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소비자층 파악하고, 동일한 제품이라도 다양한 가격대 제시해야
현재 한국이 직면한 것과 같은 경기 불확실성 문제에 부닥쳤을 때 많은 기업은 위기극복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비용절감에 눈을 돌린다. 비용절감이 수익에 즉각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CEO들은 적절한 가격책정이 이익실현의 기회를 열어준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된다.효과적인 가격책정 수단은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으며 이익에 대한 단기 파급효과도 높다. 가격책정의 기회를 어디서 찾고, 그 기회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한다면 이익달성의 기회는 항상 열려 있다.가격책정이 수익에 미치는 영향력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800개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정밀분석을 실시했다. 평균적으로 1%의 고정비 및 간접비 감소는 2.8%의 이익증가로 이어지고 변동비용이 1% 떨어질 때마다 이익은 7.6%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반면 효과적인 가격조정의 경우 가격이 1% 상승할 때마다 이익은 무려 11.4% 증가했다. 은행, 투신사, 보험사 등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사한 조사에서도 적절한 가격책정을 실행에 옮긴다면 비용절감 정책에 비해 2배에서 최고 5배에 이르는 이익증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다시 말해 가격책정으로 달성할 수 있는 이익증대 기회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결과를 일관되게 얻을 수 있다. 가격책정으로 실현할 수 있는 이익증대의 범위는 산업재 기업, 소비재 기업, 금융기관을 막론하고 2%에서 10% 혹은 10%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가격을 조정한다고 해서 고객 유지에 실패하거나 고객만족도의 악화가 초래되지도 않는다.각 기업이 겨냥할 수 있는 가격책정과 관련, 다음 세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첫째, 가격과 구매량의 조합을 최적화하고 둘째, 고객 가치에 맞도록 가격을 책정하며 셋째, 가격누수(Price Leakage) 현상을 최소화하는 것 등이다.가격과 구매량의 조합을 최적화해야구매량에 따라 어느 선에서 가격을 결정하는가는 한 기업이 실현할 수 있는 이익규모를 좌우한다. 가격변동에 따라 구매량이 어떤 변화를 띠는가의 탄력성 문제를 이해한다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격을 설정할 수 있다. 가격과 구매량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다음 기업의 사례를 보고 이 기업의 가격-이익 포물선을 살펴보자.시장 내에서 선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한 소비재 제조업체를 보자. 이 기업은 강력한 경쟁업체와 직면하게 되는데, 경쟁업체는 대형할인마트 등 저가정책을 펴는 소매업체를 주요고객으로 공략했다. 이 소비재 제조업체는 마진 수준, 가격탄력성이 높은 상품을 판매했으며 판매량과 이익증대를 위한 각종 프로모션 활동을 벌였다.그러나 결정적으로 상품판매 채널별로 상이한 가격-수요 탄력성을 파악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 기업은 가격-이익 포물선에 나타나듯이 저가형 소매업체에 대한 이상적인 가격수준보다 높은 가격을 설정해 놓고 있었다. (표1 참조)저가형 소매업체들에는 할인가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며 경기악화 시점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다. 이 소비재 제조업체는 이러한 역학관계를 파악한 후 판매채널과 고객별로 가격책정 전략을 세분화했다.이 회사는 가격을 인하하고 할인마트를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상품을 홍보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소비재 제조업체와 소매업체, 고객 모두 판매량, 시장점유율 및 이익을 상당폭 개선할 수 있었다.고객의 가치에 맞는 가격책정오늘날 많은 기업들은 ‘가격책정 구름’(Pricing Cloud) 현상에 빠져 있다. (표2 참조)가격책정 구름 현상을 나타내는 기업은 가격과 고객의 가치가 일치하지 않는 양상을 보인다. 표2에 제시돼 있는 한 산업재 기업의 경우처럼 상당수 기업은 저가치 고객과 고가치 고객에게 제시하는 가격이 비슷하다. 심지어 저가치 고객을 대상으로 고가치 고객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저가치 고객에게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전략이 합리적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저가치 고객에게 낮은 가격을 제공하는 현상은 대부분 해당 기업이 가격책정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은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가격책정 수준과 고객가치의 일치는 명확한 고객세분화와 브랜드전략에서 출발해야 한다. 특히 고객세분화가 정확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최고의 가치를 창출하는 고객층이 누구인지, 고객이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 금속제품 제조업체를 살펴보자. 이 기업의 제품은 최종사용자가 제품을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가에 따라 동일한 제품이라도 다양한 가격대에 팔리고 있다.예를 들어 고급 정밀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경우 미세한 오차도 발견되지 않는 금속제품을 필요로 한다. 이 금속제품업체는 고객별로 가격층을 설정한 다음 각 고객군별로 특수하게 재단하고 세분화한 상품을 판매했다. 세분화된 상품판매와 고객층이 필요로 하는 보증 서비스를 묶어 판 것이다.가격누수 현상이 있지 않은가가격책정의 논리가 명확하게 정립돼 있고, 고객가치, 대고객서비스 제공 비용, 그리고 가격과 구매량의 적정한 조합이 가격책정 논리에 반영되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상당수 가격누수 현상으로 가격의 합리성을 파괴하고 있다. 즉 고객이 당초 협상된 가격 혹은 정가를 지불하지 않거나 기업의 각종 내부 시스템상에 오점이 있어 가격이 저평가되고 결국 가격누수가 발생한다.가격누수 현상이 발생하는 기업을 보면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예외 없이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기업은 고객에게 당초 협상된 가격이 제시되고 있는지, 고객의 실제 구매가격이 당초 협상가격과 일치하는지를 점검하는 일관된 검증체계가 없다.한 정보통신부품 제조업체의 예를 보자. 이 기업은 다수의 고객사를 대상으로 구매량에 따라 가격을 인하해주기로 협의했다. 추후 각 고객이 당초 구매하기로 약정했던 구매량과 실제 구매량이 일치하는지를 정밀 분석한 결과 실제 구매량과 당초 협의된 구매량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사는 당초 제시된 할인가에 상품을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오류를 발견한 후 이 기업은 실제 구매량을 근거로 리베이트를 계산하고 지불하는 신규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가격실현을 대폭 개선할 수 있었다.가격책정이라는 효과적인 수단을 적극 활용하는 기업이 많지 않은 원인은 무엇인가. 가격책정 과정이 복잡다단하고, 실제 개선 정도를 가시적으로 측정하기 어렵고, 자칫 가격을 잘못 조정하면 고객관계 리스크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세일즈 부서 임원들에게 가격책정의 기회를 활용하고 있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잘 활용하고 있다’고 넘겨버리기 일쑤다.현재와 같은 비즈니스 불확실성 시기에는 이익증대를 위한 모든 잠재기회를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이익증대 방안이 비용절감과 동일시되고 있으며 가격책정의 기회를 무시해버리는 기업이 매우 많다.국내 기업들은 가격책정 전략을 세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이익에 즉각적인 플러스 효과를 가져 올 기회가 많다는 점을 파악하고 시장 내의 장기적인 경쟁입지를 제고할 수 있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