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만 골라잡는 스프레이 탈취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이 찾아올 때마다 가장 주목을 받는 상품 중 하나는 탈취제다. 오물의 부패 속도가 빨라지면서 다른 어느 때보다 악취가 대기 중에 쉽게 퍼지기 때문이다. 연일 비가 내리는 장마철에 눅눅해진 침구와 집안 구석구석에 깔려 있는 퀴퀴한 냄새는 그야말로 주부들을 괴롭히는 또 하나의 고민거리다.때문에 가정 필수품의 하나로 자리잡은 탈취제는 생활용품메이커들이 한여름 장사에서 무시할 수 없는 전략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탈취제의 제조, 판매가 생활용품메이커들의 손에 달려 있었다는 이야기다.이 같은 상황에서 도시바전기가 선보인 탈취제는 만들어낸 메이커의 성격과 제품기능이 종전과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에어리온’(사진)의 브랜드로 시판 중인 스프레이 타입의 이 탈취제는 우선 냄새제거 방식에서 기존 제품들과 크게 차이가 난다. 기존의 탈취제는 악취의 분자를 방향제로 에워싸 주위 사람들이 이를 냄새 맡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이에 반해 에어리온은 화학반응으로 악취 분자 그 자체를 무취, 무해한 것으로 바꿔버리는 원리를 이용하고 있다.도시바전기는 에어리온 개발에 ‘그래프트 중합법’이라는 기술을 응용했다. 그래프트는 ‘접붙이기’의 뜻을 가진 영어단어로 강력한 광선을 사용해 분자의 말단에 다른 분자를 접붙이면 소재의 물리적 특성을 헤치지 않고 본래 목적에 또 다른 성질을 부가할 수 있다는 것이 그래프트 중합법의 핵심이다.그래프트 중합법은 원래 일본원자력연구소가 개발한 기술이다. 바닷물에서 우라늄을 포집하기 위한 흡착매트를 만드는 데 이용된 기술로 이것을 도시바전기가 생활 주변에서 누구나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탈취제 제조에 응용한 셈이다.에어리온 스프레이의 내용물은 포도당 분자의 말단에 악취의 원인인 암모니아와 트리멘틸 아미노산 등을 빨아들이는 분자를 접붙인 물질로 이뤄져 있다. 포도당을 기본 재료로 사용했기 때문에 당연히 인체에는 무해하다.그러나 대기 중에 분사된 이 물질은 악취의 원인인 암모니아와 흡착과정을 거쳐 전혀 다른 물질로 변한다. 따라서 분자 자체가 완전히 변질돼버리니 악취가 남아 있을 리 없다.암모니아와 같은 특정 분자만을 빨아들이도록 만들어져 있어 다른 냄새에는 반응하지 않는 것도 에어리온의 특징이다. 악취만을 집중 공격할 뿐 꽃향기나 음식물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와 결합하지 않는 것이 에어리온의 돋보이는 장점이라는 것이다. (다나베 아키라 도시바전기 응용상품부 참사)일단 한 번 화학반응을 거쳐 다른 물질로 변하면 원상태로 되돌아가지 않으므로 없어진 악취가 다시 퍼질 염려도 없다.도시바전기는 에어리온 개발에 동원된 기술을 응용하면 악취 뿐 아니라 사용 목적에 맞춰 여러 가지 다른 냄새를 없애는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흡착 대상을 암모니아가 아닌 다른 분자로 설정해 놓고 제품을 개발해내면 얼마든지 먹힐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집안의 콘크리트벽과 단열재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알데히드 등 유독가스에 초점을 맞춘 에어리온을 만들어내는 것이다.에어리온 스프레이 타입은 현재 240㎖의 중형 사이즈 외에 휴대가 가능한 75㎖ 제품(약 700엔)도 함께 시판 중이다. 젊은 여성 등 냄새에 민감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것임은 물론이다.세제, 주방용품 등 생활용품메이커들의 독무대나 다름없던 탈취제 시장에 전혀 다른 컨셉의 제품으로 도전장을 던진 도시바의 모험이 어느 정도의 돌풍을 일으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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