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의 집념… ‘1위 탈환 노린다’

1분기 영업이익 우위·시가총액 역전… LG측 ‘일시적 현상’ 느긋

CJ홈쇼핑은 빼앗긴 챔피언벨트를 되찾을 수 있을까. 지난 98년 ‘가짜 보석사건’등의 직격탄을 맞고 LG홈쇼핑에 내준 국내 1위 자리. 당시만 해도 재기가 힘들어 보였다. LG는 한 번 잡은 기회를 놓칠세라 과감한 투자로 시장지배력을 높여 나갔고, CJ홈쇼핑(당시 39쇼핑)은 브랜드력과 자금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의 한계를 더욱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지난 99년에는 시장점유율이 20% 가량 벌어진 채 ‘왕년의 명성’을 잃어버린 CJ홈쇼핑은 최악의 상황에서 휘청거렸다. 반면 LG홈쇼핑의 상승세는 브레이크가 없었다. 연 평균 200% 이상 고속 성장하며 2001년 홈쇼핑업계 최초로 매출액 1조원 시대를 열었다.이처럼 지난 5년간 LG홈쇼핑이 ‘축배의 잔’을 들었다면 CJ홈쇼핑은 ‘수모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반전의 기회는 영원히 사라진 게 아니었다. 올 1분기 실적에서 CJ홈쇼핑(114억원)이 LG홈쇼핑(61억원)보다 두 배 많은 영업이익을 올리더니 어느새 시가총액마저 역전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물론 업계에서는 ‘일시적’ 또는 ‘지속될 것’라는 엇갈린 시각이 공존하고 있는 게 사실이나 CJ홈쇼핑 관계자들은 ‘조만간 모든 면에서 추월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는다.2000년 CJ그룹에 인수되며 역전 노려CJ홈쇼핑측이 이처럼 낙관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우선 양사의 격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는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96년 경쟁 첫해 CJ와 LG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14.6%포인트로 CJ의 전신인 39쇼핑이 월등히 앞서나갔다. 그러다가 98년 LG홈쇼핑이 53.6%를 차지 39쇼핑(46.4%)을 앞서기 시작하더니 99년에는 19.2%포인트까지 격차가 벌어졌다.그러나 39쇼핑이 CJ그룹으로 넘어간 2000년부터 양사의 격차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00년 17.6%포인트, 2001년 15.6%포인트, 2002년 11%포인트 등으로 점차 좁혀졌고, 올해 안에 10%포인트 이내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CJ 관계자의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말에서 자신감이 묻어난다.CJ는 39쇼핑 인수 후 대반격의 첫 단계로 우선 덩치부터 키웠다. 2001년 7월 서울 방배동 신사옥으로 이전하면서 당시 업계 최고의 첨단방송시스템을 갖췄다. 240평의 대형 실내스튜디오를 비롯해 수려한 경관의 야외스튜디오, 그리고 동영상전문스튜디오 등 5개의 스튜디오를 확보함으로써 인프라 면에서 LG홈쇼핑과 대등한 위치를 확보했다.또 같은해 텔레마케터의 체계적인 교육을 담당할 CJ텔레닉스(구 제일텔레서비스)를 설립했다. 고객 접점에서의 서비스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요소라는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진행됐다.이와 함께 그룹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유통회사에서는 동맥이나 다름없는 물류시스템 개선에 뛰어들었다. 특히 오프라인처럼 소비자가 상품을 직접 가져가지 않고 온라인상으로 구매한 뒤 상품을 배달받는 홈쇼핑의 특성상 택배야말로 홈쇼핑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아닐 수 없다.이런 면에서 CJ홈쇼핑은 외부 택배업체를 이용하는 LG홈쇼핑과는 달리 CJ의 전문물류기업인 CJ GLS를 최대한 활용한다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2001년부터 시작한 ‘엔젤서비스’(여성 택배요원이 여성고객 및 여성용 상품에 대한 택배를 실시하는 서비스)를 좋은 사례로 꼽는다.또 지난해부터 CJ의 상품만 전담 배송하는 전담영업소를 가동하고 있다. 이밖에 긴급한 고객 불만사항이 접수되면 24시간 언제라도 현장을 직접 찾아가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서비스하는 ‘CS999’, 단문메시지(SMS)를 통해 배송정보를 알려주는 알리미서비스 등 그룹의 물류시스템 활용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어느 정도 시스템을 갖춘 CJ는 콘텐츠 강화에 주력하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이는 2001년 온리원(Only One) 전략을 펼치면서 본격화됐다. 이 전략은 CJ에서만 특정 브랜드의 상품을 판매하는 전략으로 고품질 PB상품 개발로 이어지면서 영업이익률 제고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는 평이다.2001년 디자이너 이신우씨와 함께 언더웨어 PB 피델리아를, 2002년에는 디자이너 장광효와 함께 남성복 PB 카루소를 개발해 빅히트를 기록했다.특히 CJ홈쇼핑은 올해부터 회계기준이 취급고에서 매출총이익으로 변경됨에 따라 마진율이 높은 의류 및 자사브랜드(PB) 제품 판매비중이 높은 쪽이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CJ는 지난해 40개의 PB 브랜드로 전체 매출액 중 12%선을 기록했다. 이를 올해 말 100개 품목으로 확대, 32%까지 늘리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CJ홈쇼핑의 마케팅을 담당하는 김일천 상무는 “유통업계가 올해부터 수익률 경쟁에 나서면서 자체 상품력 강화가 중요해졌다”며 “그간 꾸준히 추구해 온 ‘온리원’ 전략이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CJ몰도 LG이숍 맹추격대반격을 입체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그간 열세를 보였던 인터넷쇼핑몰 CJ몰의 개편에도 힘을 쏟았다. CJ몰은 요일에 따라 메인페이지가 바뀌는 ‘멀티 메인’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실시해 고객들에게 좀더 많은 상품을 효율적으로 노출시켜 매출활성화를 꾀하고 있다.또 쇼호스트의 목소리로 일반상품 정보와 쇼핑기획전 정보를 전달하는 ‘쇼핑캐스터’ 서비스도 도입해 기존 텍스트 중심의 일률적인 정보제공에서 벗어난 점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이 결과 CJ몰은 영업개시(2001년 8월) 1년여 만에 종합쇼핑몰 ‘빅3’에 올라서며 1위 업체인 LG이숍의 아성을 눈앞에서 위협하고 있다. CJ몰은 최단 기간 월 매출 100억원 돌파, 최단 기간 200만 회원 돌파 등 인터넷쇼핑몰의 각종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이다.CJ몰은 올해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활발한 온ㆍ오프라인 제휴 프로모션을 통해 신규회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구매고객 대상의 프로모션 및 서비스를 강화해 1위 탈환에 선봉장에 서겠다는 각오다.이에 대한 LG홈쇼핑의 입장은 비교적 느긋하다. LG홈쇼핑 관계자는 “올해 초 전격 도입한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장애로 매출이 떨어졌지만 2분기 들어 회복되고 있다”며 “순위가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지금 당장의 매출액 역전은 힘들지 몰라도 양사의 선두다툼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연 지난 5년간 1위인 LG홈쇼핑을 추격해온 CJ홈쇼핑의 대반격이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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