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언제 잡힐까

지난 3년간 계속돼 온 집값 폭등의 진원지는 서울 강남이다. 지방이나 서울 강북도 오르기는 했지만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낮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보더라도 강남지역을 의식해 발표한 것이 대부분이다. 강남 집값을 잡아야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강남 가운데서도 핵심은 로열 학군으로 급부상한 대치동과 도곡동이다. 특히 이들 지역은 최근 몇 년 사이 교육환경이 가장 좋은 곳으로 알려지면서 강남 집값 상승의 진원지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특히 대치동은 2000년 이후 유명 학원들이 자리잡으면서 자녀를 좋은 대학에 진학시키려는 부모들의 마음을 흔들며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했다. 최근 강남 집값을 얘기하면서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단골로 거론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은마아파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강남 집값의 흐름과 궤를 같이 했다는 점이다. 강남개발 초창기에 지어진데다 주기적으로 이어진 각종 규제의 직격탄을 맞아왔고, 최근에는 80년대 중반에 이어 ‘제2의 강남 붐’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최근 열기를 더해가는 재건축 붐을 일으키는데도 은마아파트가 일조를 했다. 부동산전문가들은 향후 강남 집값이 어디로 튈지는 은마아파트 등 대치동과 도곡동 일대 아파트가격이 크게 좌우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은마아파트가 완공된 것은 1979년으로 같은해 12월 입주가 시작됐다. 분양은 100% 이뤄졌고, 이 아파트를 건설한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은 일약 재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31평형과 34평형으로 지어졌고, 28개동에 4,424가구가 입주했다.당시로서는 전국적으로 드문 대단지였고, 시중에서는 은마타운으로 불렸다. 다만 비슷한 시기에 입주를 시작한 압구정동의 현대아파트가 사회 유력인사들이 대거 분양받아 고급아파트의 이미지를 준 반면, 은마는 상대적으로 서민적인 느낌이 강했다. 분양가는 31평 기준으로 2,000만원이었다.다른 강남의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대단지 정도로만 인식되던 은마아파트가 다시 관심을 끈 것은 80년대 중반이다. 강남이 개발 붐을 타고 투기세력들이 밀려들면서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여기에다 서울올림픽 개최가 결정되면서 은마아파트 역시 고공비행을 했다. 분양 당시 2,000만원대였던 것이 88년 8,000만원대를 기록하며 네 배 가량 치솟았고, 거래 역시 활기를 띠었다.이후 정부가 투기과열을 염려해 각종 규제를 가하면서 가격은 주춤했다. 2년이 지난 90년 1월까지 9,000만원에서 1억원 사이를 오락가락했고, 그사이 목동신도시가 들어서며 수요의 일부가 분산됐다.하지만 은마아파트는 90년 4월에 접어들며 또 한 번의 폭등기회를 맞는다. 경기가 크게 활성화되고, 각종 규제로 움츠렸던 투자자들이 활동을 개시하면서 90년 4월 1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다. 불과 6개월 사이에 50% 가량 폭등한 셈이다.이후에도 상승세는 이어져 91년 1월에 1억9,500만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지나친 급등의 여파로 92년 들어서며 하향안정세를 보였고, 이런 기조는 IMF 구제금융 직전인 96년 하반기까지 계속됐다.은마아파트 역시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97년 12월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고, 98년 5월까지 불과 6개월여 사이에 7,000만원 이상 빠졌다. 90년 수준인 1억3,000만원대로 추락했던 것이다.하지만 은마아파트의 저력은 위기에서 빛을 발했다. 특히 2000년을 전후해 대치동을 중심으로 유명학원들이 들어오면서 아파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서울 강북과 경기도 지역에서 자녀교육을 위해 대치동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고, 은마아파트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신고가를 경신했다.은마아파트 상가 내 삼성부동산 진준영 공인중개사는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열풍이 대치동 주변지역 아파트 수요를 불러일으켰다”며 “은마아파트발 폭풍은 이후 도곡동, 개포동 등 다른 강남지역으로 급속히 퍼져나갔다”고 말했다.99년부터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한 가격은 2000년 2억원대로 올라섰고, 2001년 7월에는 마침내 3억원을 돌파했다. 여기에다 재건축에 대한 얘기가 흘러나오며 가격은 더욱 폭등해 2002년 초에는 4억원도 훌쩍 뛰어넘었다. 2000년 이후 교육열풍과 재건축 바람을 타고 불과 1년 반 사이에 두 배가 뛴 셈이다. 요즘은 5억5,000만원선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올해 들어서만도 8,000만원 가량 상승했다.은마아파트는 지난해 재건축 추진 이후 2번에 걸쳐 퇴짜를 맞았다. 신청서가 반려된 셈이다. 하지만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는 모습이다. 단지 내 드림부동산 김미혜 대표는 “집 소유주 가운데 부유층들이 많아 매물이 나오고 있지 않다”며 “이들은 일단 기다려 보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아울러 김대표는 “매물은 자취를 감춘 데 비해 수요자는 꾸준히 나타나고 있어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은마아파트의 향후 가격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삼성부동산 진준영 공인중개사는 “워낙 돈 많은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어 쉽게 팔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지금의 시세가 꺾일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반면 성종수 스피드뱅크 경제연구소장은 “정부가 강력한 대책을 내놓은 만큼 단기적으로는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잠재적인 상승요인이 있는 만큼 확실하게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추가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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