든한 힘이 됐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양으로 승부하기보다 질로 승부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매출을 늘리기 위해 애쓰기보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고정고객을 잡기 위해 힘썼다는 점이다. 흔히 말하는 ‘볼륨 브랜드’ 대신 ‘타깃 브랜드’ 전략을 구사했던 것이다.노세일 브랜드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재고문제다.할인행사를 따로 하지 않기 때문에 시즌이 끝나면 항상 재고가 남는다. 하지만 타임측은 크게 고민하지 않는 눈치다. 상대적으로 다른 브랜드에 비해 재고물량이 적은데다 별도의 상설매장을 통해 처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